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의료보험의 약관은 전문가도 알아 볼 수 없도록 지나치게 어렵고, 상품도 유사내용이 수백 가지 여서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선택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또한 납부한 보험료에 비해 받는 보험금이 너무 낮다. 우리나라 민영의료보험의 지급률은 60% 정도인 것으로 발표된 바 있는데 미국이 80%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낮다.
참고로 국민건강보험은 국민 1인당 연평균 보험료 부담액이 32만2,039원인 반면 공단이 1인당 진료비 등으로 병원 등에 지급한 비용은 55만5,286원으로 지급률이 172%에 달한다. 민영의료보험 활성화는 필연적으로 건강보험재정을 악화 시키고 전 국민의료비 증가를 가져오게 한다.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은 OECD 국가에 비해 낮은 보험료를 부담(소득의 5%)하고 낮은 보장(64%)을 받고 있다. 독일(15.5%), 프랑스(13.5%), 일본(8.2%), 대만(8.5%)도 우리보다 많은 보험료를 내고 보장성도 대부분 80% 이상이다. 이들 국가는 보장성이 높아서 국민들은 굳이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보장성이 낮아 민영의료보험이 활성화 되어 있다. 보장성을 높이는 것이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이다. 하지만 비용대비 효과 측면에서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매우 우수한 제도로 외국에서 평가되고 있다.
민영의료보험 활성화는 공 보험 체계의 조직적 기반을 무너뜨리고 사회보험의 위험분산효과 및 소득재분배 기능을 약화시켜 사회복지 제도의 근간인 건강보험의 기능을 그 만큼 줄이는 결과가 될 것이다. 민영의료보험 활성화는 전 국민의료비를 증가시키며 민영보험사의 수익만 올릴 뿐이다.
외국에서 우수한 제도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의 건강보험제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보장성을 선진국 수준인 8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건강보험은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가난한 국민들을 질병으로부터 지켜주는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때까지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건실화에 주력해야 한다.
장영재 (국민건강보험공단 경산청도지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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