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의 나이도 열정은 못꺾었다
이순의 나이도 열정은 못꺾었다
  • 남승현
  • 승인 2013.02.1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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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학사모…‘만학의 꿈’ 이룬 화제의 2人
어려운 가정형편에 중학교 끝으로 학업 중단
사업 성공 후 다시 공부…“박사까지 마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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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졸업 안경규씨

젊은 시절 공부할 시기를 놓친 후 60세가 넘은 나이에 대학을 졸업하는 만학도들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들은 중학교 졸업후 어려운 형편으로 학업을 중단했다가 뒤늦게 다시 공부를 시작해 학사학위를 받아 젊은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청춘이냐 아니냐는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있냐의 문제죠. 늦었지만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모릅니다”

올해 63세의 나이로 오는 22일 영남대 학위수여식에서 경영학사 학위를 받는 창호용 하드웨어 전문업체 에이스이노텍(주) 대표이사 안경규(사진)씨의 얘기다.

그는 2009년 3월, 59살의 나이로 영남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1학년에 입학한 지 4년 만에 아들·딸뻘 되는 20대들과 함께 드디어 학사모를 쓰게 된 것이다.

경남 의령에서 5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9세가 돼서야 초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고,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입주과외를 하며 학업을 근근이 이어갔다. 그러나 고등학교 진학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고.

그는 “다행히 공부를 잘해서 선생님들께서 돌아가면서 등록금과 보충수업비를 대신 내주셨죠. 덕분에 중학교는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어요. 평생 잊지 못 할 스승님들이죠.”라고 말했다.

이후 안씨는 삼성재단 장학생에 선발돼 제일모직에 입사했다. 그러나 중졸이 최종학력인 그에게 주어진 일은 당연 허드렛일.

군 제대 후 학업 대신 사업으로 눈을 돌린 그는 1977년 맞춤복용 고급단추를 제작하는 가내수공업을 시작했고, 1980년 3월에는 결혼도 했다. 생활이 안정되는가했더니 기성복 시대로 접어들면서 맞춤복시장이 쇠퇴하고, 그해 8월 사업은 부도가 나고 말았다.

그래도 배움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없었던 그는 정부에서 중소기업육성정책의 하나로 실시한 무료세미나와 무료특강, 최고경영자과정, 리더십과정 등을 찾아다니며 귀동냥으로 경영이론을 쌓아 나갔다.

그럴수록 학교에서 제대로 된 공부를 하고 싶다는 바람은 더욱 커져만 갔고, 대학진학을 위해 학력미달이 고민이었던 그에게 드디어 길이 열렸다. 1년 3학기 과정인 경신정보과학고에 2007년 입학해 2008년에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2009학년도 대입 수시전형으로 영남대 경영학부에 합격했다.

사업에서도 꿈을 이뤘다. 2004년 1월, 대산산업에서 출발한 에이스이노텍(주)을 법인으로 전환하고 대표를 맡은 이후 2009년부터 4년 연속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주관 ‘전국품질분임조경진대회’에서 수상했고, 건축업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출액 60억 원 규모의 강소기업으로 키워냈다.

안씨는 “건강을 생각해서 좀 쉬라는 가족의 의견을 존중해서 올 한 해는 학업을 쉴 생각이지만, 내년에는 꼭 대학원에 진학해 앞으로 석사, 박사 과정까지 마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남승현기자 namsh2c@idaegu.co.kr

가난한 집안 장남…생계 때문에 고교진학 포기
직장 생활서 진급 등 차별…“이제야 한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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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대 졸업 황병조씨

68세란 나이에 만학의 꿈을 이룬 한 늦깎이 대학생이 알려져 화제다. 주인공은 포항대학교 세무부동산계열 황병조(사진)씨.

지난 15일 오전 포항대학교 평보체육관에서 제59회 학위수여식이 열렸다. 학위수여식 식장에서 시작 전부터 장내 정리를 하는 노신사 한분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손님들과 같이 손자의 졸업을 축하하고자 일찍 오신 졸업생의 할아버지 정도로 생각됐다. 이분은 잠시 후 학위수여식이 시작되면서 사각모를 쓴 주인공이 됐을 뿐만 아니라, 모범상 수상자가 됐다. 대부분의 수상자들은 목례를 하고 자기자리로 돌아가는 것과는 달리, 노신사는 수상 후 큰절과 함께 “포항대학교 감사합니다”라는 큰 함성을 외쳐 참석자들의 시선을 모았다.

늦깎이 졸업생인 황씨는 46년 포항 남송2리에서 7남매의 장남으로 출생했지만 어려운 가정생활로 인해 흥해초교를 졸업하고 동지중학교에 겨우 입학했다. 하지만 열악한 가정환경으로 신문배달을 통해 겨우 중학교를 마쳤다. 황씨는 중학교 졸업 후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감에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월남전에 참전했다. 어린 나이에 황씨는 군에서 전사하면 가족에게 보상금이 지급돼 가정에 도움이 될 것이며, 군을 마친 뒤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봉급을 모아 가족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절박한 목적에서였다. 황씨는 소년병으로 입대 후 1년 동안 대전통신학교를 거쳐 육군 기술하사관으로 월남에 파병됐다.

제대 후 고향으로 돌아온 황씨는 경북고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포항의 우수한 기업에 취업했다. 포항지역 최고 직장의 직장인의 자부심으로 시작한 사회생활은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시기에 입사한 다른 동료들과는 달리 진급이 늦어지자 또 한번의 차별을 느끼게 됐다는 것.

이를 계기로 70이 되기 전에 꼭 학위를 받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포항대학교 세무부동산계열에 입학했다. 교수보다도 나이가 많은 입학생이지만 20대 초반의 동료 학우들과 즐거운 대학생활을 즐겼다. 같은 학년의 학우들 사이에서도 고민을 나누는 동급생으로, 때로는 막걸리를 나누며 기댈 수 있는 친한 형, 오빠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등 모범을 보였다고 한다. 황씨의 대학생활은 대학생들의 모범이 됐음을 인정받아 교수님들의 추천으로 포항대학교 59회 졸업식에서 특별 모범상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황씨는 “입학 당시에는 학업을 마치지 못한 것으로 인한 한을 풀기 위해 입학했다. 나이는 많았지만 학생으로 인정해 주고 도움을 준 포항대에서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느꼈다.”면서 “내 나이 70전에 대학 졸업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포항=이시형기자 ls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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