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처럼 : 조선최고의 리더십을 만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유학의 거목 퇴계 이황 선생의 부인이었다. 일반 양반가라면 조상 전에 그지없는 불효를 범한 막돼먹은 며느리로 소박감이 됐을 수도 있을 과중한 죄를 범한 부인에게, 공자 이래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큰 유학자였던 퇴계 선생은 초월자 적인 반응을 보이며 거목의 면모를 보여줬다. 경을 치기보다 부인이 치마 속에 감춘 배를 받아 들고 손수 깎아서 부인에게 먹이는 너그러움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병일(67) 한국국학진흥원장이 퇴계선생과 집안 여인들과의 관계를 통해 퇴계의 삶과 철학을 재조명한 ‘퇴계처럼’을 펴냈다. 책에는 엄격한 남존여비(男尊女卑)적 가부장제 속에서 집안 여성들로부터 영향을 받거나 영향을 미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퇴계 선생의 생활 속에 녹아 있는 여성관이 세세하게 담겨있다.
그는 “퇴계 선생은 유학을 책갈피 속의 죽은 학문으로 박제하기보다, 인간 중심적 사고에 바탕 한 실천적 경지의 학문으로 끌어 올린 대학자”라며 특히 여성들과 관련한 에피소드 속에 녹아있는 퇴계의 일면을 소개한다. 책은 퇴계와 여성의 만남을 크게 ‘퇴계가 섬긴 여인들’과 ‘퇴계를 만든 여인들’로 구분하고 있다. 그의 삶을 만들고 영향을 준 여성과의 관계 속에서 지배하기보다는 섬김으로써 오히려 다스릴 수 있는 고차원의 윤리와 철학을 재검토 한다.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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