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작품 다른 공간…‘차이의 미학’
같은 작품 다른 공간…‘차이의 미학’
  • 황인옥
  • 승인 2013.03.1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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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문화회관 ‘GAP’展

‘유리상자’ 전시실 거쳐간 젊은작가 37인 중 6인의 작품 일반 전시실로 옮겨 재조명

톡톡 튀는 발상과 소재… 새로운 세상과 소통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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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에 대한 반응은 천차만별. 프랑스는 ‘똘레랑스(다름)’로 존중하는 반면, 한국은 ‘틀림’으로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호의적 수용과 적대적 배척의 극명한 예다.

같은 한국사회 내에서도 ‘차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사뭇 다르다. 예술분야에서는 ‘차이’야말로 개인의 독특성, 창의성이라며 한껏 추켜세운다. ‘차이’ 또는 ‘다름’이 감지되는 촉감과 온도에 국가와 분야마다 다를 수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공간의 ‘차이’ 탐구전

봉산문화회관의 특별한 전시실인 ‘유리상자’는 ‘차이’와 ‘다름’을 시각화하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4면이 유리로 구성된 독특한 구조의 이 전시실은 ‘단절’과 ‘소통’이라는 서로 이질적인 요소를 ‘차이’와 ‘다름’으로 회통하며 고차원적인 융합으로 이끈다.

독특한 전시실에는 보다 독특한 작품이 제격. 봉산문화회관 정종구 전시기획담당자가 ‘유리상자’전시 작가를 섭외하는 기준 역시 ‘독특함’이다.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독특함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37명의 의욕 넘치는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 ‘GAP’展은 이들의 작품을 일반전시실로 옮겨 소개하는 전시다. ‘유리상자’ 전시를 거쳐 간 37명의 작가들 중 6명을 선정해 재조명하고 있다. ‘차이’와 ‘다름’이라는 일관된 메시지는 여전하다. 여기에 ‘공간적 차이’, ‘작품 선정자의 다름’까지 더해져 ‘차이와 다름’은 한층 깊어진다.

정종구 전시기획담당자는 “‘유리상자’에서 ‘다름’을 화두로 37명의 전시를 했다. ‘다름’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의 작품을 또 다른 공간에서 소개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이번 전시가 출발했다”며 “37명의 작가 중 6명을 선정하는 것 역시 첫 기획자였던 제가 아닌 분도갤러리 윤홍규 아트디렉터에게 위임했다. 또 다른 ‘다름’의 시도인 셈”이라고 소개했다.

◇톡톡 튀는 6인전

이번 전시에는 권남득, 김미련, 박정현, 신경애, 정세용, 한유민 등 모두 6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톡톡 튀는 발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6명의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성 짙은 작품을 유리상자에서 일반전시실인 1~3전시실로 옮겨 소개한다. 특히 공간이 주는 차이에 비중을 두었다. 이 관점에서 ‘사이드B’라는 주제는 적절해 보인다.

권남득 작가는 감지기와 화면 위의 철가루, 자력 작용 등을 이용해 어린시절 대청마루에서 본 해질녘 ‘검은 산’의 추억을 움직이는 동양 산수화로 시각화하고 있다.

김미련 작가는 관객이 주사위를 던져 그 결과에 따라 다른 영상을 보여주는 인터렉티브 미디어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도시 외곽이나 시골의 안개 자욱한 늪, 눈 쌓인 마른 숲, 시원한 강변 풍경 등을 보여주며 도시의 풍경과 대비, ‘차이’와 ‘틈’의 담론을 환기시킨다.

박정현 작가는 굴곡과 장애가 있는 바닥면을 제시하고 기성과 다른 ‘불편함’이 오히려 익숙한 주변 사람과 환경, 자연 등을 되돌아보게 하고 그들과의 새로운 소통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신경애 작가는 거대한 포크 형상으로 시각화한 ‘뉴트럴’을 소개한다. 반투명한 재료를 이용해 중간지대, 중성의 묘미와 그로 인한 공간과의 적절한 융합, 확장이 작품의 메시지다.

10년 세월을 동일한 주제로 천착해 온 작가는 종이로 만든 포크 모양을 별 의심 없이 포크로 인식하는 시지각의 불완전성을 주제로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새로운 설치 작업들을 시도한다.

한유민 작가는 인생이라는 뮤지컬 무대 위에 서 있는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현재를 주제로 한다. 캐릭터가 그려진 이불과 쿠션을 쌓은 작은 방에 지친 이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치유의 공간을 연출한다. 벽의 내·외부에 그려진 드로잉과 회화 작품의 ‘사이’를 제시해 긴장 이완 혹은 편안함을 거니는 치유 동선을 선보인다.

정세용 작가는 천천히 움직이며 표면에 빛을 뿜어내는 빛 기계와 주변공간을 수놓으며 변화하는 빛 그림을 선보이며 어린 시절의 우주에 대한 상상을 조형화하고 있다. 어두운 벽과 천정 공간 가득히 밝은 별빛 점들을 수놓는 돔형 발광체를 바닥에 설치해 관객이 우주의 여백, 틈 사이를 드나들며 항해하는 상상을 펼치게 돕는다. 전시는 16일까지.(053)661-3081.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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