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자영업자 ‘수난의 시대’
지역 자영업자 ‘수난의 시대’
  • 강선일
  • 승인 2013.02.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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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0명당 1.2명 꼴…경기 침체 여파 휴·폐업 속출

베이비붐 세대 중심

소자본 창업 경쟁 심화

과잉공급 양상 부작용
#. 중견기업에 다니다 명예퇴직한 김모(57)씨는 작년초 한식당을 창업해 점포 면적 40㎡에 종업원 2명과 함께 운영을 하다 7개월 후 손익을 따져본 결과, 종업원 인건비를 제외하면 투자비 1억원에 대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판단, 업종을 변경키로 했다.

중국집을 창업키로 한 김씨는 인근 점포(34㎡)를 보증금 3천만원, 월 50만원에 임대, 시설비 2천만원을 추가 투자해 중국집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중국음식 특성상 고액의 주방장 인건비와 배달원 구인에 어려움을 겪었고, 간단한 음식(자장면) 판매로는 매출의 한계가 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특히 주방장과의 잦은 마찰로 휴업하며, 결국 1년여만에 투자비 1억원 대부분을 날렸다. 그럼에도 불구 재취업 등의 마땅한 생계대책을 찾지 못한 김씨는 자신의 집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해 호프집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내수부진 심화 등으로 자영업 경기지표가 추락하고 있다. 반면 2011년 하반기부터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를 중심으로 한 영세 자본금의 ‘너도나도’식 창업 지속과 과잉공급에 따른 경쟁심화로 지역 자영업자들의 몰락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18일 소상공인진흥원에 따르면 전국 소상공인 사업체 3천2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지난달 소상공인 체감경기동향지수(BSI)는 65.5로 전월보다 24.3포인트, 작년 같은달에 비해선 17.3포인트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 54.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달 중 전망BSI도 83.6으로 전월보다 10.1포인트나 추락하며, 작년 11월부터 4개월 연속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벼랑끝으로 치닫고 있는 자영업 경기상황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 지난달 자영업자수가 작년 같은달에 비해 2만1천명이나 줄어들며 18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전국 지표와 달리 대구·경북지역 자영업자 수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동북지방통계청 및 한국외식업중앙회의 자료를 보면, 대구지역 자영업자 수는 2011년 1월 25만5천명에서 작년 1월 27만8천명으로 2만3천명이 늘었고, 여기에 올 1월에는 29만4천명으로 1만6천명이 더 늘었다. 대구시 인구를 250만명으로 봤을때 10명당 1.2명 정도가 자영업자란 의미다.

반면 외식업중앙회 대구시지부에 등록된 음식점은 작년말 현재 1만9천395개로, 2010년말 1만8천930개에 비해 465개 증가에 그쳤다.

이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외식업종 중에서도 대기업 등의 진출이 비교적 적어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한식(1만1천684개→1만220개)·중화식(1천431개→1천366개)·일식(606개→859개)은 일정수준의 증감을 보였지만, 대기업 프렌차이즈 진출 확대로 경쟁력이 취약하거나 초기자본이 비교적 적게 드는 양식(702개→217개)과 분식(1천241개→156개)은 등록업체수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그만큼 자영업자간 경쟁심화와 대기업과의 경쟁력 약화 등으로 인해 폐업하거나 휴업한 업소가 양산됐다는 의미다. 경영자총협회의 조사결과, 1990년대 초반까지 근로자 임금소득의 90%에 달했던 자영업자 소득은 2000년대 들어 60%대로 떨어졌다. 자영업자가 늘면서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대구경북연구원은 대구의 잠재적 베이비부머 중 상당수가 1∼2년내 소규모 자본으로 외식업계 문을 두드릴 것으로 전망하면서, 자영업 경기 위축 심화를 우려하는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대경연구원 관계자는 “경제가 발전하고, 산업기반 체질이 강화될수록 규모의 경제가 성립돼 자영업자 비중은 감소하고, 근로자 비중이 증가한다”면서 “대구의 자영업자 비중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지역경제가 허약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상공인진흥원 관계자는 “점포 오픈시 고객유치와 단골고객 확보에 실패하면 그것을 만회하는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모된다는 것을 창업자들은 명심해야 한다”면서 “때문에 창업은 아이템의 사업성 분석에서부터 입지선정, 상권특성, 타깃 고객 설정과 유치전략, 홍보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선일기자 ksi@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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