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
<팔공시론>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
  • 승인 2009.04.2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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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민 (대구대학교 재활과학대학 교수)

지난 주 장애인 주일을 앞두고 필자가 다니는 교회에서 장애인 사역 및 간증에 관련된 자료를 찾다가 김요석 목사를 알게 되었다. 장애인보다 더 많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으면서도 장애인 대우를 받지 못하는 한센인 사역에 대한 자료를 구하다가 우리나라 한센인의 대부 격인 김요석 목사에 대해 접하게 된 것이다.

김요석 목사는 두 아들을 죽인 원수를 양자로 삼은 손양원 목사와 평생을 빈민을 위한 삶을 살았던 일본의 가가와 도요히코(하천풍언) 목사처럼 한센환우의 고름을 입으로 빨아낸 사람으로 유명하다.

김요석 목사는 독일 튀빙켄 대학에서 신학을 마치고 한국에 와서 신학 교수직에 재직하다가 후에 교수직을 포기하고 전라남도 영암군에 있는 나환자 정착촌의 영호교회에서 10여 년간 목회를 하였다. 그는 한센환우목회를 하던 중 독일의 신학교에서 교수직 제의가 들어 왔으나 거절하고 현재는 선교사로 중국과 몽골에서 나환자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그의 간증 중에 한센 인으로 부터 선물로 받은 의자와 관련된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팔 다리가 절단된 한센 인이 찾아와서 “목사님을 위해 선물을 하나 만들었는데 여기까지 가져올 수 없으니 자신과 같이 가서 보여 드릴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김 목사가 그를 직접 안고 그가 지적하는 곳으로 가 보니 흙으로 만든 의자가 있었다.

김 목사가 보고 깜짝 놀라서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으니, 그 한센 인이 대답하기를 “제가 선생님께서 하나님을 알게 한 그 은혜를 죽기 전에 무엇으로 갚을까 생각하다가 얼마동안 기도 중에 선생님께서 설교하시면서 허리가 아파서 앉았다 일어났다 할 때 의자를 하나 만들어 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손발이 없으니 어떻게 만들까 하고 고민하면서 기도했더니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셔서 이렇게 만들게 되었다” 는 것이었다.

김 목사가 당신이 두 손이 없는데 무엇으로 이것을 만들었는지 물어 보니깐, 그 주변에 작은 막대들이 수십 개가 떨어져 있는 방향을 가리키면서 “두 손이 없으니 땅을 파기 위해서 입에다 막대기를 물고 한 달 두 달이 아니라 수년 동안 땅을 파고 옆을 다지고 해서 만들었습니다.” 라고 하였다.

그러면 그 흙을 파서 다질 때는 어떻게 했냐고 물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손이나 발이 있었으면 그것으로 쳐서 다지겠는데 그렇게 할 수 없고, 생각해보니 내 머리가 단단하니까 이 머리로 흙이 넘어지지 않게끔 머리로 쪼았습니다. 라는 것이었다. 머리가 망치마냥, 머리가 손 마냥, 머리가 주먹인 것 처럼 그렇게 쳤다고 한다.

자신이 머리를 수십 번씩 내리칠 때마다 “빨리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 “빨리 하나님 나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기도하면서 열심히 쳤는데 오히려 마칠 때쯤에는 건강이 더 좋아졌다고 한다. 죽겠다고 하니까 하나님께서 더 오래 살게 하셨고, “죽어도 살겠고 살아서 믿는 자는 영원히 살리라” 라는 하나님의 그 말씀을 자기도 확인했다는 말을 하였다.

김 목사가 그 의자를 보고 마음이 찡해서 내가 감히 어떻게 이 의자에 앉을 수 있겠소? 당신이 수년 동안 머리로 쪼아서 입으로 파서 만든 건데 내가 도저히 앉을 수 없고 이것은 하나님이 앉을 의자라고 김 목사가 사양을 하니 그가 하는 말이 “내가 하늘나라에 가면 하나님께는 이 보다 더 좋은 의자를 만들고 싶습니다.

내가 이 땅에서 하나 만들어 보았으니 이 보다 더 잘 만들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선생님께서 여기에 앉으시오!” 라는 것이었다. 비록 한센 인이 만든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의자이지만, 자신이 정성을 다해 생명을 다해 애써서 만들어진 이 선물이야말로 아무리 비싸고 화려하게 모양이 좋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더 귀하고 평생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값어치 있는 선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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