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12곳 중 7번 기관장…학생이 만족하는 대학 육성
직장 12곳 중 7번 기관장…학생이 만족하는 대학 육성
  • 남승현
  • 승인 2013.01.2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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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 대구가톨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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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 대구가톨릭대 총장은 소통과 화합, 권한과 책임을 통한 대학경영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중순 대구가톨릭대가 오랜만에 신부님이 아닌 평신도를 총장으로 선임했다. 대부분 서열이 높은 신부들 중 한분이 대학총장을 맡아왔는데 홍철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장이 대구가톨릭대 총장이 된 것이다. 지난 2004년부터 7년간 대구경북연구원장을 역임할 당시 지역 현안에 대해 소신발언을 많이 한 기억이 생생해 홍철 대구가톨릭대 총장이 어떻게 대학 경영을 할 지 궁금해 졌다.

홍철 총장은 첫 만남에서 “마지막 소명으로 알고 총장직을 수행하겠다. 소통과 화합은 물론 팀장과 학과장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 실제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 학생·학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수 있는 대학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본인 얘기대로 홍철 총장은 ‘억세게 관운이 좋든, 아니면 능력이 출중하든’ 둘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도 그럴것이 평생 12군데 직장을 다녔는데 무려 7곳에서 기관장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부터는 무려 7년간 대구경북연구원장을 맡았다.

연구원장 시절 그는 시·도에서 출자한 기관이라 대구시와 경북도의 눈치를 안 볼수는 없었지만 정책방향에 있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소신발언을 자주했다.

홍철 총장은“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연구원 뿐 아니라 공무원들도 더욱 공부해서 중앙부처에서 지방에 돈을 주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며 “프로젝트를 만들어 발표할 때도 당위성은 물론 예산 편성 하나하나까지 검토하고 또 분석해 중앙부처에서 쉽게 납득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총장으로서 대학 발전 뿐 아니라 지역의 발전에도 목소리를 낼 것은 내겠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각종 클러스트를 육성하겠다고 하는데 솔직히 안되는 것은 포기하고 될만한 것에 집중 육성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첨복단지도 오송에 뒤쳐져 있다는 얘기가 많은데 대구첨단의료복지산업이라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등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구를 역차별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단호히 ‘노(NO)’라고 했다. 역차별이라는 말 자체를 일부 공무원과 언론에서 하지만 박 당선인이 대구경북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데 큰 노력없이 결실만 따먹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중앙공무원으로 있을 때 예를 들었다. 대구경북공무원들은 몇 쪽짜리 보고서를 가져와 설명한 후 고위직을 통해 압력을 행사하는 반면 다른지역 공무원들은 보고서 뿐 아니라 몇번이나 방문해 추가설명을 하고 검토해 달라고 반 애원하다시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많이 개선됐지만 공무원의 업무파악 능력과 열성, 노력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중요한 지표가 된다”며 “무작정 대구경북이니까 무엇을 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누가봐도 대구경북에 무엇인가를 반드시 줘야할 것 같다는 계획안을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홍철 총장은 대학경영에도 변화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페이퍼로 보고하는 시스템을 다른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서류작성을 하면 행정직원이 기안을 만들고 이를 팀장, 처장, 총장까지 보고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업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그는 “교수와 직원을 만날때 서류가 아니라도 두 세가지 질문만 던지면 어느정도 업무를 파악하고 있는 지 알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닌 업무파악 능력”이라고 했다.

또 학과장과 팀장의 미팅 및 대화를 통해 이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주며 핵심처장을 제외하고는 수업일수를 늘릴 것이라고 했다. 즉 보직교수들이 총장의 입만 바라보고 교수 고유 영역인 수업을 등한시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홍 총장은 대학의 두가지 영역인 연구개발, 교육기능 중 자신의 환경에 맡는 영역을 집중 개발, 육성할 방침이다. 지방대학의 경우 연구개발보다는 교육영역에 더욱 몰입해 학생을 잘 가르치고 취업을 시키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구에 한정하지 않고 울산지역 기업 및 학교와 유대관계를 통해 인재영입도 하고 취업도 시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총장은 “영진전문대학이 전국 전문대학 1위를 고수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집중 분석했다. 4년제 대학도 특성화와 자신의 대학에 맞는 방향을 정해 나가야 생존 할 수 있다”며 “ 앞으로 이같은 방향에 대해 더욱 분석해 대구가톨릭대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커피가 식을때 쯤 홍 총장은 스마트폰을 꺼내 뭔가를 보여줬다. 문경새재 내 돌담길을 갖춘 집터였다. 그는 당초 아내에게 공직에서 떠나면 문경에 집을 짓고 살자고 약속했으며 지난해부터 조금씩 공사를 해왔다고 했다.

그는 “오랜기간 고생한 아내와 함께 문경에 집을 짓고 남은 여생을 즐기기로 했다. 대구가톨릭대 총장이 마지막 봉사할 직장이기에 대학발전과 지역발전에 모든 것을 바친 후 남은 인생은 문경에서 살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도 그는 산촌의 초등학생에게 피아노 가르치기, 동네 도서관 만들기 등 소박한 꿈도 갖고 있다. 실제 홍 총장 본가가 포항에서 꽤 부유한 집이여서 모친이 동네에 도서관을 지어준 적도 있다고 한다.

지역대학들 간에 경쟁과 협력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모든 것이 경쟁 체제이기 때문에 대학마다 선의의 경쟁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남의 땅 따먹기처럼 공멸할 줄 알면서도 무작정 경쟁을 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며 “경쟁과 협력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최대한 노력을 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향을 만드는데 일조하겠다”고 했다.

포항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대통령 경제비서관을 비롯해 건설교통부, KDI, 국토연구원, 인천대(총장), 대구경북연구원 등 중앙과 지방, 공공과 민간 부문을 두루 거친 홍 총장은 대구·경북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상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구경북의 중장기 과제로 중소기업 육성 위주의 일자리 창출, 수도권과의 경제 불균형 해소, 대구의 남부권 거점 도시화 등을 꼽았다.

홍 총장은 “중소기업이 산재한 대구경북의 사정과도 맞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중소기업 육성의 뜻을 공약에서 밝혀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경북이 대기업유치, 대형프로젝트, 눈앞의 가시적 성과에 너무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정치인들은 표와 연결돼 있어 일종의 포퓰리즘을 공약으로 내걸수 있지만 행정전문가와 교수, 언론 등은 실질적으로 대구경북이 발전할 수 있는 밑그림을 그려야 하고 시간이 지난 먼 훗날에도 먹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구경북은 예로부터 선비의 고장이었고 교육이 발전한 도시였다” 며 “지역대학과 중소기업들이 연계해 낼 수 있는 시너지 창출에 매진해 나갈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홍철 총장은 “대구가톨릭대는 지역 최초로 개교 100년을 맞는 역사와 전통이 깊은 대학”이라며 “일부에서 소통과 화합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앞으로는 소통이 너무 잘돼 고민이라는 얘기를 들을 것”이라고 했다.

평생 직장의 절반이상을 기관장으로 지내온 홍철 총장이 대구가톨릭대를 어떻게 변화시킬 지 주목된다.

남승현기자 namsh2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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