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청년실업의 위기, 과연 돌파구는 없는가?
<대구논단> 청년실업의 위기, 과연 돌파구는 없는가?
  • 승인 2009.04.2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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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규 (대구보건대학 교수)

세계금융위기가 실물위기를 거쳐 고용위기로 이어져 지난달 실업자 수가 약100만에 육박했다고 한다. 실업자 수가 100만에 달한 것은 2001년 이후 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고 공식 실업자 통계에서 빠지는 취업준비생과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하면 실재 실업자 수가 350만 정도로 추정되어 성인인구의 10% 이상이 실업상태라 결론지을 수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 한달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 수가 19만5천명(0.8%) 감소해 외환위기 이후 최악으로 나타났고, 특히 청년 실업률은 8.8%로 2005년 2월의 9.0%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되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고용동향이 구직자들을 `패닉(공황)’ 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취업포털은 공식적인 `실업자 100만 시대’ 또는 `취업 빙하기’라 불리는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 길게는 내후년까지 갈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채용시장의 앞날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젊은이들의 표정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고 사회구조적인 문제로만 해결될 수 없는 한계의 폭이 커서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어려웠던 시절엔 힘들게 아이들 뒷바라지해서 대학만 보내면 앞날이 밝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가 있었고 실재로 대학졸업 후 진로가 그런대로 괜찮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젠 `대학 4년 필수, 5년 선택’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대학졸업 후 취업 재수생이 많이 늘었고 어떤 경우는 재학 중 전공공부는 뒷전으로 한 채 취업을 위한 어학능력 향상이나 자격증 취득 또는 공무원 시험 준비에 전력을 쏟는 학생들도 부지기수이다. 심지어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되지 않아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하고 다시 전문직 진출에 유리한 전문대학을 다시 입학하는 사례가 늘어 `학력U턴 대학’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난 실정이다.

내가 근무하는 대학도 그 대표적인 대학 중 하나인데 언제부턴가 수백 명의 대졸 또는 대학원 졸업자들이 매년 지원하고 있고, 그 중에는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들도 종종 있어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문제점을 교육현장에 있으면서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어느 사회이든지 산업사회는 상하부구조의 시스템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고 1, 2, 3차 산업과 첨단산업의 각 부문별 인재가 적절히 고르게 분포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산업현장에는 82% 가량이 대학 졸업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졸자가 20% 정도 비율을 차지하는 영국의 경우와 비교할 때 그 격차가 너무 크다고 생각된다.

선진국의 경우를 참고해 계산적으로 따져본다면 우리나라 규모의 경제 산업 규모에 적절한 대학졸업자 비율은 약 15% 정도 내외라고 한다. 결국 현재의 교육과잉 시장이 60% 이상의 예비 청년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올 들어서만도 청년실업자는 이미 37만 명으로 계속해서 늘고 있는 추세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은 오히려 10만에서 15만으로 증가하고 있어 `구직난 속의 구인난’이라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사실 중소제조업의 만성적 인력 부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학까지 졸업한 고급인력에게는 이것저것 따질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이다.

대학에 근무하면서 산업체로부터 취업자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고 아직 취업하지 못한 졸업생들과 상담을 해보면 주문사항이 이만저만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대부분 다른 지방은 갈 수가 없다고 하고, 또 대구지역 내에서도 버스노선이 한번 만에 없다거나 출퇴근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갈수 없다거나 휴무일이 자기의 희망과 맞지 않다거나 급여수준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등의 구실로 차라리 한동안 쉬면서 더 나은 조건이 있을 때까지 기다려보고 싶다는 의견을 수 없이 들어오고 있다.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도전정신이나 소위 `헝거리정신’이 조금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다. 어려운 때일수록 세계경제 탓만 해서는 안 된다.

정부에서 지금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나누기와 고용확대도 중요하겠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대기업과의 처우 격차감소를 위한 제도개선, 중소기업의 정규직 채용에 대한 지원, 중소기업의 현장교육(OJT)에 대한 직업능력개발 지원과 작업환경개선사업 지원 등 다각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고, 구직자들은 평정심을 가지되 무작정 취업을 늦추기보다는 눈높이를 조정해 내실 있는 기업 발굴에 눈을 돌리는 등 공백기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도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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