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만나는 우디 앨런의 유머
소설로 만나는 우디 앨런의 유머
  • 김덕룡
  • 승인 2009.05.0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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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우디 앨런의 단편 소설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먹었다' 가 번역, 출간됐다.

우디 앨런이 비교적 다작하는 감독이긴 해도 1년에 한 편꼴로 나오는 영화를 통해서만 그의 빛나는 유머를 접하는 것이 다소 아쉬웠던 팬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책이다.

'차라투스트라는…'에는 이 노감독이 '뉴요커'에 연재했던 열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됐다. 미국에서는 '미어 애너키(Mere Anarchy)'라는 제목으로 2007년 출간돼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모두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수록작들에는 우디 앨런 특유의 지적인 유머와 통렬한 풍자, 날카로운 독설이 그대로 담겼다. 우디 앨런 특유의 '병적으로 예민하고 소심한' 뉴요커들도 출연한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패러디한 표제작은 '철학적인 다이어트 안내서'다. 여러 철학자의 사상을 '음식'과 '다이어트'에 대입시켜 풀어내며 '고급 유머'를 구사한다.

"지방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실체이거나, 한 실체의 본질이거나, 또는 그 본질의 양태이다. 다만 그것이 그대의 둔부에 쌓일 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 중에서 제노는 체중이라는 것이 실체가 없는 환영에 불과하며, 누군가가 아무리 많이 먹어댄다 해도 그의 체중은 항상, 푸시업을 전혀 하지 않는 자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31쪽)

주인공들의 편집증적 강박에서 비롯된 비현실적이고 극단적인 설정들에 헛웃음을 짓게 하면서도 동시에 왠지 모르게 주인공에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것도 우디 앨런만의 재주다.

푹 빠져서 읽다 보면 세 살배기 아들을 최고 명문 사립유치원에 입학시키려다 빈털터리가 된 '탈락' 속 부부나, 자신들의 치부를 낱낱이 소설로 옮겨낸 유모를 살해하려고 마음먹은 '오, 친애하는 유모여' 속 부부들이 묘하게도 '정상적'으로 보인다.

성지원ㆍ권도희 옮김. 이우일 그림. 웅진지식하우스. 총 240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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