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 찌르기만 하고 죽이진 않았을 것”
“오수, 찌르기만 하고 죽이진 않았을 것”
  • 승인 2013.04.0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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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그겨울…’ 배우 김범
결말,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
함께 출연한 배우들 너무 소중…
좋은 작품 불러준 작가님에 ‘감사’
벌써 차기작 고민…연기 욕심 생겨
배우김범<YONHAPNO-0217>
최근 종영한 SBS 수목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박진성 역을 연기한 배우 김범.
지난 3일 화제작 ‘그겨울, 바람이 분다’의 마지막회를 보던 시청자는 종영 10여분 전 적지않게 당황했다.

분명 해피엔딩을 기대했는데 진성(김범 분)이 오수(조인성)를 칼로 찔렀기 때문이다. 오수의 오른팔이자 친동생같은 존재였던 진성은 반 넋이 나간 상태에서 울면서 오수를 찔렀고, 오수는 “네가 왜?”라는 외마디 비명을 지른 채 쓰러져 눈을 감았다.

그런데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이른바 ‘드라마적 생략’ 기법을 통해 시간이 튄 어느 화창한 봄날 죽은 줄 알았던 오수와 눈을 뜬 오영(송혜교)이 재회의 키스를 나누며 마무리된 것.

최근 을지로에서 김범(24)을 만나자마자 물었다. “결말이 뭐냐”고.

김범은 “결말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갈래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며 싱글벙글 웃었다.

“전 결말이 참 마음에 들어요. 여러 해석을 안고 회자되는 것을 보니 흡족하고요. 물론 전 오수가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생각하셔도 상관없지 않을까요. 전 연기하면서 김사장이 제 가족을 죽이겠다고 협박하니까 어쩔 수 없이 오수를 찌르긴 했지만 찌른 척만 하고 사실은 진짜 죽게는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희선(정은지)을 비롯해 주변에는 오수가 죽은 것으로 위장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감정 소모가 녹록지 않은 작품을 끝냈고 급기야 마지막에는 사랑하는 이를 칼로 찌르는 연기까지 펼쳤지만 김범의 얼굴에서는 ‘행복’이 물씬 묻어났다.

그는 “이전까지는 작품 한편 끝내면 아쉬움, 그리움의 감정만 남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이 사람들을 언제 또 만나지? 너무 소중한데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촬영이 지난달 31일 진해에서 끝났어요. 제 분량은 그 이틀 전에 이미 끝났지만 촬영팀이 너무 보고 싶어서 진해까지 내려갔어요.(웃음) 그리고 마지막회를 극장을 대관해 다같이 모여서 봤는데 인성이 형, 혜교 누나랑 셋이서 정말 많은 눈물을 흘렸어요. 특히 무철(김태우)이 죽는 장면에서는 엄청들 울었어요.” 김범이 연기한 진성은 오수의 똘똘하고 의리있는 동생이다. 피는 안 섞였지만 어떤 핏줄보다 끈끈한 관계였다. 진성은 오수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 가렸고, 오수 역시 진성과 진성의 가족을 피붙이처럼 위했다.

그런데 이는 어디서 많이 보던 모습이다. 김범이 직전 드라마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에서 연기한 국수와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은 것. 국수 역시 형뻘인 강칠(정우성)의 수호천사로서 강칠을 위해서라면 뭐든 달려들었다.

두 작품 모두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다.

“처음에 진성과 국수의 캐릭터가 겹칠까봐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건 잠시에 불과했어요. 노 작가님을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진성이 국수와는 다른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됐으니까요. 단적으로 국수는 천사지만 진성이는 인간이고, 국수는 드라마의 화자이자 기적을 행하지만 진성은 오수의 조력자이자 서포터라는 점에 차이가 있어요. 또 진성이에게는 희수와의 멜로도 있고요.” 김범은 “그런 것을 다 떠나 노 작가님이 날 다시 찾아줬다는 점이 감사할 따름이었다”고 말했다.

“빠담빠담을 끝내고 나서 정말 행복했거든요. 그 작품을 계기로 배우로서나 인간적으로나 제가 전환점을 맞았거든요. 정말 많이 배웠고 달라졌어요. 그랬는데 노 작가님이 다시 찾아주니 정말 기뻤죠.” 실제로 김범은 ‘빠담빠담’을 통해 꽃미남의 이미지를 털어내고 배우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날개 달린 천사는 천사인데, 교도소를 다녀오고 거친 삶을 살며 사람에게 살의(殺意)마저 느끼는 천사 국수는 김범의 전혀 다른 모습을 끄집어냈다.

그는 노 작가와의 두번째 작업인 ‘그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좌충우돌 혈기방장한 20대 서민 청년 진성으로 분해 또다시 신나게 연기했다.

“이번 작품은 모든 인물이 이중적인 감정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본마음과 입으로 내뱉는 말이 다른 이중적인 면들을 갖고 있어서 연기하는 게 어려웠죠. 솔직히 노 작가님과 두번째 작업이라 좀 편할 수도 있겠다 했는데 더 어려웠어요.(웃음) 대사들이 하나같이 가슴 속의 이야기들이라 절절하게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김범은 노 작가와 작업하면서 정우성(40)과 조인성(32)이라는 두 멋진 형을 얻은 것도 큰 수확이라고 꼽았다.

“재미있는 게 우성이 형과 인성이 형이 8살 차이고 제가 또 인성이 형과 8살 차이에요. 또 우성이 형과 인성이 형은 키도 엄청 크고 외모도 닮음꼴이잖아요. ‘빠담빠담’에서는 우성이 형과, 이번 작품에서는 인성이 형과 형제처럼 작업할 수 있었다는 게 영광이었죠. 전 너무 멋진 두 형을 얻었어요. 행복하지 않을 수 없죠.” 지난 1년 사이 김범은 이 두 편의 드라마와 함께 영화 ‘사이코메트리’와 서극 감독의 중국영화 ‘적인걸전전’에 출연하고 일본 도쿄돔에서 단독 콘서트를 여는 등 쉴 틈 없이 활동했다.

“좋은 작품을 해서 그런지 지치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얻고 있어요. 지금도 바로 다음 작품은 뭘할까 생각할 정도로 계속 욕심이 생깁니다. ‘그겨울…’에서 얻은 행복감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싶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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