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재는 억새풀 고개다
새재는 억새풀 고개다
  • 승인 2013.01.1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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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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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광고업체에서 광고물을 만들었는데 ‘문경시 지도’를 가운데 두고 지도 밖의 여백에 업체들의 광고를 실었다. 지도의 크기가 가로 30㎝, 세로 60㎝ 정도의 크기로 맨눈으로 보기에도 꽤 괜찮다. 문경시 지형의 생김새를 보면 뚜렷하게 세계의 머리가 돋보인다.

도깨비 머리(가은읍, 농암면), 곰 대가리(문경읍), 말 대가리(동로면)의 세 개의 머리가 확실하게 보인다. 문경시 지도에 대가리들(?)이 셋이나 되어, 문경엔 머리를 자처하는 인물들이 많은 걸까?

내 말을 듣고 문경시지형도를 보면 십중팔구는 내 의견에 선뜻 찬동할 것이다.

문경 지역의 지형특색은 산고수장(山高水長)이다. 표고가 1천m가 넘는 고산(高山)이 여섯을 헤아리고, 길이가 백리 넘는 하천이 둘이나 된다. 영강(66km)과 금천(42km)이 그렇다. 높은 산이 있으면 고개(재)가 있어 사람들의 통로가 된다. 문경지역의 대표적인 고개로는 조령(641m)과 이화령(548m)이 있다. 지금 조령(鳥嶺)은 조선시대부터의 이름이고, 고려시대에는 초점(草岾)이라 불렀다.

초점이란 ‘억새풀 고개’라는 뜻이다.

요사이 조령(새재)의 뜻이 잘못 전해져 새재를 새(억새)가 아닌 새(鳥)로 해석해, 나는 새도 넘기 어려운 높은 재로 엉터리 해석한 게 정설(定說)인양 행세한다.

조령은 고개로는 높다고 볼 수 없다. 영주의 죽령(689m)보다 낮고, 북한의 함관령(1837m), 남설령(2150m)에 비하면 새재는 높은 재가 아니라 게임도 안 되는 납작코다. 새재가 ‘억새풀 고개’임은 지금 새재엔 억새풀이 억세게 많고, 새재 아래 마을 이름도 푸실(草谷)이며, 금강산 계곡을 뺨치게 아름다운 개울 이름도 초곡천(草谷川)이다.

삼국시대의 중심교통로는 하늘재(계립령)이었고, 고려시대부터 새재가 주목을 받은 것 같다. 새재는 조령산과 주흘산 사이에 있지만, 부근의 백화산과 대미산을 포함시키면 경치가 가히 금강산과도 비길만하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다행히 금강산 구경을 다녀왔기에 직감적으로 그렇게 느낀 것이다.

문경의 최초 이름은 ‘고사갈이’다. 고사갈이의 뜻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수수께끼를 푼 사람이 바로 필자였다.

필자가 고사갈이를 제대로 풀 수 있었던 것은 지명(땅 이름)이 이두표기라고 직감했기 때문이다. ‘고사갈이’란 ‘곳가리’를 이두로 적은 것이다.

‘고사갈이’를 ‘곳가리’로 풀 수 있었던 것은 문경 최초의 지명 ‘고사갈이’가 관산현(冠山縣)인 것에 착안했다.

문경의 진산인 주흘산은 봉우리와 산의 윤곽이 고깔같이 생겼다. 그래서 ‘고사갈이’를 ‘고깔이’로 자신 있게 추정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필자의 ‘고깔’ 추정이 정설(定設)로 되었다.

누구도 풀 수 없었던 어려운 숙제를 풀었지만, 필자는 향토사연구단체로부터 철저히 따돌림을 받고 있다. 주제넘은 말로 주머니 속의 송곳이 되어 그런지,,,

2012년 11월15일 이화령 복원공사 준공식에 필자도 말석에 앉아 지켜보았다.

지난 4월 이화령의 유래와 역사에 대하여 행정안전부 관계자와 축시를 지을 이근배 시인이 동석한 자리에서 정확하게 유래를 설명하고, 필자가 발견한 역사적 새 진실을 당당하게 발표하여 동석한 담당자들이 공감대를 이루었다.

이근배 시인의 이화령 준공 축하시비에도 이화령은 백제, 고구려, 신라의 옛 땅임을 명백하게 밝혀 놨다.

이화령은 삼국시대부터 요충지로 삼국의 손길이 다 거쳐 간 활기 있는 고개였다.

필자도 ‘작은 새재 이화령’이란 시를 짓고, 필자의 30번째 시집 ‘작은 새재 이화령’의 표제로 삼았다.

목적이 있는 행사시는 시적 감동과는 거리가 멀고, 작위적이기 때문에 성공적인 시가 되기 힘들다.

제약 없이 자유롭게 지은 ‘작은 새재 이화령’으로 들어가 보자.

풍년든 연풍 땅을 찾아/허기를 꼭꼭 고봉으로 누른 채/ 베개만한 쬐그만 방물짐 이고/작은 새재 넘는 울 어매 뒷모습/산고개 구비마다 울던 멧비둘기/ 끼니 굶은 막내의 한 서린 울음인 듯/범보다 무서운 산적이 나오는 것도/굶주림 앞에선 도무지 무서울 게 없다./ 이울어진 운명의 사람들이 넘나들던 이우릿재(이화령)/ 구비야 구비야 눈물이로구나

이화령의 별명이 작은 새재다. 새재는 새(鳥)가 아닌 새(草)에서 나왔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이 글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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