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과 운명
행운과 운명
  • 승인 2013.01.1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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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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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은 기다리고, 운명은 받아들여야 하는가? 신화에 나오는 행운의 여신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헬레니즘 시대에는 머리에 도시성벽 모양의 왕관을 쓰고, 인생의 네 단계 고비마다 운명을 좌우하는 수레바퀴 위에 올라탄 눈 먼 여신의 모습으로 나타났고, 중세시대에는 풍요의 염소 뿔을 들고, 인생을 상징하는 배의 조타장치인 수레바퀴를 손에 든 여신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 모습이 어쨌든 우리를 애타게 하고 놀라게 하며 기쁘게 하는 여신인 것은 분명하다.

그녀는 장님이기 때문에 선악을 구별하지 못한다. 절름발이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찾아 가도 늦게 간다. 등에 날개가 있기 때문에 따라가려고 하면 금방 날아가 버린다. 그런가 하면 머리 뒤가 벗겨져 있기 때문에 잡기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여자이기 때문에 변덕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이런 그녀를 쫓아다녀야 하나? 아니면 기다려야 하나?

욕망에 가득차서 어리석고 한심하게 보이는 무리들은 그녀를 찾아다닌다. 그들은 이런 말을 한다. “양배추를 기르던 사람이 교황이 되는데, 우리가 그 사람보다 무엇이 부족하단 말인가?” 그러나 그들의 가치는 어디에 쓸 것인가? 행운의 여신은 장님이기 때문에 그것을 볼 수가 없다. 게다가 교황이란 자리가 옛날에는 신들이나 누렸던 귀한 휴식을, 그 보물 같은 휴식을 포기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인가?

여기 어리석게도 행운을 찾아 떠났던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풍족한 마을에 재산이 넉넉한 한 친구가 있었다. 그는 끊임없이 행운을 쫓아 다녔다. 그는 여신을 찾아 길을 떠났다. 그는 여신이 찾을 것만 같았던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처음에는 왕궁을 찾아갔다. 다음으로 강을 건너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이슬람 사원으로 갔다. 그러나 사원 어느 곳에서도 그녀를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이제 행운의 여신이 사람들에게 은총을 나누어주고 있다는 유라시아 동쪽 대륙의 끝인 몽고와 일본까지 갔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그는 어떤 행운도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오는 길도 쉽지 않았지만, 고향으로 돌아와, 평화롭게 낮잠을 자고 있는 친구의 집에서 행운의 여신이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면 운명은 어떤가?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가? 일본 전국시대 말기의 전쟁의 와중에 오와리 지방에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1534-1582)라는 인물이 나타난다. 특이한 언행과 다른 사람들이 예측하지 못하는 행동으로 바보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매우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는 오케하자마 전투에서 교토로 상경하려던 이마가와 요시모토군을 격파하여 단숨에 신흥 세력으로 떠오르게 된 이후 사이토 다쓰오키를 몰아내고 미노 지방까지 차지한다. 이렇게 점차 세력을 키워나가던 노부나가는 당시 정적들에 쫓겨나 있던 쇼군 아시카가 요시아키를 지원하여 교토까지 자신의 세력 하에 넣게 되지만, 노부나가의 꼭두각시가 되는 것을 원치 않은 쇼군 아시카가 요시아키를 비롯하여 자신의 적으로 돌아선 다이묘들과 수많은 전투를 치르게 된다.

그런 전투 중 하나에서 노부나가는 위기에 처한다. 자신의 군대보다 10배나 많은 적군에 직면한 것이다. 그는 공격을 감행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지만, 그의 부하들은 그렇지 않았다. 10배나 많은 적군의 위세에 부하 무사들과 병사들은 불안해하고 있었다.

적진을 향해 행군을 하던 중 그는 한 신사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부하들에게 말했다. “나는 지금 사당에 들어가 참배를 할 것이다. 그리고 나서 동전을 던질 것이다. 만약 앞면이 나오면 우리가 이길 것이고, 뒷면이 나오면 우리는 질 것이다. 우리는 항상 운명의 손바닥 안에 있다.”

노부나가는 홀로 사당 안으로 들어가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밖으로 나온 그는 약속대로 부하들 앞에서 동전을 던졌다. 앞면이 나왔다. 그러자 병사들은 환호했다. 이렇게 전투의 운명이 결정된 것이다. 10배나 많은 적군들에 맞서 노부나가의 병사들은 승리를 확신하며 사력을 다해 싸웠고 전투에서 쉽게 이길 수 있었다.

10배나 많은 적군을 물리치고 전투를 승리로 이끈 노부나가는 부하들의 용기를 치하하고, 승리의 축하연을 열었다. 축제의 열기가 무르익을 무렵 그의 부하 무사 중 한 명이 승리의 운명을 타고난 노부나가의 영광을 칭송하며 말했다. “아무도 운명을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자 노부나가가 조용히 그 무사에게 말했다. “그렇지 않다.” 노부나가는 그에게 동전 한 닢을 보여주었다. 그 동전은 두 개를 붙여서 어떤 면이 나와도 앞면이 되도록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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