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불감증 공화국
안전 불감증 공화국
  • 승인 2013.03.1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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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종 시인
얼마 전 불산 유출사고를 냈던 구미에서 이번에는 다른 회사가 염소 유출사고를 내어 그야말로 사고 연발이다. 이 땅의 민초들 같이 안전 불감증에 걸린 국민은 지구상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일찍이 1977년 11월11일 밤 9시10분에 일어난 ‘전북 이리역 화약 폭발사고’는 당시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화약회사 호송원이던 신모씨는 다이너마이트를 실은 열차 화물칸에서 숙식을 하면서, 밤에는 딴 곳도 아닌 바로 폭약상자 위에 촛불을 켜놓고 살았다. 불과 다이너마이트는 공존할 수 없는 상극인데, 무감각하게 화약상자 위에 켠 촛불을 방치하고 살았다니 듣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하다. 화약이 딸릴 때라, 화순탄전과 문경탄전 간에 화약쟁탈전(?)이 벌어졌는데, 문경탄전 측의 약발(?)이 약했던 것일까? 상호 쟁탈전 끝에 화약이 화순탄전으로 가게 됐다. 이리역에서 잠시 정차했는데, 호송원 신씨가 외출했다가 깜박하는 사이에 대 폭발참사가 일어나게 됐던 것이다.

당시 이리역에서 몇 백 미터밖에 안 되는 이리극장에서 쇼 프로에 출연하여 노래를 부르던 가수 하춘화(당시 21세) 양이 천정이 무너져 떨어지는 파편에 맞아 쓰러졌다. 사회를 보던 코미디언 이주일(정주일) 아저씨 등에 업혀 응급실로 갔는데, 하춘화양을 업었던 이주일씨 얼굴에서도 피가 흘러내렸다. 이리역 화약폭발사고는 이 땅이 얼마나 안전 불감증에 걸렸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줬다. 사고의 주범 신씨 보다 한국화약측의 허술한 안전관리가 더 호되게 여론의 매를 맞았다.

점촌역에서 주택이 멀지 않은 필자는 그때를 생각만 해도 정신이 아찔하다. 당시 문경탄전이 화약확보 로비에서 이겨 점촌역에서 폭발사고가 났다면 점촌지역과 내 신상에 어떤 폐해가 닥쳤을까 더 상상하기도 싫다.

세상살이는 이긴 것 같아도 진 경우가 있고, 졌다고 생각했는데 이긴 경우도 있다. 매사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덤덤히 지켜보는 관조적 자세가 바람직하다. 같은 지역에서 얼마 안 되는 기간에 대형사고가 연거푸 일어나다니, 이해하려 노력해도 이해가 잘 안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 같이 보양에 민감한 화상들도 없을 것 같다. 정력에 좋다면 뱀도 산채로 홀랑 껍데기를 벗기고 날로 먹어치운다. 방송프로에서도 지역특산물을 소개하면서, 남녀 거시기에 좋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정력관리에만 예민할 게 아니라 안전관리, 안보 관리에 더욱 민감해야 한다. 요사이 주부들도 노령화가 심하여 가스안전에 문제가 많다.

가스사용이 끝나도 밸브를 그대로 열어놓아 가스폭발 사고도 초읽기가 되어가고 있다. 가스를 취급하는 주부나 노파의 남편이나 자식들은 주방가스밸브 잠그기를 수시로 확인하여, 치매 직전에 있는 주부의 실수를 예방해 주어야 한다.

가족을 사랑하는 것은 말로 하는 게 아니라 가스나 전열기 사용이 끝난 뒤 뒷 점검에 온 가족이 유념해야 한다.

인생의 행복과 불행은 큰 데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사소한 일에서 화복이 결정된다.

세상살이가 날로 재미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행복한 젊은 날이 지나면, 우울한 노년이 기다린다.

노년이 불행하지 않기 위해서는 늙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한다. 늙으면 기억력이 쇠퇴하여 미처 못 챙겨 실수하는 일도 본의 아니게 생길수도 있다.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면 자녀나 배우자로부터 이해를 구할 수 있는데, 늙으면 우기기만하고 자기의 잘못을 인장하지 않아, 남들이 보기에 답답할 때도 많은 게 사실이다.

늙으나 젊으나를 떠나 최소한 안전의식불감증이나 안보의식불감증이 없이 한결같은 인생살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안전의식불감증이, 안보의식불감증이 이웃과 국가에 해악을 끼쳐서는 안된다. 안전의식이나 안보의식은 우리가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백번 강조해도 모자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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