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생활공간 ‘화장실에 빠졌다’
유쾌한 생활공간 ‘화장실에 빠졌다’
  • 김상만
  • 승인 2013.03.0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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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김영덕 (주)티앤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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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덕 (주)티앤비 사장은 /news/photo/first/201303/img_91457_1.jpg"화장실을 보면 그 사회의 문화척도를 알수 있다/news/photo/first/201303/img_91457_1.jpg"면서 /news/photo/first/201303/img_91457_1.jpg"21세기 우리나라 화장실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나갈 것/news/photo/first/201303/img_91457_1.jpg"이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문경시 영순면 의곡리 깡촌에서 태어난 시골소년이 철든 후 한 우물을 파 마침내 우리나라 화장실 문화를 선도하는 CEO로 우뚝 섰다.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굳은 신념 하나로 숱한 어려움을 뚫은 김영덕(50) 사장은 화장실 사업을 천직으로 삼았다. 지난 1989년 금강타일을 설립, 화장실 용품을 중심으로 한 건축자재를 취급하고 2000년 금강 T&B 화장실 전문회사로 전환했다.

이어 2008년 화장실 용품 제작과 화장실 인테리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티앤비(TNB) 법인을 설립했다.

화장실에 관한한 전국 최고의 회사로 육성하는데 매진, 그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온 김 사장은 지난 2012년 1월 ㈜티앤비건설(시설물유지관리) 법인을 설립하고 그해 6월 경북 영천시 대창면으로 공장을 확장 이전하면서 명실상부한 화장실 업계의 선두주자로 자리잡았다.

2008년 12월 ISO9001 품질경영시스템 인증획득, ISO 14001 품질경영시스템 인증획득, 2009년 6월 나라장터 조달물품 등록(화장실칸막이, 벽판넬시스템), 2009년 1월 환경부장관 표창장 수상, 2010년 3월 벤처기업 등록, 2011년 5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BIZ) 인증, 2012년 11월 화장실문화품질(TCQ7002)인증획득 제3회 녹색화장실 문화대상 기업부문 행정안전부장관상 수상, 2013년 1월 Q마크 인증획득 녹색인증 우수조달 진행 중 등의 기록을 만들어가고 있다.

숨가쁘게 달려왔고 동종 업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신용은 나의 좌우명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지난 2월 28일, 대구 월드컵 경기장 앞 커피숍에서 만난 김 사장은 “화장실을 보면 그 사회의 문화척도를 알 수 있다”면서 “21세기 우리나라 화장실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나갈 것”이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2남 2녀 중 셋째로 태어난 시골출신인 그는 ‘소’ 감별 전문가라는 특수 직업을 가진 아버지(김창수) 밑에서 경제적 어려움 없는 유년시절을 보냈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키는 작았지만 다부진 체격으로 어디에서도 빠지지 않는 적극성을 보이며 강한 성격의 소유자로 성장했다.

중학교 2학년때 밤새 놀다 새벽녘에 집으로 돌아온 그는 소죽을 끊이던 아버지를 보고 “죽었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걱정과는 달리 아버지는 호통을 치기는커녕 그를 성인으로 인정하고 “이제 네 행동에 책임을 져라, 살면서 반드시 신용만을 지켜라”는 말씀을 남겼다.

김 사장은 “이 말은 이후 어려울 때 마다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좌지우지하는 좌우명이 됐다”면서 “힘든 시기 나를 지탱해 줬다”고 돌이켰다. 이후 김 사장은 아들(강타)이 초등학교 5학년이 됐을때 선친의 이 같은 가르침을 주지시키면서 가훈이 됐다.

문경공고 기계과 1기생으로 입학했지만 당시 대학의 실업계 5% 특채 제도가 폐지된 후 대학 진학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서울로 올라가 분식집에서 접시도 닦고 나이트클럽에서 테이블 임대, 장사를 하기도 했다. 고생만 하고 재미는 못봤다. 혈기왕성했던 시절, 생각처럼 세상은 녹록치 않았다.

다시 형이 살고 있는 대구로 내려와 카메라 세일즈로 나서기도 했다. 수입은 쏠쏠했지만 항상 내길이 아니다라는 정신적인 압박감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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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덕 ㈜TNB사장이 지난 2011년 경향 하우징페어 렌칭쇼에서 화장실 자재를 설명하고 있다.
◆ 내 사업을 하고싶다

27살때인 1987년 여름, 김 사장은 한국통신공사에 특채로 합격했지만 ‘내길이 아니다’는 생각에 이내 포기를 했다.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으로 온통 가득차 있던 김 사장은 대구시내를 걷다가 중구 북성로에서 동진싱크타일 간판을 보고 불쑥 들어갔다.

‘내 사업을 해보겠다’는 생각은 우연찮게 싱크대, 타일, 변기 등을 주로 취급하는 욕실과 화장실 건축자재로 눈을 돌리게 했다.

당시 사장으로부터 일할 자리가 없다는 말에 3개월간 무보수로 일하겠다고 떼를 써 채용됐다.

김 사장은 가장 먼저 문을 열고 가장 늦게 문을 닫으면서 일을 배웠다. 책임감 있고 성실한 그의 자세는 3개월 만에 사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었다.

청소하고 짐을 나르던 일을 끝내고 물건을 매입하고 계약하는 중추적인 역할 맡았다. 그 바닥에서 차츰 성실함을 인정받은 김 사장은 일을 한 지 6개월 만에 동종 업체인 A사의 스카웃 제의를 받게 됐다.

다니고 있는 곳보다 2배 이상의 보수를 제시 받았지만 2년내 독립을 목표했던 김씨는 고심 끝에 이를 거절했다.

평생의 동반자인 아내 황미숙씨를 만나 3년의 열애 끝에 28살 때 결혼하고 29살때인 1989년 마침내 서성로에 욕실과 화장실 건축에 들어가는 타일과 변기 등을 취급하는 ‘금강타일’ 문을 열었다.

사업은 그런대로 굴러갔다. 신용을 생명처럼 여긴 그의 자세는 주위에서도 인정하기 시작, 이름하나 내걸고도 수천만원 어치의 물건을 외상으로 구입하는 저력을 갖추게 됐다.

직원을 늘리고 사업을 확장하면서 숨가쁘게 달렸다. 1997년 IMF의 악몽도 김 사장은 잘 넘겼다.

그러나 완벽한 기술력이 뒷받침 되지 않은 상태에서 화장실을 넘어선 종합 인테리어까지 손을 댄 것이 실수였을까? 1998년 종합적인 상업 인테리어로 사업을 확장한 후 고배를 마시게 됐다.

IMF도 넘겼던 저력은 맥없이 무너졌다. 당시 통용되는 어음은 휴지조각이 됐다. 받을 돈은 고스란히 떼이고 줄 돈은 집을 비롯해 가진 모든 것을 팔아 악착같이 갚았다. 이때도 선친이 남긴 ‘신용을 지켜라’는 말을 철칙으로 여기고 행동했다.

모든 것을 털고 맨땅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지만 자신은 있었다고 한다.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

주변에서 김 사장의 저력을 믿고 음양으로 밀어주면서 2000년 금강 T&B 화장실 전문회사로 재정비하고 다시 신발끈을 조였다.

돈에 대한 압박을 받으면서도 그 동안 닦아온 인맥과 실력으로 한걸음 한걸음 힘겹게 단계를 밟아갔다.

빈털터리가 됐지만 믿고 따라온 아내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수 없다는 정신도 재기에 큰 도움이 됐다. 부도사태에 혼쭐난 후 학교와 관공서 등의 화장실 리모델링 등 관급 위주로 사업을 확장해 갔다.

당시 사회는 화장실을 단순히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최소한의 공간이란 전근대적 개념을 탈피, 휴식과 재충전의 공간으로 인식하는 사고의 대전환이 일던 시기였다.

특히 2002년 월드컵을 치른 후 골프장과 고급 건물에서 화장실을 최고의 시설로 꾸미기 시작했고 고속도로 화장실 또한 대변화를 꾀하고 있었다.

새로운 화장실 문화 정착을 주장하던 정부의 영향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와 학교 등에서도 화장실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절묘한 타이밍을 타고 화장실 리모델링 사업은 순풍을 탔다. 이 시기에 조성된 경북 모 골프장의 화장실은 김 사장이 아직도 즐겨 이야기하는 메뉴다.

그도 그런 것이 김 사장이 직접 개발한 타일이 지역의 대표적인 현대화된 화장실 전체를 도배하게 됐으니 그만큼 더 애착이 갔을 것이리라. 일본 디자이너가 수십개의 화장실 타일을 검토하다 김 사장의 타일을 선택, 시공함으로써 큰 자부심을 느꼈던 현장이다.

2006년에는 화장실 사용 유무를 전기 공급없이 화장실 내부의 일반 형광 불빛만으로 솔라셀에 의해 표시해주는 반영구적 최첨단 장치인 ‘솔라도어락’을 개발, 국내화장실 칸막이, 판넬업계의 다크호스로 부각했다. 2008년 ㈜티앤비 법인으로 전환한 후 본격적인 도약이 시작됐다.

대구 수성아트피아, 대구경북지방병무청 징병검사소, 경북 군위 부계중 등 수많은 화장실을 리모델링하면서 자연스레 홍보효과도 커졌다.

2009년 ㈜티앤비에서 직접 설계 시공한 문경새재 공중화장실은 행정안전부와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가 공동주최한 ‘제 11회 아름다운 화장실’ 전국 공모에서 금상을, 대구경북징병검사소 화장실은 동상을 차지, 기업표창을 수상했다.

같은해 ㈜티앤비는 친환경·녹색화장실 문화를 선도한 공으로 한국화장실협회(KTA)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했다.

2011년 2월에는 대구·경북 화장실 관련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정부부처가 공식후원하는 ‘2011 경향하우징페어’ 신제품 발표회 런칭쇼에 초청돼 환경친화형 화장실 칸막이와 화장실 공조시스템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김 사장은 올해부터는 한국화장실협회에서 행안부의 지원을 받아 지난 2011년부터 시행 중인 ‘사랑의 화장실 지어주기’에 동참, 새로운 기운을 얻고 있다고 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가구의 낡은 화장실을 새로 지어주는 사업으로 화장실 전문가인 김 사장은 심사에서부터 실사와 시공까지 참여하고 있다. 성주에서는 재래식 화장실로 불편을 겪는 한 할머니 딱한 사정을 접하고 최신식 화장실을 지어준 후 할머니의 ‘감사하다’는 한마디에 뭣보다도 큰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화장실 업그레이드, 끝은 없다

화장실 개선을 위해 발로 뛰면서 담당자를 만나 새로운 화장실 문화와 변화를 입 아프게 설명하던 시절은 가고 소비자들이 ㈜티앤비를 찾으면서 김 사장을 비롯한 20여명의 직원들은 더욱 바빠졌다.

㈜티앤비는 화장실에 대한 단순한 제품 설치, 칸막이 시공에서 탈피해 화장실 기획에서부터 연구개발, 설계, 시공, 제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을 한꺼번에 하는 국내 유일의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김 사장은 이를 바탕으로 한단계 더 도약키로 하고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항균 내후성이 우수한 환경친화형 화장판넬을 개발, 친환경적 녹색화장실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하고 있다.

김 사장은 화장실 건축과 관리에 대한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최근 시간을 쪼개 대구 영진전문대 야간부에 입학하는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김 사장은 말했다. “화장실을 설계하고 설치하는데 머물지 않고 설치한 화장실에 대한 사후관리 시스템까지 도입하면서 처음 시설할 때만이 아닌 항상 깨끗한 화장실을 유지, 고객들에게 다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화장실은 이제 쾌적성에 만족하지 않고 기능성에다 심미성 그리고 즐거움을 느끼며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는 정신건강의 공간으로 인식돼야 한다”면서 “㈜티앤비가 그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덧붙였다.

화장실 업계의 작은거인 김영덕 사장의 ‘화장실’을 향한 사랑과 열정은 끝이 없다. ㈜티앤비 itnb@hanmail.net 054-334~3336

김상만기자 ks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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