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작가 ‘조용한 풍경’ 15일부터 분도갤러리
차분한 톤의 자연색이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한 조용하고 고즈넉한 풍경 속에 스며있다. 하지만 조용한 풍경은 여기까지다. 작품의 가장 눈에 띄는 공간에 배치된 해골, 집, 손, 새, 배 등의 소재들이 전체적인 감흥을 괴기스럽게 이끌며 조용함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약동하던 생명은 해골로 방치돼 있고, 새는 날기를 포기한 채 앉아있다. 한때 많은 사람들을 태웠을 조각배는 으스러지기 직전이다.
예술적 노동과 재능의 상징인 손 조차 빈 손으로 그려지거나 조각돼 있다. 무엇을 말함일까.
분도갤러리 윤규홍 아트 디렉터는 “이 소재들은 현재의 고단함과 인간소외를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조용한 풍경 속에는 최고의 반전, 최상의 역설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쓸모없음, 죽음, 닳음, 버려짐. 작가는 자신만의 언어로 현대인의 소외를 역설적으로 즐기고 있었던 것. 이상향과 인간소외를 극명하게 충돌시킴으로써 자신만의 이상향을 도드라지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윤 아트 디렉터는 “김영환은 일관되게 이상향을 탐구해왔다. 하지만 그의 이상향은 좀 다르다. 우리의 관념 속에 박재된 낭만적인 이상향이라기보다 현실이 반영된 좀 더 실현가능한 이상향을 꿈꾼다. 현상학적 이상향인 것”이라고 했다.
김영환은 독일 브라운 슈바익 조형예술대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유학시절 렘고시 창작후원상, DAAD 문예진흥상 등 여러 작가상을 받고 미술대전 등에서 입상했다. 회화, 입체, 설치, 판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해 오고 있는 작가의 이번 대구전시에서는 회화작품 10점과 테라코타로 제작된 조각작품 20여점이 설치작업형식으로 소개된다.
분도갤러리에서 오는 15일부터 내달 5일까지. (053)426-5615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