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아이콘…여전히 살아있는 박정희
시대의 아이콘…여전히 살아있는 박정희
  • 황인옥
  • 승인 2012.12.2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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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문화회관, 윤동희 ‘망령’

21일부터 내달 27일까지 전시
윤동희작가의전시작망령
윤동희 작가의 전시작 ‘망령’
불교에서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근거는 인과관계(因果關係). 모든 결과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는 이론이다.

예컨대 C라는 현상에는 그 이전에 B라는 원인이 있다는 것. B 또한 C의 원인인 동시에 A라는 그 이전 원인의 결과라는 것. 하나의 현상이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보다 원인과 결과라는 유기적 관계로 끊임없이 연결된다는 것. 이것이 인과관계의 핵심이다.

윤동희 작가의 영상·설치작품 ‘망령(亡靈)’ 속에 흐르는 잔상도 ‘유기적 연결성’이 다. 바닥에서부터 천장까지 꽉 차는 285X405cm의 위압적인 대형 나무 패널에 모자이크 방식으로 완성된 초상화가 말을 걸어 온다. 초상화의 주인공은 한국 근대화와 유신 독재의 상징이라는 엇갈리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초상화는 가로 세로 15cm 크기 516장의 목탄화에 300여 명의 얼굴로 채워져 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시대를 살다간 고인들이다.

전직 대통령에서부터 당시 권력을 나눠 가졌던 정치인들과 그들의 반대편에서 독재와 인권에 맞선 저항인물들, 독재에 희생된 희생자들, 근대화의 역군들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들이 망라돼 있다. 그들 역시 저마다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아 보인다.

초상화를 받치고 있는 위태로운 지지대도 말을 걸기는 마찬가지.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실해 보인다. 웅장하고 화려한 겉모습 속에 담겨있는 불안한 진실에 대한 작가적 은유가 담겨있다. 또 다른 설정도 눈에 띤다. 지워져 잘 보이지 않는 목탄화를 다시 살리는 행위의 영상이 전시장 바닥에 있는 브라운관 모니터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근대화에 희생됐던 이름 없는 사람들에 대한 상기적인 이미지다.

특정 인물,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당대 사람들을 주제로 그 시대의 사회상을 작품에 담은 작가의 작품은 예술사회학에 가까워 보인다. 관람자로 하여금 ‘어떤’ 작품인가에 대한 호기심보다 ‘왜’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만들고, 작품 속 인물들이 그에 대한 나름의 답을 가지고 있다는 데서 그렇다.

왜 ‘박정희’인가에 대해 작가는 “박 전 대통령은 시대의 아이콘이면서 우리가 겪고 있는 현상들의 원인이라는 연결성이 기본으로 전제돼 있다. 여전히 우리 속에 살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되살려 내 봐야 하지 않겠나”고 설명했다.

무덤 속 박정희를 되살려 그가 묻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우리가 너무도 자랑스러워하는 경제발전과 민주주의의 이면에는 많은 사람들의 소리 없는 희생과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다. 당시에 희생된 사람들의 치유되지 않은 상처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대립의 원인을 되돌아보고 덮여진 과거를 한번쯤 생각해 보고 싶었다.” 모든 현상에 원인과 결과가 있다면, 모든 결과에는 과(過)와 실(失)이 존재한다. 작가 역시 이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기억과 반성, 이해와 균형을 적절히 배치하고 있기 때문. 이 중 어떤 것에 더 강한 의미를 둘 것인지는 관람객들의 몫으로 남겼다. 전시는 21일부터 2013년 1월 27일까지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 작가와는 만남은 28일 오후 6시, 작가와 함께하는 ‘옛 사진 그리기’ 시민참여 프로그램은 전시 기간 중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053)661-3081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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