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暴 대책 뒷전…감사에 매달려
學暴 대책 뒷전…감사에 매달려
  • 이종훈
  • 승인 2013.03.1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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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교육청 학생생활지도 부서 ‘모르쇠’ 일관

학부모들 “행복한 학교 만들기 헛구호” 원성
경산에서 한 고등학생이 학교폭력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으로 대통령까지 나서는 판에 정작 해당 경북교육청은 사태파악 후속조치 등 대책마련은 뒷전이고 교육부 감사에만 매달려 학부모들의 원성이 높다.

도교육청에는 학생생활을 지도하는 부서에 학교폭력대책팀 5명, 학교안전망 담당 6명, 학교문화팀 3명 등 15명으로 구성돼 있으나,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모두가 ‘모르쇠’로 버티고 있어 국민적 관심사를 나 몰라라 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지난 11일 최(15)군이 23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사망한지 4일이 지난 14일까지도 도교육청은 이번 사건에 대해 언론 브리핑이나, 기자들의 취재에 전혀 협조를 하지 않아 ‘폐쇄 행정’을 한다는 지적도 자초한다는 여론이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학교에서 조금만 더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졌다면 한 학생의 목숨을 건졌을 것이라는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만큼이나 교육당국을 원망하는 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경북에는 학생자살 사건이 2012년 10건이 발생해 2011년 9건 보다 1건이 늘었다.

이에 따라 경북교육청은 ‘학교폭력 없는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 학생 생활지도 기본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이는 △학교폭력 선제대처 능력 및 책무성 제고 △조기발견과 신고로 가·피해학생의 즉각적 조치 △학교폭력 유해 요인차단과 안전 인프라 확충 및 공감을 통한 폭력예방 등이다.

그런데 이번 최 군이 남긴 유서와 경찰의 조사 내용을 보면, 이와 같은 도교육청의 학교폭력 예방 대책이 일선학교에서는 전혀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2011년 여름께 최 군이 동기생 A(15) 군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다리에 멍이 생겼다고 담임교사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최 군이 유서에서 가해학생으로 지목한 권모 군은 이들이 다녔던 중학교에서 ‘짱’으로 통하며 7~8명이 몰려다니면서 학생들 돈을 빼앗고 폭행을 일삼았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또 최 군과 같이 고교에 진학한 B군이 기숙사 생활을 함께하면서 발로 배를 한차례 폭행했고, B 군도 권 군으로부터 중 1~3학년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폭행을 당한 것을 목격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더욱이 권 군은 숨진 최 군을 중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보는 가운데 바지를 내리고 중요부분을 보이도록 괴롭힘을 당하는 폭력을 행사해도 학교에서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것이 학부모들의 반응이다.

학부모 이모(여·45·포항시 죽도2동)씨는 “이번 경산 학생 자살사건을 보면, 경북도교육청의 ‘학교폭력 없는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는 헛구호”라며 “교육부 감사가 재발방지를 위해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파헤쳐 책임을 지울 사람은 엄중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 감사팀이 내려와 감사를 벌이는 바람에 보고서 작성 등에 정신이 없어 민원을 돌 볼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lee0071@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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