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씩 나왔다 안 나왔다 한다
눈두덩이 젖었다 말랐다 한다
비 오다 햇살 쟁쟁 내리붓는 일기처럼
수만 산 것들이 볼볼볼 춤추는 뻘을
때가 되면 다시 거둬가는 썰물처럼
나는 후둑후둑 푸른 줄기를 막 사각대다가도
미개지를 그러안는다 제법 나무가 자라고
물고기도 몇 마리 키웠다고 생각하면 느닷없이
어찌 네 음성만 내뱉느냐
눈 부릅뜨고 꾸짖는 여백의 음성
새어나오기만 하는 누선淚腺들을 어찌 믿겠느냐는 듯
내 몸이 한 번씩 머뭇대는 황홀한 곳간
방금 기다리라는 신호가 왔다
물 속 담방거리며 가던 내 심장은
눈부신 허공의 배꼽,
그 숨소릴 듣느라 두근대기 시작한다
걸어보지 않은 길 위에 나는 멈춰서 있다
버릴 수 없는 볼펜이라는 생生을 들고
▷▶1959년 경북 경주출생,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돌’, 현)경주대 문예창작과 교수, 시집 : 고요 이야기외 다수.
<해설>볼펜을 눈물샘에 비유한 이미지하며, 삶으로 인유한 비유가 상큼하다. 우리의 삶도 저 볼펜처럼 글씨가 잘 쓰일 때가 있는가 하며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어찌 인생을 마구잡이로 쓰다가 버릴 수가 있을까? 제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