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묻지 않은 순수한 모습에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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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1.2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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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내세운 TV 프로그램 인기

일밤 ‘아빠! 어디가?’ 시청률 3주째 상승

독한 예능에 질린 시청자들에 ‘힐링’ 효과

드라마·버라이어티 등 다양한 장르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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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밤’의 새 코너 ‘아빠! 어디가?’(사진 왼쪽)·엠넷 ‘보이스 코리아 키즈’
어린이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기존에는 퀴즈쇼 형태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오디션부터 리얼 버라이어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TV 속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의 모습은 독한 예능에 지친 시청자에게 따뜻한 웃음을 선사한다. 그러나 지나친 미디어 노출이나 대중의 관심에 따른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천진난만한 매력으로 인기몰이 = MBC ‘일밤’의 새 코너 ‘아빠! 어디가?’는 ‘1박2일’의 어린이 버전으로 볼 수 있다.

프로그램은 유명인 아버지 5명과 이들의 자녀가 1박2일간 산골 오지 마을로 떠난 여행을 담았다. 일종의 리얼 버라이어티인 셈.

방송이 시작하자 스포트라이트는 아이들에게 쏠렸다. 출연하는 아이들은 7-8세로 방송에 노출된 적이 거의 없다. 때 묻지 않은 이들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갔다.

특히,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7) 군은 삶은 달걀을 눈 깜짝할 새 먹어치우고, 함께 출연하는 축구스타 송종국의 딸 지아(7)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등 솔직하고 천진한 매력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어린이 출연자의 활약에 힘입어 7.0%에서 출발한 시청률은 3주째 상승하며 경쟁 프로그램 KBS 2TV ‘남자의 자격’을 앞질렀다.

최근 시즌 4를 선보인 투니버스의 ‘막이래쇼’ 역시 어린이들이 등장하는 리얼 버라이어티다. 2011년 5월 첫선을 보인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 탐험대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또래 시청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엠넷의 ‘보이스 코리아 키즈’는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스 코리아’의 어린이 버전이다. 각양각색의 어린이 참가자를 앞세운 이 프로그램은 지난 4일 첫 방송 이후 3주째 케이블 채널 동시간대 1위를 달리고 있다.

프로그램은 만 6-14세를 대상으로 했지만 방식은 ‘보이스 코리아’와 유사하다.

다만 ‘보이스 코리아’에서 2명 끼리 실력을 겨루는 배틀 라운드가 3명이 겨루는 방식으로 달라졌다. 불합격시 상처받을 어린이 참가자의 마음을 배려한 조치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코치 겸 심사위원들도 어린이 지원자의 눈높이에 맞춰 지나치게 전문적인 심사평은 자제한다.

SBS ‘붕어빵’은 어린이 프로그램의 대표주자다. 2009년 첫선을 보인 이후 꾸준히 두자릿대를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퀴즈쇼의 형식을 빌었지만 본질은 부모와 자녀가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놓는 토크쇼에 가깝다.

출연하는 아이들은 스타로 발돋움했다. SBS 박찬민 아나운서의 막내딸 민하(6) 양은 연기, CF 등에서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김구라의 아들 동현(15) 군도 ‘붕어빵’을 통해 대표적인 어린이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배우 정은표의 자녀도 ‘붕어빵’ 출연 후 아버지와 동반 CF를 찍었다.

◇독한 예능의 대안으로 부상 = 어린이를 앞세운 예능 프로그램은 과거에도 있었다. 2007-2010년 방송된 MBC ‘환상의 짝꿍’이 대표적이다. ‘환상의 짝꿍’은 퀴즈쇼 형식을 통해 어린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2011년 tvN ‘레인보우’는 어린이 유치원을 배경으로 혼혈아들의 깜찍한 모습을 담아 인기를 끌었다. 출연자의 팬카페까지 생길 정도였다.

최근의 어린이 프로그램 붐은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아역 열풍과 맞닿아 있다.

작년 초 방송된 MBC 수목극 ‘해를 품은 달’의 인기에는 방송 초반 여진구와 김유정 등 아역 스타의 열연이 큰 몫을 했다. 얼마 전 종영한 MBC 수목극 ‘보고싶다’ 역시 여진구와 김소현 등 아역 스타를 앞세워 초반 화제 몰이에 나섰다.

아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과거 성인 배우에 맞춰 이뤄지던 캐스팅도 성인 배우 캐스팅 이전에 이뤄지고 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까지 어린이에게 눈을 돌린 데는 편안한 웃음에 대한 요구가 컸기 때문이라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붕어빵’의 백정렬 CP는 “요즘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고 진정성 있는 프로그램을 찾다 보니 어린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게 된 것 같다”라고 풀이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독한 캐릭터와 경쟁에 질린 시청자들이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이 담긴 프로그램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라며 “이러한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힐링’ 효과를 주고, 신선함을 찾는 방송가에도 하나의 돌파구가 된다”라고 분석했다. ‘막이래쇼’의 최우석 PD는 “어른들이 하는 모든 장르는 아이들도 할 수 있다”라며 “어린이를 위한 시트콤이나 드라마도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배려 없는 제작환경…지나친 연예인화 우려 = 그러나 어린이 출연자들이 냉혹한 방송 환경에 노출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중의 가차없는 비판이나 선입견이 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실제 1998년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미달이로 얼굴을 알린 김성은은 한 다큐멘터리에서 “사춘기 시절 ‘미달이’라는 고정관념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로 인해 우울증과 자살충동을 느꼈다”며 “어떤 그룹이나 공동체 안에서 일원으로 화합을 이루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어린이 출연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제작 환경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어린이 출연자들은 별다른 촬영 매뉴얼 없이 밤샘 촬영이나 높은 강도의 장면 촬영에 노출돼 있다.

‘보고싶다’는 방송 초반 아역 김소현(14) 양이 성폭행당하는 장면을 방송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아역 배우 노영학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 부당한 대우를 많이 받았다”며 “애라서 더 보호받는 게 아니라 무시 받을 때 상처받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YMCA 한석현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제작단계에서부터 일상이나 학업에 지장을 주는 촬영은 없는지 어린이 출연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라며 “어린이가 부모의 방송 출연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건 아닌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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