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항상 묻고 싶은 말 있었지
나를 사랑하느냐고
그 말 한 마디로
슬픔 버리고 싶어서
나 항상 묻고 싶은 말 있었지
나를 나만큼 그리워하느냐고
그 말 한 마디로
그리움 버리고 싶어서
지금 때가 되어
뉘엿뉘엿 저녁해 지고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데
이제보니 이미 들어버린 너의 말
돌 하나 집어
물속에 던져버린다
전남 목포 출생. 서울에서 성장.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1986년 시집「그림자로 서서」를 상재, 1988년『문학정신』천료를 통해 등단. 한국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 이 시인의 시적 경향은 `올곧은 인간 정신의 향방을 세우고 그 이미지를 통해 그런 세계를 추구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4연 14행으로 비교적 간결하게 짜여진 이 시편의 핵심은 셋째 연에 응축돼 있다. `지금 때가 되어 /뉘엿뉘엿 저녁해 지고 /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데’는 이유가 있다. 모든 것이 때가 있듯이 사랑과 그리움도 때가 있는 법이다. 시간은 새로운 생성과 함께 망각의 마력을 지니고 있기에 그런 시간의 한계가 `돌 하나 집어 / 물속에’ 던져버리는 마감을 가져오기도 하는가 보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