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자신보다도 이웃을 살린 분들
<대구논단> 자신보다도 이웃을 살린 분들
  • 승인 2009.01.0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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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신천 강변도로에서 팔달 다리나 동서변동 방향으로 달리다보면 경상북도 도청 뒷산에 해당하는 연암공원(북구 산격동 산 79-1번지) 비탈에 우람한 기와집이 서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집이 바로 구계(龜溪) 서침(徐沈) 선생을 기리는 구암서원(龜巖書院)이다.

서침 선생은 조선조 세종 때에 현재의 달성공원 일원의 땅을 나라에 내놓을 것을 요구받자 그 조건으로 대구지방 주민들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도록 건의하여 관철시킨 지사(志士)이자 자선가였다.

당시 달성은 달성서씨 세거지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지형이 두형(頭形)같고 주위가 천연적으로 높은 성벽을 이루고 있어 명승지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이에 나라에서는 이 땅을 요충지로 여겨 성곽을 세운다는 명분으로 그 땅을 내어 놓기를 종용하였다.

땅을 내어 놓으면 당시 영선못과 서문시장 일원의 농지에서 거두어들이는 세금을 주는 것은 물론 남산(옛 남산병원) 일대의 땅과 큰 벼슬자리도 제안하였다. 그러나 당시 달성 서씨의 주손이었던 서침 선생은 모두 사양하고 대신 대구 지방 일대에서 거두어들이는 환곡의 이자를 감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당시 백성들은 가뭄으로 먹을 것이 귀하였는데 높은 환곡 이자까지 더하여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그러자 나라에서는 선생의 뜻에 따라 대구 부민들은 환곡 한 섬 당 이자로 한 말만 내게 하였다. 당시 환곡 이자는 전국적으로 한 섬 당 한말 닷 되였다. 이 혜택은 그 후 5백년이나 계속되었다.
이에 대구 부민들은 그 은덕을 기려 구암서원을 발의하게 된 것이다.

구암서원은 귀암서원이라고도 하는데 원래는 귀암사(龜巖祠)라는 사당으로 시작하였다. 귀암사는 1665년(현종 6년)경 현재 봉산동의 제일여자중학교 자리인 연구산에 문중 사당으로 설립되었는데 1675년(숙종 원년) 3월 29일 대구 유림에서 백성들을 구휼한 서침 선생을 봉안하고 매년 제사를 올림에 따라, 1718년(숙종 44년)에 중구 동산동, 현재 신명여자고등학교 자리로 이건할 때 서원으로 승격되었다.

이 때 서침(徐沈) 선생과 더불어 명문장가인 사가(四佳) 서거정(徐居正), 학자인 서해(徐解)와 서성(徐省) 등 4인의 인물을 함께 배향하였다. 그러나 대원군 집권 후인 1868년에 한때 훼철되기도 하였다.

그 뒤, 1924년 영남 유림에서 다시 세우고, 1943년 숭현사(崇賢祠)와 강당을 증수(增修)하였다. 이후 도시의 개발이 가속화되자 1995년 다시 동산동에서 이곳 연암공원으로 옮긴 것이다.

신천 제방을 쌓은 이서(李敍) 선생도 이웃을 규율한 대구의 인물이다. 당시 용계동에서 흘러내리는 냇물이 봉덕동과 건들바위 잎을 지나 서문시장 쪽으로 흘렀기 때문에 홍수만 나면 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매우 컸다. 그리하여 이서 선생이 발의하여 제방을 쌓고 물길을 돌리게 된 것이다.

이때 생긴 내 이름이 바로 신천(新川)인데 지금은 이 신천도 시내 한복판이 되고 말았으니 도시의 팽창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어 왔는지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이다. 현인은 가도 그 가르침과 용기는 영원히 남는 법이어서 지금도 달성공원 경내에는 대구광역시가 지정한 아름드리 서침 나무가 우뚝 서 있다.

그리고 신천 동로가 끝나는 상동교 지점에는 이서 선생을 기리는 이공제비(李公堤碑)비각이 새롭게 단장한 채 우리를 맞고 있다. 이공제비는 이서 선생이 쌓은 제방에 대한 비석이라는 뜻이다.

서침나무와 이공제비는 개인의 영화보다도 뭇사람들의 행복을 먼저 생각한 선각자의 자세로 오늘날의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다. 모두가 힘을 모아야하는 이 어려운 시기에 이웃을 위해 일하신 분을 떠올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이러한 선각자들의 혜안에 힘입은 바가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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