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주의 만연> 가정 파탄…사회까지 중병
<한탕주의 만연> 가정 파탄…사회까지 중병
  • 강성규
  • 승인 2013.03.14 18:4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판치는 불법도박

가산 탕진·사채까지 동원

도박빚에 온가족 ‘수렁’

사설 토토도 유행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오염
대학생 김현경(가명·여·23)씨는 도박에 빠진 아버지 때문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중견기업에 다니던 현경씨의 아버지는 벌이가 나쁘지 않았음에도 3~4년 전부터 ’노름’에 빠져 가산을 탕진했다. 그 이후 아버지는 회사에서까지 쫓겨났지만, 도박은 계속 끊지 못했고 나중에는 사채까지 쓰면서 도박 비를 마련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도박 때문에 쌓인 빚은 수 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도박에서 벗어나기는커녕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져 들었다. 심지어 몇 년 전부터는 술을 입에 대고 살기 시작했고, 만취하면 어머니에게 손찌검까지 하기 시작했다.

현경씨는 “어머니가 식당 서빙 일을 하시고 내가 과외를 하면서 돈을 벌어 빚을 조금씩 갚고 있지만 아직까지 막막하기만 하다”며 “이 수렁에서 벗어나려면 아버지가 도박에서 손을 떼야 하는데, 아버지도 그것을 아시지만 끊질 못하시고 있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한탕주의‘가 만연한 사회.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도박이다. 도박에 한 번 빠져들었다 하면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할뿐더러 알코올 중독, 가정폭력 등 또 다른 문제들의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현경씨 아버지의 경우처럼 단순히 ’큰 건’ 잡아보겠다는 욕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승부욕을 자극해 패배할수록 오히려 도박에 빠져들게 되며 결국에는 온전한 이성까지 마비 시킨다.

최근에는 이른바 ’사설 토토‘라고 하는 불법 스포츠 도박이 확산되고 있다. 사설은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스포츠 토토와 그 방식은 유사하지만 배당액에서 큰 차이가 있다.

같은 시간에 여러 경기가 열리는 ’유럽 챔피언스 리그‘ 조별예선에서 1경기에 배팅하면 경기에 따라 1.2배~8배 정도의 배당률을 보이지만, 경기 5~6개를 한 번에 묶으면 배당률이 수십 배에서 많게는 수백 배까지 오른다.

배팅 방식도 다양하다. 단순한 승패가 아니라 세부적인 경기 내용에까지 배팅을 거는 것이다.

야구 경기에서 선발투수가 초구를 스트라이크를 던질지 볼을 던질지, 농구의 경우 양 팀의 특정 선수 중 누가 득점을 더 많이 하는지에 돈을 거는 ‘선수 겨루기’ 등이 그 예다.

이러한 사설 토토는 사이트 주소만 알면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스포츠 토토로 만족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이 큰 배당액에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서 그 규모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대두되고 있는 프로 스포츠계의 ’승부조작’도 이로 인해 시작됐다. 배당액이 클수록 유혹에 빠져들기 쉽고, 방식이 세분화 될수록 경기조작도 쉬워지기 때문이다.

축구, 야구, 배구, 심지어 e-스포츠까지 대규모 승부조작에 감독과 선수들이 연루된 것이 밝혀졌으며,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승부조작이 어렵다는 농구에서 강동희 전 원주 동부 감독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이 적발 돼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강 감독은 승부조작을 댓가로 받은 돈을 자신의 도박비로 사용했으며, 강 감독을 포섭한 브로커도 사설 도박을 하다 재산을 탕진해 브로커로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도박으로 인해 순수하다고 여겨지던 프로 스포츠가 승부조작으로 오염되고 있으며, 그 가담자들도 도박에 빠져 조작을 일으키는 등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도박이 개인과 가정, 사회에 미치는 병폐가 심각한 수준이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사설 토토의 경우 대부분 법망을 피해 해외에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어 적발이 어려울뿐더러 검거 되더라도 대부분 ’솜방망이‘처벌에 그쳐 재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1년까지 적발된 사설 토토 운영자 46명의 평균 구형은 15.2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마저도 실제 복역한 피고인보다 집행유예가 1.6배 더 많다.

불법 도박 근절을 위해선 운영자 및 가담자에 대한 강력한 단속 및 처벌, 해외 사이트까지 수사할 수 있는 법체계 마련과 함께, 도박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상담 지원 확대 등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무진·강성규기자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