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국땅에서 삶의 에너지 회복
낯선 이국땅에서 삶의 에너지 회복
  • 황인옥
  • 승인 2013.01.1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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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범신, 터키 이스탄불 여행기 소소한 일상 풍경·세계인 영혼 만나

그리운 내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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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스탄불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유명한 이스티크랄 거리.
“여행을 통해 나로부터 떠났던 나를 맞아들여 일체화할 수 있다면, 우리는 놀라운 새로운 생의 에너지를 얻는다.”

소설가 박범신에게 글쓰기가 숙명이었다면, 여행은 글쓰기에 필요한 영양제 같은 것이었다. 끊임없이 새로운 에너지를 보충하는 충전소였던 것. 새로운 자아를 찾아, 뿌리를 찾아, 덧없는 인생의 근원을 찾아 짐을 꾸리고 또 꾸렸다. 그가 여행길에서 길어 올린 삶과 인생에 대한 단상들은 수많은 책들 속에 버무러져 독자들의 목마른 영혼을 적셔 주고 있다.

문학계의 핫 풍운아 박범신의 새로운 여행지는 터키다. 왜 터키였을까. “물이 아름다운 것은 흐르기 때문이고, 길이 아름다운 것은 열려있기 때문”이라는 원론적인 답이 돌아온다.

사실 그가 길을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세계인의 영적 깨달음과 안식처인 히말라야와 티켓을 다녀 온 후 ‘비우니 향기롭다’, ‘카일라스 가는 길’을 출간해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소설가 박범신이 소설이 아닌 여행기와 명상서를 출간하며 외도를 한 것.

1973년 등단 후 소외 계층의 현실을 다룬 작품으로 문단의 문제아로 주목 받고, ‘죽음보다 깊은 잠’과 ‘풀잎처럼 눕다’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며 1970~80년대 독자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던 그가 1993년 돌연 절필을 선언하고 자기성찰과 사유의 시간을 가진 후 찾아온 변화였다.

세 번째 여행지로 터키를 선택한 이유도 인류의 묵직한 영적 유산을 선호하는 연장선으로 보여진다. 아시아와 유럽의 역사를 융합하고, 삶을 지켜온 강인한 땅 터키야말로 그에게는 비단길보다 더 곱고 아름다운 땅으로 다가가지 않았을까.

천천히 한없이 느릿느릿 걸어도 생이 다하기 전에 마침내 별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은, 불가능한 꿈을 꿀 수 있게 해 주는 이국적인 도시 이스탄불. 그의 여행은 이곳에서 부터 시작된다.

유럽의 강줄기와 아시아의 장대한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져 소용돌이쳤던 이스탄불에서 인류의 역사와 세계인의 영혼을 만났다. 6.25 참전 이후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터키인들의 무던히도 따뜻한 심성을 낯선 이국땅에서 마주하며, 한민족의 고난의 역사도 되돌아 보았을 것이다.

박범신은 우리를 피붙이처럼 극진하게 맞아주는 따뜻한 친구의 나라 터키에서 그들의 전통 음식을 먹고, 집을 구경하고, 서툰 솜씨지만 그들의 춤을 함께 추며 문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과거의 영광이 아스라이 멀어져 간 구중 도시 케코바에서, 수면 아래로 보이는 과거 사람들의 흔적에서 들끊는 너른 세계를 보고, 일상의 안락을 보고, 사람의 향기도 맡았다. 터키로의 여행은 그에게 ‘길에서 길로 다시 이어지는 인생여행’인 동시에 힐링이었다.

책은 ‘영원한 청년 작가’로 불리고 싶었던 ‘은교’의 소설가 박범신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에너지로 가득하다. 이스탄불 사원과 마을, 거리와 상점에서 만난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터키 인들의 소소한 일상 풍경들이 작가 특유의 상상력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고 있다. 하늘에서 관망하는 카파도키아의 지하 도시를 지나 할렘의 숨겨진 방안에서, 보스포루스 해협에서, 생동감 넘치는 시장 그랜드 바자르와 종교적 엄숙함이 그득한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에서 삶을 노래하는 영원한 시인 박범신을 만날 수 있다.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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