“봉사는 인생공부…몸과 마음 더 강해져요”
“봉사는 인생공부…몸과 마음 더 강해져요”
  • 김무진
  • 승인 2012.12.09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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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대구자원봉사대상' 대상 수상 백인계씨
‘자원봉사’는 사전적 의미로 어떤 일을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도움, 또는 그런 활동을 일컫는다. 그만큼 대가 없이 남을 돕는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이를 20여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매일 한결같이 실천하며 뛰어난 자원봉사활동 역량을 발휘해온 인물이 지역에 있어 소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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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계씨는 /news/photo/first/201212/img_84479_1.jpg"작은 것 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며 가진 것 나눠쓰는 문화가 확산되길 바란다/news/photo/first/201212/img_84479_1.jpg"고 말한다.
지난 6일 열린 ‘2012 대구자원봉사대회’에서 ‘제10회 대구자원봉사대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백인계(여·61)씨를 7일 만나 지역사회에서 그동안 펼쳐온 그의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학창시절부터 시작한 자원봉사활동

대구 수성구 범물종합사회복지관 사무실에서 백씨를 만났다. 이날 백씨는 범물복지관 식당에서 인근에 거주하는 어르신 400여명에게 제공할 무료점심식사 준비를 하다 앞치마를 두른 채 나타났다.

자원봉사활동 대상 수상을 축하한다는 말을 하자 백씨는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라는 의미에서 주신 것 같다”며 부끄러워 했다.

충북 충주가 고향인 백씨는 원래 초등학교 교사가 되려 했으나 고등학교 시절 어머니가 갑자기 중풍으로 4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돌아가시자 아픈 사람을 돌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진로 방향을 간호사로 변경했다. 이 때문에 백씨는 강원도 춘천에 있는 한 간호대학으로 진학했다.

대학에 들어간 백씨는 RCY(청소년적십자) 단원을 시작으로 나이팅게일봉사단, 야학교사, 농어촌 무료 진료 보조 등 학창시절 내내 꾸준한 자원봉사활동을 펼쳐왔다.

이때부터 백씨의 봉사활동은 자연스럽게 익숙한 일상이 됐다.

백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1년 정도 병원 간호사로 근무했다.

그러다 1974년부터 1994년까지 20년간 경북 구미와 대구에 있는 총 5곳의 초등학교에서 양호교사로서의 새로운 삶을 살았다.

양호교사 재직 중에도 백씨의 따뜻한 마음씨는 생활 속에 녹아 있었다.

백씨는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도시락은 물론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학비까지 꾸준히 지원하는 등 본격적인 자원봉사활동에 나서기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이를 실천해 왔다.

백씨는 “봉사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주위에 어려운 사람이 있을 때 따뜻한 말 한마디만 건네는 것만 해도 큰 봉사”라며 “그냥 좋아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이어졌고, 하면 할수록 더욱 큰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이 된 ‘제2의 인생’

20년간의 양호교사 생활을 마치고 지난 1995년 퇴직한 백씨는 새로운 제2의 인생을 남들을 위해 살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대구 북구지역에 거주하던 백씨는 퇴직 후 곧바로 ‘북구 여성자원활동봉사회’를 찾아가 이때부터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북구 산격종합복지관 등에서 노인 및 장애인들을 위한 목욕봉사와 함께 나들이 봉사 등을 펼쳤다.

또 양호교사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재가노인들을 위한 건강체크 및 상담, 의료기관 연결 등의 개인기도 발휘했다.

백씨는 “봉사는 남을 돕는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인생공부에 더욱 많은 도움이 됐다”며 “아울러 개인적으로 너무 신나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내 몸과 마음이 건강해져 오히려 봉사를 받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하던 중 낮 12시가 다가오자 백씨는 배식봉사를 해야 한다며 잠깐 인터뷰 중단을 요청했다.

그리고는 곧장 범물종합복지관 식당으로 가 무료급식을 위해 찾은 노인들에게 일일이 음식을 가져다주고 인사를 건넸다.

환한 미소와 함께 노인들에게 친근감 있게 대하며 배식봉사를 하자 옆에서 같이 하던 다른 자원봉사자들은 서로 배씨를 치켜세웠다.

강민정(여·55)씨는 “백인계씨는 자원봉사를 즐겁고 보람된 일로 생각하며 가식없이 순수한 열정으로 활동하는 분”이라며 “지역 자원봉사자들에게 많은 모범이 되는 분”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백씨가 20여분간 봉사활동을 마친 뒤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이후 2000년대 초 수성구 황금동으로 이사를 한 백씨는 계속 북구지역을 오가며 기존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그러던 중 지난 2006년 대한적십자사 수성구협의회 봉사단에 입회, 범물종합복지관 등을 통해 독거노인들을 위한 도시락 밑반찬 조리 및 배달, 청곡복지관 어린이집 중식 조리, 대구노인복지회관에서의 치매노인 목욕봉사, 동성로 등 ‘헌혈의 집’에서의 안내 봉사 등 활동 폭을 더욱 넓혔다.

백씨의 봉사활동은 주말에도 예외가 없다.

백씨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여러 복지관 등과 연계한 다양한 봉사활동은 물론 일요일은 자신이 결연한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가정 10여곳을 찾아 방문간호 및 정서지원 봉사활동을 펼치는 등 개인시간을 최소화한 채 1년 365일 봉사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특히 백씨의 봉사활동은 수치상으로도 잘 나타나는데 ‘자원봉사 마일리지 제도’가 도입된 2006년 이후 펼친 봉사활동 시간만 하더라도 1만3천500여 시간에 달한다.

백씨는 “지난 17년간 꾸준히 봉사활동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마음과 물질적으로 잘 뒷받침해준 남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항상 남편에게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사활동 가족

현재 백씨는 남편과 아직 결혼하지 않은 딸과 함께 살고 있는데 이들 가족도 모두 꾸준히 각자의 영역에서 봉사활동을 펼쳤거나 현재 진행형이다.

백씨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인 남편은 백씨가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나서기 전부터 국적·인종·종교의 차별 없이 만 18∼40세의 청년들이 각 개인을 개발하고 지도역량을 길러 복지사회를 이룩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적 단체인 JC(한국청년회의소)에서 활동했다.

그의 남편은 활동 당시 금전적 기부와 함께 시간이 날 때마다 어려운 이웃들이 있는 곳을 직접 찾아가 다양한 육체적 봉사활동을 벌였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개인시간이 거의 없는 백씨의 봉사활동은 가능했다.

백씨의 딸도 현재 백씨의 주 무대 가운데 하나인 범물종합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몇 년 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대구로 내려온 백씨의 딸은 재능기부 형태로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을 사회에 환원 중이다.

백씨의 딸은 일주일에 1~2회 범물종합복지관에서 지역 내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수학 과외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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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낮 12시께 대구 수성구 범물종합사회복지관 식당에서 배식봉사 활동에 나선 백인계씨가 무료급식을 위해 찾은 한 어르신에게 밥과 음식을 가져다드리고 있다. 김무진기자
오랜 시간 동안 펼쳐온 어머니의 자원봉사활동을 보고 자란 딸이 자발적으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활동을 펼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함에 따라 이뤄졌다.

아울러 결혼해 현재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백씨의 아들과 며느리도 직업적 특성상 바쁜 탓에 직접적인 봉사활동은 하고 있지 않지만 꾸준히 기부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등 가족 모두가 자원봉사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자원봉사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의 계획

백씨는 “자원봉사가 돈에 얽매이는 형태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아주 작은 것부터 꾸준하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앞으로 어떠한 형태로 봉사를 받게 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며 “봉사 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씨는 최근 있었던 일화를 전했다.

“며칠 전 생활이 매우 어렵지만 사정상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한 혼자 사시는 할머니에게 개인적으로 쌀과 김치 등을 갖다 드렸더니 그분이 날 붙잡고 우셔서 가슴이 뭉클했다”며 “아직 우리 사회에는 복지혜택을 못 받는 분들이 많은데 이들을 위해서라도 자원봉사를 하시는 분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가 조금 갖고 있는 것을 나눠 쓰는 자원봉사가 우리사회에서 더욱 확산되길 소망한다”며 “앞으로 건강과 여건이 허락하는 한 계속 자원봉사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백씨는 인터뷰가 끝나자 기자에게도 아주 작은 봉사활동이라는 꼭 할 것을 권유하며 이날 오후 예정된 경북대 헌혈의 집 자원봉사 활동 일정을 위해 급히 자리를 옮겼다.

김무진기자 j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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