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원유·볼펜…서로 연관성 있는 재료”
“피·원유·볼펜…서로 연관성 있는 재료”
  • 황인옥
  • 승인 2013.02.2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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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현대작가 안드레이 몰로드킨

획기적 소재 선택 이유는? 특별한 경험에서 나온 우연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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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 몰로드킨
지리하던 겨울의 끝, 향긋한 봄내음이 회색빛 도심을 감싸 안던 최근, 대구를 방문한 러시아의 주목받는 현대작가 안드레이 몰로드킨(47)을 만났다.

40대 후반으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호남형의 그가 부드러우면서도 호기심 어린 미소로 인터뷰에 임했다.

올 2월 초까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세계적인 현대미술가들과 함께 단체전으로 한국과의 첫 만남을 가진 이후 개인전으로 국내 전시는 대구가 처음이라고 했다. 전시는 4월 28일까지 우손갤러리에서 열린다.

안드레이 몰로드킨 하면 석유와 볼펜, 그리고 인간의 피를 작품의 소재로 활용하는 작가다. 다소 섬짓할 수 있는 인간의 피와 인간에게 공기처럼 익숙한 석유를 동일시하며 각각 또는 둘을 혼용한 자극적인 작품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그에게 석유는 경제 뿐만 아니라 정치에서도 국가 간의 민감한 이슈로 비춰진다. 작가는 인간의 삶에 깊숙이 침투한 석유를 통해 석유 이면에 잠재된 정치 경제적인 현상을 드러내는데 집중한다.

몰로드킨은 러시아 부이 출신으로 2009년 제53회베니스비엔날레 러시아관을 대표하는 작가로 선정되며 세계적인 호평을 받았다. 미국 워싱턴과 독일 뮌헨, 영국 런던 등 세계의 유명 미술관과 공공 및 사립 기관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피와 오일, 볼펜이라는 액체를 작품에 활용한 계기가 있다면.

“소재가 획기적이고 전달하는 메시지가 정치와 경제에 맞닿아 있다. 보다 광범위한 사회 현상을 다룬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지만, 사실 이 특별한 소재의 선택은 저의 특별한 경험에서 나온 우연의 산물이었습니다.”

-특별한 경험이라면 구 소련군 복무를 얘기하는 건지요.

“예. 저는 젊은 시절 구 소련군으로 복무했는데 그때 제 보직이 시베리아 원유 수송 담당이었습니다. 당연히 늘 접하던 대상이 원유였지요. 또 볼펜은 군 복무시절 가족이나 친지에게 편지 쓰는 용도로 군에서 지급한 유일한 문화매체였지요. 군 복무 당시 이 볼펜을 이용해 드로잉 작업을 시도했고, 제대 후에 자연스럽게 원유를 작품에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어떤 연관성을 가지나요.

“원유는 현대사회의 정치·경제에서 인간의 피와 동일한 존재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또 볼펜은 인간이 죽을 때까지 일하듯 잉크가 떨어질 때가지 일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람의 일생과 같다고 보는 것이지요. 이런 점에서 이 세 재료는 서로 회통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얘기하기 위함입니까.

“ 작가는 늘 새로운 시각적 언어를 만들어 내야하는 강박관념이 있지요. 하지만 새로운 시각적 언어에 앞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의 사회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언어를 찾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지요. 저는 사회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소재로 사회, 정치, 경제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오일을 활용했고, 오일이 갖는 정치·경제적 문제를 사람들의 시야 속으로 끌어 들인 것이지요.”

-구체적으로 이 소재들이 어떻게 작품에 활용됩니까.

“미국 종교의 심벌인 예수님 상에 무슬림 국가의 심벌인 이라크 석유를 넣음으로써 종교싸움 배후에 있는 석유를 둘러싼 기싸움이라는 현실을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이것을 통해 인간의 석유 의존현상, 원유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여주는 것이지요. 기회가 된다면 북한 사람의 피와 남한 사람의 피를 섞은 작품을 통해 한국의 현실도 말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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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몰로드킨  작 /news/photo/first/201302/img_90666_1.jpg'TRANSFORMER NO. V57/news/photo/first/201302/img_90666_1.jpg'
-대구전시에는 어떤 작품들이 소개됩니까.

“볼펜 드로잉 작품들과 원유와 네온으로 이뤄진 작품 20여점을 소개합니다. 전시작품은 모두 한국 전시를 위한 최근작들입니다.”

- 대구가 첫 방문인데 느낌은 어떻습니까.

“새로운 곳에 흥미를 가지는 성격이라 대구에 온 느낌도 흥미롭습니다. 좋은 갤러리가 대구에 많다는 것은 놀랍습니다. 우손갤러리 수준이면 유럽에서는 미술관 규모지요. 대구의 예술적 수준에 놀랐습니다.” (053)427-7736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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