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만 더”…패가망신 늪으로
“한번만 더”…패가망신 늪으로
  • 김무진
  • 승인 2013.03.1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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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탕주의 만연> 1.대구 TV경마장 가보니

오전 12시 1천여명 운집 경기끝나자 아쉬운 탄식

일부 고객들만 환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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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 한국마사회 대구마권장외발매소(TV경마장)를 찾은 고객들이 경마예상지를 분석하거나 마권 발매 창구에서 마권을 구입하고 있다. 김무진 기자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생활이 팍팍해지면서 미래가 불투명해진 서민들이 쉽고 빠른 방법으로 돈을 보충하려는 소위 ‘한탕주의’가 우리 사회에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열심히 일해 봤자 생활이 더 나아질 게 없다’는 밑바닥 정서가 만연하면서 일확천금의 헛된 생각이 일상에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서민들은 로또와 경마, 주식, 카지노 등을 통해 크게 ‘한 건’ 해보려고 혈안이 돼 있고 최근에는 사설 불법도박까지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탕주의의 실태와 이로 인해 야기되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 한탕주의의 원인과 해결방안 등에 살펴본다. <편집자주>

오랜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부의 축적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팍팍한 현실을 탈출하려는 많은 서민들이 ‘한탕주의’에 빠져들고 있다.

몇 몇 소수만이 부를 독식, 계층간 이동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의 사회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많은 서민들이 ‘깡통인생’의 위험을 무릅 쓰고 로또와 경마, 도박 등의 늪에 빠지는 뒤틀린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11시 40분께 대구 달성군 가창면 한국마사회 대구마권장외발매소(TV경마장).

낮 12시부터 시작되는 첫 경기를 앞두고 이곳 1층 지정좌석을 비롯해 2~4층 일반실 경마장은 ‘한방’을 노리고 찾은 1천여명의 고객들이 각자 한 손에 출전 말의 컨디션, 부담 중량, 말의 혈통 등의 베팅 정보가 담긴 경마예상지를 유심히 보면서 구매표 카드에 컴퓨터용 싸인펜으로 베팅 금액 및 말에 칠하는 데 정신이 없었다.

베팅을 끝낸 고객들은 빠른 걸음으로 마권 발매 창구로 향해 구매표 카드와 함께 돈을 낸 뒤 1게임당 최대 5만원까지 마권을 구입했고, 첫 경기 베팅 마감 시간이 다가오자 모든 마권 발매 창구는 순식간에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낮 12시 부산경마장에서 경기가 시작되자 고객들은 TV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경기 중계에 집중했다.

2분 남짓한 시간 끝에 첫 경기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아쉬움의 탄식이 흘러나왔고, 일부 고객들만 환호성을 내질렀다.

아울러 점심시간인 탓에 일부 고객들은 경마장 내 위치한 편의점을 찾아 빵과 우유 등 간단한 먹거리를 구입, 끼니를 해결했고 1층 지정좌석실에 자리 잡은 고객들은 경마장에서 제공하는 무료식사를 급하게 먹은 뒤 또 다시 다음 경기 베팅을 대비했다.

친구 1명과 이곳을 함께 찾은 직장인 이 모(46)씨는 “경마를 시작한 지 10년쯤 됐는데 그동안 많은 돈을 잃었다”며 “하지만 한 번 발을 들여놓은 뒤부터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경마를 끊기가 쉽지 않아 아직까지 이곳을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마사회 대구지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대구 TV경마장의 연 입장객 수는 수치상으로는 지난 2009년 이후 조금씩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2011년 7월부터 입장료를 받은 것을 감안하면 큰 폭의 감소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구 TV경마장의 연 입장객은 지난 2008년 30만3천174명, 2009년 35만1천537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2010년 34만6천988명, 2011년 31만2천708명, 2012년 30만2천708명으로 다소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매출은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해 2008년 1천250억원, 2009년 1천243억, 2010년 1천356명, 2011년 1천467명, 2012년 1천597억원을 각각 나타내며 입장객 수 대비 1인당 베팅액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재현 한국마사회 대구지점 과장은 “예전에는 1년간 경기 일수가 140일정도 됐는데 150일로 10일가량 늘면서 매출이 꾸준히 늘어난 것 같다”며 “이와 함께 경기 수도 예전에 비해 더 많아지면서 매출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복권·경마·경륜·카지노·체육진흥투표권·경정 등 6대 사행산업의 매출은 2000년 6조원대에서 2012년 20조원대로 급증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0.62%를 차지하는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0.58%보다 높은 것은 물론 OECD 가입국 중 6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무진·강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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