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스토커’...한 소녀의 위태로운 감성
<새영화> ‘스토커’...한 소녀의 위태로운 감성
  • 승인 2013.02.2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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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아빠의 죽음…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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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여자’가 되는 순간 세상의 빛깔은 달라진다.

남들과 다른 이 특별한 소녀에게 그 변화의 임계점은 폭발할 듯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박찬욱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만든 영화 ‘스토커’는 스릴러라는 한 가지 장르의 성질로 규정하기 어려운 복잡한 결을 지녔다. 조금 잔혹하긴 하지만,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 같기도 하고 한 소녀의 불안한 성장영화 같기도 하다. 소녀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과정의 깨질 듯 위태로운 감성을 어느 영화에서보다 더 섬세하게 그려냈다.

인디아 스토커(미아 바시코브스카 분)는 열여덟 살 생일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빠를 잃는다. 아빠의 장례식에는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 찰리(매튜 구드)가 나타난다.

인디아는 수상한 그를 경계하지만, 엄마 이블린(니콜 키드먼)은 그에게 호감을 갖고 가까워진다.

찰리는 인디아에게 묘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고 학교로 데리러 오거나 우산을 챙겨주는 등 친절을 베푼다. 인디아 역시 그를 의식하지만, 겉으로는 애써 피하려 한다.

며칠 뒤 인디아 모녀를 위로하러 방문한 고모 할머니(재키 위버)는 모녀가 찰리와 함께 지내는 것을 걱정하며 뭔가를 얘기하려 하다가 찰리를 옹호하는 이블린의 냉담한 반응으로 쫓기듯이 떠난다. 어느날 인디아는 엄마와 찰리가 키스하는 것을 목격하고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그리고 아빠의 서재를 치우다 의문의 사진들과 편지 다발을 발견하고 놀라운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처음부터 여러 가지 의문투성이로 시작해 관객의 호기심을 부풀린다. 인디아 아빠의 죽음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고, 그와 함께 나타난 찰리의 존재에는 수많은 의문 부호가 따라다닌다. 장례식의 모든 사람이 존재조차 몰랐다고 말하는 이 남자는 과연 진짜 삼촌인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찰리를 대하는 늙은 가정부의 태도는 더욱 의구심을 부풀린다. 겉으론 완벽해 보이지만, 무엇 하나 드러나지 않는 이 남자의 존재는 그 자체로 스릴러다. ‘옴 파탈’이라 할 수 있는 그의 치명적인 매력은 두 여자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며 집안의 공기를 기묘하게 달군다.

찰리를 바라보는 인디아의 눈빛은 복잡하다. 아버지와 닮은 남자, 자신과 같은 DNA를 공유하고 있는 듯한 느낌은 그녀의 뇌리에 그를 각인시키지만, 그를 둘러싼 기이한 공기와 그녀를 응시하는 진득한 눈빛은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영화의 백미인 피아노 듀엣 연주는 인디아의 욕망과 두려움이 교차하며 갈등의 온도가 최고조로 끓어오른 순간을 보여준다.

봉인돼 있던 소녀의 본능과 욕망은 폭발하고, 여자이자 어른이 된 인디아는 삼촌 찰리의 존재를 통해 자신의 안에 있는 포식자의 야수성을 발견한다.

스릴러의 긴장감을 켜켜이 쌓아올리는 방식엔 알프레드 히치콕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특히 공중전화 부스 장면이나 샤워실 장면 등이 눈에 띈다. 서재가 박제로 꾸며진 설정은 히치콕의 ‘싸이코’를 떠올리게 한다.

처음과 끝이 하나로 연결되는 인트로와 클로징 시퀀스를 비롯해 박찬욱 감독의 작품답게 미장센(화면 구도)이 돋보이는 장면이 많다. 도입부에서 반복되는 정지 화면은 한 편의 사진 작품을 보는 느낌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저택과 정원, 미술관을 연상시키는 정원의 구형 조각물, 초록 숲·잔디의 색감과 어우러지는 인디아의 파스텔톤 원피스, 노란 리본으로 묶인 선물 상자, 고풍스러운 피아노 등 아름다운 배경과 소품, 의상이 어우러져 영화의 감성을 돋보이게 한다. 28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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