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히 번져 내려
구슬을 이루었네
벌레가 살며시
풀포기를 헤치듯
어머니의 젖빛
아롱진 이 수병으로
이윽고 이르렀네.
눈물인들
또 머흐는 하늘의 구름인들
오롯한 이 자리
어이 따를손가.
서려서 슴슴히
희맑게 엉긴 것이랑
여민 입
은은히 구을른 부프름이랑
궁글르는 바다의
둥긋이 웃음 지은 달이라커니.
아롱아롱
묽게 무늬지어 어우려진 운학
엷고 아스라하여라.
있음이어! 오,
저어기 죽음과 이웃하여
꽃다움으로 애설푸레 시름을
어루만지어라.
오늘
뉘 사랑 이렇듯 아늑하리야?
꽃잎이 팔랑거려
손으로 새는 달빛을 주우려는 듯
나는 왔다.
오, 수병이여!
나의 목마름을 다스려
어릿광대
바람도 선선히 오는데
안타까움이야
호젓이 우로에 젖는 양
가슴에 번져내려
아렴풋 옥을 이루었네.
▷부산 출생. 동양외국어전문대학 노어과 수료. 1956년『현대문학』추천을 통해 등단.
1972년 46세를 일기로 타계. 시집「청자수병」(1969) 유고시집「벌거숭이 바다」등이 있다.
구자운의 `청자수병’은 5연의 자유시로 직유와 은유의 표현 기법을 통해 청자수병의 전통미를 표현하고 있다. 특히 섬세하게 다듬어진 세련된 시어 구사가 돋보인다.
청자수병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한 이 시는 `현대문학’을 통한 시인의 등단 작품이기도 하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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