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따도 생계 막막
자격증 따도 생계 막막
  • 강성규
  • 승인 2013.02.24 15: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황하는 중년> 2.‘너도 나도’ 자격증

공인중개사 과포화…기존 업소도 적자경영 ‘신음’

주택관리사보 자격 취득자도 넘쳐…취업 ‘별따기’
“지금은 거래 자체가 거의 없는데…, 공인 중개사가 유망하다는 것도 다 옛날 말이지”

6년 전 공인중개업소 문을 연 Y(49·달서구 장기동)씨는 40대 초까지 중견기업을 다니다 퇴직한 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고 사무실을 차렸다.

그는 “그 당시는 시험도 어려운 편은 아니였고, 워낙 떼돈을 번 사람들이 많아서 너도나도 부동산쪽으로 갈아탔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부동산 수요도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결과적으로 공인중개사 과포화 상태가 일어난 것이다.

Y씨는 “몇년 전 전세대란부터 부동산 시장 자체가 죽었다. 몇 달 전부터는 기본적인 인건비 감당도 힘들어 인력까지 줄였다”며 “더이상 유지가 힘들 것 같아 다른 일을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월평균 5만여건으로 200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나마 있는 거래는 인터넷 부동산과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로 쏠리고 있어 ‘동네 복덕방’이 살아남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양도하려 내놓은 K(47·남구 대명동)씨는 “적자경영에서 벗어나질 못하니 어쩔 수가 없었다”며 “오히려 부업으로 했던 대리 운전이 벌이가 된다”고 했다.

주택 거래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부동산 중개업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줄어들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05년까지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접수자 수는 23만 명이 훨씬 넘었지만 2006년부터는 꾸준히 줄어들면서 지난해는 7만명까지 떨어졌다.

이런 실정에서도 40대 시험 응시자는 전체의 평균 33%를 차지하고 있다. 직장을 나온 후 딱히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험에 매달리는 것이다.

2000년 초반에는 40대 사이에서 주택관리사보 자격증이 ‘반짝 호황’을 이뤘다. 이는 1997년부터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수가 급증하고, 아파트 관리 및 경비직을 채용할 때 주택법에 따라 공동주택 자격증 소지가 의무화되면서 유망 직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년없는 직업’으로 알려지기도 하면서 40대 등 조기 퇴직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1년에 수용할 수 있는 공동주택 관리자는 최대 500여명. 매년 꾸준히 신규 주택관리사보 자격 취득자가 평균 2천 명씩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취업 자체가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이 또한 부동산 중개사와 마찬가지로 응시자가 매년 줄어들어 2011년에는 3천 명, 지난해는 1천 명에 불과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40대가 몰리면서 50~60대 등 기존 종사자들의 일자리에 위협이 되고, 수요 대비 공급 초과 현상까지 일어나며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대구 남구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관리사 일을 하고 있는 J(56)씨는 “정년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라며 “지역에 따라 조금 차이는 있어도 암묵적으로 만 60세가 정년이라고들 한다. 혈기왕성한 젊은 사람들도 많은데 누가 늙은이들을 쓰려고 하겠느냐”고 했다.

그는 또 “요즘은 기계로 하니까 경비원 없는 곳도 많더라. 어떻게든 인건비를 줄이려고 하니까...일자리는 줄어드는데 사람들은 계속 몰리니까 월급도 많이 낮아졌다”라고 씁쓸해 했다.

40대 퇴직자 중 일부는 ‘공무원’ 및 ‘공기업’, ‘공인 노무사’, ‘경영 지도사’ 등의 채용 및 자격증 시험에도 도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합격하기에는 그야말로 ‘하늘에 별따기’.

최근에는 그동안 ‘3D직업’이라고 불리며 천대 받았지만 임금, 정년보장 등의 고용조건 및 대우가 상대적으로 좋다고 알려지면서 지자체 환경미화원 공채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과잉경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강성규·김지홍기자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