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가길' 알고보니 도심재생사업 수단
'어가길' 알고보니 도심재생사업 수단
  • 강성규
  • 승인 2013.03.0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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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순종황제 어가길’ 조성사업

‘치욕적 역사’ 논란 해명

역사적 사실·가치보다

국비확보 위한 ‘아이템’
대구 중구청이 치욕적인 역사인 ‘순종황제 어가길’ 조성과 관련(본지 4일자 5면 보도), “비극적 역사를 통해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사업을 강행 중이지만 사업추진의 진정성보다는 구청 핵심사업인 ‘대구 도심 문화벨트 조성 사업’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중구청이 순종황제 어가길 사업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다크투어리즘’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중구청 도시경관과 관계자는 4일 “도심재생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국비를 받아올만한 ‘아이템’이 필요하다”며 “순종황제 어가길 그 자체에 대한 역사적 사실이나 가치보다 이를 통해 도심재생사업을 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역사적 사실 및 사업의 의미와 가치를 두고 제기 된 논란과 비판에 대한 해명이었지만, 이로 인해 구청이 진정성 있는 문화 사업으로 이를 추진한 것이 아니라 도시경관 사업을 위한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순종황제 어가길 조성 사업은 지난 2008년 말 처음 추진계획을 밝힌 이래 역사적 사실 및 그 의미와 가치를 두고 끊임없는 논란과 비판이 제기돼 왔다.

구청은 이에 대해 ‘다크투어리즘’을 명분으로 내세워 사업을 계속 추진할 뜻을 밝혀왔다.

다크투어리즘이란 비극적 역사나 큰 재난과 재항이 일어난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기 위해 떠나는 여행을 의미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관광지로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우리나라에는 ‘제주 4.3공원’, ‘5.18국립묘지’ 등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비판과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서태영 문화연구소장은 “다크투어리즘의 취지와 의미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지하철 참사 현장, 10월 인민항쟁 등 대구에는 보존하고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실과 현장이 많은데 굳이 엄청난 예산을 들여 순종황제 어가길 복원사업부터 추진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지역 문화단체의 한 관계자는 “구청의 말대로 하자면 제대로 된 다크투어리즘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길 이름부터 ‘순종황제 어가길’이 아니라 ‘이토 히로부미 순행길’로 정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중구청이 사업을 강행하다가 논란이 증폭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하나의 명분으로 이용한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대구지역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재조명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우선순위를 무시한 채 어가길 조성사업부터 하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실정에서도 구청이 중구청이 핵심사업인 ‘도심재생 사업’ 추진을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빗발쳐왔는데 4일 해명으로 구청 스스로 이를 인정한 것이 됐다.

중구청 사업의 핵심 컨텐츠라고 할 수 있는 ‘문화’를 대하는 구청 관계자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솔직히 거기 어가길을 조성해 놔도 누가 관심있게 보겠냐”며 “역사적 사실이나 스토리 등 여러 아이템을 모아 도심재생사업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것이지 어가길 조성사업 자체가 핵심은 아니다”라는 말까지 했다. 이에 대해 서 소장은 “중구청 관계자들이 ‘문화’를 하나의 상품이나 사업추진을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주민들의 의식 함양과 공동체 복원의 매개체로 쓰여야 할 문화 컨텐츠들이 관광 및 도시개발을 위한 하나의 ‘아이템’ 정도로 쓰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주오·강성규기자 kim-yns@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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