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 경화’ 속에 디플레이션 조짐
‘돈맥 경화’ 속에 디플레이션 조짐
  • 승인 2013.02.1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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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혈액이라 할 수 있는 돈이 돌지 않는 ‘돈맥 경화’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돈 회전속도인 화폐 유통속도가 지난해부터 급속히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광의통화(M2) 유통속도가 2011년 0.723에서 2012년 1분기 0.721, 2분기 0.710까지 낮아졌다가 3분기에는 0.698로 급락했다. 화폐 유통속도가 0.7 아래로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0.696 이후 처음이다.

돈의 유통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은 기업이나 가계가 돈을 쌓아두고도 투자하거나 쓰지 않고 그냥 보유하고 있다는 말이다. 가계부채 증가나 글로벌 양적완화 등으로 시중에 돈은 많이 풀려 있다. 은행도 돈을 대출해줄 데가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 돈이 생산투자나 소비, 고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지 않아 ‘데드 머니’가 되고 있다. 경제 혈관이 막혀 경제의 혈액인 돈이 순환하지 않고 있는 중증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돈이 돌지 않는다는 것은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한다. 가계는 급격하게 빚을 늘렸지만 부동산 등 실물자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빌린 돈을 소비하지 않고 빚을 상환하거나 그냥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돈의 가치가 떨어져도 가계나 기업이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려 하지 않는다. 화폐 유통속도는 미래 경기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은 한 계속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돈이 돌지 않으면 중앙은행이 통화를 늘려도 경기가 살아가 살아나지 않은 등 통화정책이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다는 것이 경제의 기본 법칙이다. 이런 현상이 ‘유동성 함정’을 심화시키고 이것이 다시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것은 두말 할 것도 없다. 디플레이션을 막으려면 중앙은행은 더 많은 돈을 풀어야 하는데 이것은 향후 경기가 반등이라도 하다면 폭발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가 있다. 따라서 정책 선택의 폭은 더욱 좁아진다.

돈이 돌도록 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 돈이 돌지 않는 것은 현재의 통화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한은은 금리를 좀 더 과감히 낮추는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 또한 돈이 흐르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제전망에 대한 신뢰회복이 중요하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자산가치가 오르고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확실한 기대감을 심어줘야 한다. 정책금융이나 재정정책도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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