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현·허경환 잇는 새 얼굴이 안 보인다
김준현·허경환 잇는 새 얼굴이 안 보인다
  • 승인 2013.03.1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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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월만에 최저시청률…‘개콘’ 위기 오나

새 코너 효과 미미…‘현실 풍자’ 코너 잇단 폐지

톱스타 개그맨들 사회적 책임 높아져 소재 제약

1인자 자리 확고…프로그램 창의성 점점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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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닐슨 코리아.이하 전국 기준). 지난 17일 KBS 2TV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받은 성적표다. 일요일 밤의 최강자로 군림하며 시청률 20%의 벽을 보란 듯이 넘나들던 ‘개그콘서트’가 지난 10일 15.2%에 이어 2주 연달아 15%대의 시청률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 2011년 9월 11일 14.6%를 기록한 이래 1년6개월 만의 최저치. ‘개그콘서트’는 지난 12월 KBS 연예대상서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을 차지하고, 담당 서수민 PD가 지난 14일 한국PD대상에서 ‘올해의 PD상’을 수상하는 등 지난해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어느 때마다 높아진 시청자의 ‘눈높이’와 변화의 바람 앞에 ‘개그콘서트’도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개콘’ 변신 중…확 바뀐 코너들

‘개그콘서트’는 새해 들어 새 코너를 대거 선보이며 변신을 꾀했다.

17일 전파를 탄 ‘개그콘서트’에서는 코너 16개 가운데 ‘애니뭘’·‘미필적 고의’·‘왕해’ 등 올해 새로 들어선 코너가 9개에 달했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이상훈·송준근·김성원·이종훈 등이 출연, 인기 작곡가 ‘신사동 호랭이’를 패러디한 ‘신사동 노랭이’ 코너도 이날 처음으로 시청자를 만났다.

서수민 PD는 지난해 연말 시상식을 앞두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크리스마스와 연말 특집을 통해 1월부터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하고 있다”며 새해부터 어느 정도 변화를 꾀할 뜻을 드러낸 바 있다.

이는 지난해 큰 인기를 누린 ‘비상대책위원회’·‘꺾기도’·‘네 가지’ 등에서 각각 활약한 김준호·김준현 ‘쌍두마차’를 잇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19일 “원초적인 개그에서 최효종의 등장으로 사회를 이해해야 아는 ‘공감 개그’를 선보여 ‘개콘’의 시청 연령대가 높아졌다”며 “그 이후 ‘까불이’ 같은 김준호 캐릭터의 ‘꺾기도’ 등이 부상해 다시 슬랩스틱류의 웃음이 주를 이뤘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러다 최근에는 다시 공감 관련 개그로 넘어오고 있다. 어느 한 쪽에 머무는 게 아니라 왔다 갔다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최근 ‘개그콘서트’의 흐름을 짚었다.

◇“다음 스타 탄생할 기반 마련”

그러나 이 같은 코너 개편이 성과를 거뒀는지는 ‘물음표’다.

김준호·김준현·허경환 같은 ‘에이스’들을 ‘인간의 조건’·‘해피투게더 3’ 등의 예능프로그램에 분산 배치해 ‘개그콘서트’와 다른 KBS 예능 프로그램 사이의 시너지 효과를 함께 노렸지만, 이들의 자리를 잇는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지적이 많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다음 스타가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금은 이미 익숙한 사람들이 꼭지를 짜서 나온다. 그들이 스타가 된 것처럼, 다음 사람들을 이끌어낼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개그콘서트’를 통틀어 ‘인간의 조건’ 멤버 이상의 그 ‘무언가’가 나오지 않다 보니 전체적으로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설명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전성기를 이룬 김준호·김준현 같은 이들을 받쳐줄 차세대 주자가 나왔어야 하는데 세대교체가 늦어진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또 “김준현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굉장히 신선했다”며 “그러나 같은 사람만 계속 소비되면 지루해질 수 있다. 새로운 얼굴이 올라와 여러 코너와 프로그램에 산개해야 균형이 맞는데, 그 균형이 잡히지 않은 상태”라고 부연했다.

‘개그콘서트’가 지닌 1인자의 지위가 오히려 프로그램의 창의성을 갉아먹었다는 분석도 있다. 개그맨이 ‘톱스타’의 지위를 누리게 되면서 개그 연기를 펼칠 때 예전과는 달리 이런저런 제약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것.

‘용감한 녀석들’은 지난해 거침없는 독설로 큰 인기를 누렸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반말 충고’가 화제를 끌고, 힙합 가수 이센스가 이들을 ‘디스’(깎아내림)하는 등 여러 논란에 시달리다 발언 수위를 대폭 낮추기도 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1등이라는 지위 때문에 사회적 책임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개그맨 위상이 높아지면서 생긴 부작용이다. 예전처럼 소재를 자유롭게 뽑아내기 어렵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 “개그맨은 서민의 눈높이에 있을 때 훨씬 공감이 가게 된다”며 “이미 높아져서 힘을 가진 개그맨에 대해서는 대중의 정서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실 공감에 기반을 둬야”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개그콘서트’가 현실을 바탕으로 한 웃음에 좀 더 힘을 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 ‘개그콘서트’에서는 노비와 양반 사이의 대조적인 처지가 웃음을 자아낸 ‘노애’, 직장에서의 상하관계를 코믹하게 그려낸 ‘갑을 컴퍼니’ 등 현실 풍자적 요소를 지닌 코너들이 잇따라 폐지됐다.

이는 날 선 현실 비판을 웃음으로 승화시켜 큰 인기를 누리는 케이블 채널 tvN ‘SNL 코리아’ 등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부분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개그는 트렌드에 민감하다”며 “현실의 대중들이 어떤 갈증이 있는지 파악하지 않으면 어렵다. 개그는 현실 공감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고 짚었다.

또 “요즘 ‘힐링’·‘멘붕(멘탈 붕괴)’ 등의 키워드가 나오고 있는데, 이에 관심을 두면서 그에 맞는 ‘민감한’ 개그를 뽑아내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교석 평론가도 “현실 감각이 들어간 ‘개그콘서트’만의 연기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 발전해야 하는데, 맥이 끊겼다”며 “단발성 에너지에 집중하는 코미디로 갔다”고 비판했다.

한편, 최근 논란이 계속되는 게스트 출연은 여전히 프로그램이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서수민 PD는 “다른 곳에서 보지 못했던 게스트의 모습을 개그 무대에서 본다는 것도 한 가지 관점”이라며 “(게스트 출연은) 100분짜리 프로그램에서 다룰 수 있는 다양한 코드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머지 코너가 잘 살면 된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김교석 평론가는 이에 대해 “‘개그콘서트만의 축제’를 너무 오래하는 느낌”이라며 “프로그램의 패러다임이 희미해졌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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