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다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다
  • 황인옥
  • 승인 2013.03.1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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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 ‘DNA’展

일상적 가치·미학의 소통 현대미술 새 트렌드 제시

다양한 재료·독특한 발상… 작품 150여점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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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필연 작 ‘Momentum’
막힘 없이 여러 사물에 두루 통하는 통섭(通涉)의 바람이 미술계에도 예외없이 거세다. 미술과 디자인, 미술과 건축, 미술과 영상, 미술과 행위가 소통하며 하나의 작품 속에 통섭되는 현상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대구미술관이 봄의 시작과 함께 새롭게 소개하는 ‘DNA’展도 통섭이라는 시대적 현상을 구현하는 작품들을 주로하고 있다. 조병수, 안필연 등 11명의 예술가와 디자이너, 공예가, 건축가들이 참여, 미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는 작품 150점을 소개하고 있다. 전시는 “일상적 가치와 미학이 소통하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경향을 느껴보는 전시로 준비했다”는 대구미술관 김선희 관장의 의도가 곳곳에 묻어나며 재미거리로 풍성하다.

이번 전시에 참가한 김영석 작가는 전통결혼식에 신부가 쓰는 족두리 작품을 소개한다. 금, 은, 산호, 비취, 진주, 옥, 루비, 에메랄드 등을 재료로 다양한 변화를 모색한 족두리들이다. 서양식 결혼문화의 정착으로 일상과 유린된 전통 족두리가 디자이너의 화려한 손의 향연으로 예술 작품으로 승화되고 있다.

박정현 작가가 추구하는 가치는 완벽에 대한 반항, 즉 마이너스에 대한 옹호다. 나무 바닥은 울퉁불퉁하게 각을 세우고 테이블은 기울어지게 비틀었다. 생활 속 효용들에 덧씌워진 일반화의 개념 비틀기로 보였다.

꼴의 변화는 있을지언정 기능은 완벽하다. 일그러진 모양과 배치되는 완벽한 기능성은 이 작품이 갖는 반전이기도 하며 관객들의 호기심을 끄는 요소기도 하다. 마이너스에 대한 작가의 옹호에 관객들의 소통이 분주히 일어나고 있는 코너다.

신미경 작가는 서양의 조각상이나 옛 도자기를 비누로 정교하게 재현하고 있다. 시공간의 변화에 따라 그 원본이 본래 가졌던 의미가 전혀 다른 맥락에서 향유될 수 있다는 문화적 번역에 대한 작가 나름의 사색의 결과들이다. 이번 전시에는 ‘translation’, ‘ghost’ 시리즈를 소개한다. 도자기의 형태와 문양을 차용하고 도자기의 대량생산 방법 중 하나인 캐스팅의 형식을 취한 작품들이다.

안필연 작가는 조각, 설치예술, 퍼포먼스 등 장르를 초월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이번 전시에서는 ‘Momentum’라는 거대한 알과 나팔꽃 형상을 연상시키는 단순한 형태의 조형을 소개한다. 이 형상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존재의 탄생과 탄생 전의 에너지’에 대한 상징의 대체물로 작용하고 있다. 다소 거대한 작품의 규모가 뿜어내는 아우라는 예술에서 건축으로 감상의 지평을 확장하려는 작가의 의도로 읽혔다.

이광호 작가는 PVC튜브, 전선과 같은 공업재료를 꼬고 매듭짓는 방식으로 의자, 조명, 소파 등의 일상용품을 제작한다. 재료의 물성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오랜 수작업이 반영된 디자인들이 주를 이룬다. 기계적인 대량생산품에서 느낄 수 없는 일품적 가치에 힐링마저 느끼게 한다.

조병수 작가는 건축의 외관보다 공간을 통한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의 공간은 재활용된 사과나무 박스와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스테인리스 재질의 슈퍼 미러로 이루어져 있다. 최소한의 요소로 이루어진 공간 속에서 관람객은 나와 타자, 빛, 공기 등 주위의 여러 요소들을 함께 생각하고 경험할 수 있다.

이밖에도 이중근 작가는 일상적이고 현대사회를 반영하는 특정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배치하고 구성하고, 이헌정 작가는 건축의 재료인 콘크리트와 도자를 접목해 사용 가능한 가구를 만들고 , 최우람 작가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 설화를 부여한 가상의 기계생명체를 만든다.

또 하지훈 작가는 소재에 대한 진지한 탐구로 그동안 우리나라 장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나전 칠기, 섬유 등을 이용, 이 시대에 맞는 전통의 가치와 의미를 담은 현대적 가구 디자인을 선보이고, 한무창 작가는 캔버스 위에 드러난 복잡한 이미지는 나무판이나 종이를 던지는 작가의 행위로 인한 우연적 형들과 이성적으로 배치한 여러 색의 조합들을 소개한다. 6월 23일까지. (053)790-300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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