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휴먼에러에 의한 영국최악의 철도사고
<대구논단> 휴먼에러에 의한 영국최악의 철도사고
  • 승인 2009.04.21 16: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해곤 (전 부산외대 겸임교수)

영국 철도역사상 최악의 사고는 1차 대전 중에 영국 서북부 칼라일의 근교에서 일어났다. 그 때의 상황을 보면 런던에서 출발한 스코틀랜드 행 야간 급행열차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역에 도착한다. 이 역에 지방 열차가 접속하는 것으로 열차시각표는 짜여 있었다. 그런데 런던 출발 야간열차는 지연되는 일이 많았고, 그럴 경우 지방 열차는 먼저 출발해버리는 일도 가끔 있었다.

1915년 5월 22일, 이날도 런던을 출발한 2개의 야간 급행열차는 30분 가까이 지연되고 있었기 때문에 지방 열차는 먼저 출발하였고 도중의 킨딘스힐 역에서 급행열차를 통과시키기 위해 측선에 대피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날 하행 대피선에는 이미 다른 화물열차가 정차하고 있어서 지방 열차가 진입할 수 없었다. 그래서 킨딘스힐 역의 신호원은 지방 열차를 일단 하행 본선에 도착시킨 뒤, 비어 있는 반대 방향의 상행 본선으로 전선시켰다.

그와 거의 같은 시간에 상행 대피선에는 공차 화물열차가 도착했다. 킨딘스힐 역에서 런던 출발의 야간열차를 통과시키는 하행 본선 이외의 모든 선은 모두 열차가 유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킨딘스힐의 신호원이 두 가지 큰 실수를 했다. 상행 본선이 막혀 있는데도, 인접 역에 `열차 출발금지’라고 하는 정보를 보내지 않은 것과, 상행본선에 들어오는 열차에 대한 장내 신호기의 조작 레버 위에 오 조작 방지용 나무 조각을 끼워 넣는 것을 잊어버렸던 것이다.

규정에는 역 신호취급소에서 열차가 정차해 있는 선로의 신호기에 실수로 진행신호를 보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열차가 도착하면 그 신호기의 레버에는 오 조작 방지용 나무 조각을 끼우도록 되어 있었다.

이러한 실수의 배경에는 또 하나의 문제가 숨어 있었다. 킨딘스힐의 신호원들은 야간 근무조 신호원과 낮 근무조 신호원이 오전 6시에 교대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오전 6시에 이 역에 도착하는 열차가 없었기 때문에 낮 근무조 신호원은 문제의 지방 열차를 타고 6시 24분에 도착해서 야간 근무조 신호원과 교대하고 있었다. 규정 위반이다.

이 사실을 발각되지 않기 위해 야간 근무조 신호원은 오전 6시 이후의 열차운행표를 다른 종이에 기록해 두고 늦게 도착한 낮 근무조 신호원이 누가 보아도 자신이 조작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정확히 다시 고쳐 쓰고 있었다. 이날도 그랬던 것이다.

인접 역에 상행 열차를 멈추기 위해 신호를 보내야 할 때에 막 도착한 낮 근무조 신호원은 열차운행표를 고쳐 쓰고 있었다. 신호취급소에는 야간 근무조 신호원이 아직 남아 있었을 뿐만 아니라, 도착한 열차 브레이크를 담당하는 직원들과 기관조사도 역에 들러 신문을 보면서 전쟁 상황 등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때 인접 역을 출발한 상행의 군인수송 임시열차가 이미 킨딘스힐 역으로 오고 있었다. 근무를 막 시작한 낮 근무조 신호원은 레버에 나무 조각이 없었기 때문에 그대로 열차가 역에 진입해도 좋다는 장내신호기를 진행신호로 현시했다.

상행 본선에는 하행의 지방 열차가 정차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진행 신호를 보냈던 것이다. 게다가 이 역 입구에는 곡선 때문에 역 구내상황이 잘 보이지 않았다. 최고속도로 달려온 군인수송 임시열차는 정차해 있던 지방열차와 정면충돌 했다.

기관차는 대파되었고 목조 객차는 산산이 부서졌다. 때마침 그곳으로 하행 급행열차가 시속 100km의 속도로 진입해 오면서 다시 충돌을 하게 되었다. 증기 기관차의 불타는 석탄과 객차 가스등이 목조 객차에 옮겨 붙었다.

이 사고희생자는 277명, 영국 철도역사상 최악의 사고로 기록되었으며 타성에 젖은 휴먼에러에 의한 사고가 얼마나 많은 인명과 재산의 손실을 가져오는 지 직시하고 인간이 만든 모든 교통수단의 안전에 관한 마지막 결정적 수단은 인간이다. 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휴먼에러 방지와 열차정시운행이야 말로 열차사고를 방지하는 중요한 교훈임을 철도관계자들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동영상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