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은 지난 16일 공시를 통해 올해 1?4분기 영업 손실이 1조7638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손실규모는 전분 기 보다는 폭이 다소 줄었지만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705%나 감소한 것이다. 한전은 지난해 영업 손실 3조6592억 원, 당기순손실 2조9525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한전은 손실이 이렇게 눈덩이처럼 커진 것은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유가 상승과 환율 급등으로 전력구입비가 크게 늘었음에도 전기요금의 현실화가 지연되었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원가부담이 커지면 제품 값도 올라가는 게 일반적이나 전기의 경우 공공재 성격을 가지고 있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여 그동안 전력구입비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료 인상을 억제해 왔다.
특히 지난해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유가나 그동안 계속된 환율 급등 등은 전기료 인상의 압박요인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어려운 경제사정에다 하반기의 글로벌 금융 불안에 따른 미증유의 경기침체 상황이 전개되면서 전기료는 인상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막대한 적자를 언제까지나 방치할 수는 없다. 한전의 적자를 재정으로 보전해 주어야 한다면 차라리 요금을 올려 전기를 많이 쓰는 사람이 요금을 더 내는 수익자부담원칙을 적용하는 게 에너지이용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이제 전기요금문제를 마냥 덮어둘 것이 아니라 적절한 대책을 강구할 때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일자리 감소로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서민의 생활고가 가중되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전기료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서 경제에 주는 충격 등이 작지 않다는 점에서 인상폭이나 시기의 결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당국은 한전이 추진하는 17.7% 인상안이 물가에 미칠 영향이 고려된 것이며 현시점이 전기요금 인상에 적절한 시기인지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지식경제부나 국회가 전기요금인상에 신중한 입장이어서 아직은 인상폭이 불확실한 게 사실이다. 특히 전기요금 인상에는 한전의 인력감축과 원가절감 등 경영합리화 노력도 전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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