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5(죽순을 캐다가)
길-5(죽순을 캐다가)
  • 승인 2013.03.1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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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국 시인
대밭에서 시간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았다

죽순을 캐다가

대나무들의 사각거리며 우는 소리 들었다

사그락사그락 보름달빛 발걸음소리

한잎 두잎 베어 먹는 달빛소리 들었다

그때마다 후두두 떨어지는 초록의 소리를

죽순을 캐다가 들었다



대밭 모퉁이에서 졸고 있는 봄 햇살

시간을 갉아먹고 있는 바쁜 손길

가난아기 기저귀 채우듯

죽순을 캐는데

대나무가지 사이로 배회하는 바람

야윈 손가락으로 어린 죽순을 꺾는다



한 겹 두 겹 옷을 벗길 때마다

너의 영롱한 속살은 드러나고

나는 과장된 순수에 얼굴을 붉힌다

대밭에서 죽순을 캐다가

달빛보다 더 고왔던 연애시절

아내를 생각한다


▷▶957년 통영시 출생. 한국문협, 경남문협, 수필추천작가회 회원, 한국시민문학회(낙동강문학) 자문위원, 수향수필문학회 회장 3년 역임, 통영문협 감사(현), 시집 : 나의 빛깔

<해설> 고운 의성어와 아름다운 우리말이 적절하게 어우려져 한편의 풍경화가 담겨진 동화책을 보는 것 같이 마음이 맑아진다. 아울러 순수하고 고왔던 시인과 아내와의 연애 시절을 떠 올리며 아내의 맑디맑은 모습이 동화 속 주인공처럼 늘 함께함을 알 수 있다. -이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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