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혁신·노사화합 노력 ‘최고 기업’ 만든다”
“끊임없는 혁신·노사화합 노력 ‘최고 기업’ 만든다”
  • 강선일
  • 승인 2013.04.21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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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영진 서승구 대표이사

은행원으로 근무 중 부친의 경영참여 권유로 입사

3년간 20만㎞ 주행하며 최일선 나서 생산성 향상

노사 힘 모아 위기 극복…전국 中企에 모범사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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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구 ㈜영진 대표가 생산현장에서 부품제조 기계를 살펴보고 있다.
“똑같은 프레스로 부품을 찍어내지만 영진이 생산하는 100여종의 제품에는 ‘최고의 기술, 최상의 품질, 최대의 고객만족’ 정신이 담겨있다. 여기에 숙련된 공장 기술자들의 ‘장인정신’까지 더해져 수요자 기호에 맞는 세계적 제품을 생산한다고 자부합니다.”

지난 18일 대구 달서구 월암동 성서공단에 있는 자동차부품 업체인 ㈜영진. 육중한 프레스가 강판을 내리찍으며 제품을 쏟아냈다. 이 생산현장에서 서승구(46) 대표이사는 35년이 넘는 자동차부품 업체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자동차부품 분야로는 2대째, 기계금속 분야로는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영진은 2003년 서 사장이 회사에 입사한 이후 230여억원에 불과했던 연매출이 작년 기준 660여억원으로 3배 정도 늘어나며 숱한 어려움에도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올해는 연매출 1천억원 달성이 목표다.

박근혜 정부의 주요 핵심 정책인 ‘글로벌 중소기업’ 발굴·육성의 모델로 평가될 수 있을 만큼 기업혁신과 노사상생의 모범적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영진의 서 사장은 “끊임없는 기술개발 및 작업라인 개선 등의 공정 혁신과 함께 상생 및 협력의 노사문화를 바탕으로 글로벌 자동차부품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라고 확고한 자신감을 내비췄다.

◇은행원에서 ‘글로벌 메이커’를 꿈꾸는 자동차부품 업체 대표로

영진은 자동차부품들을 결속 또는 완충시켜주는 브래킷류와 주행때 배기장치에서 발생하는 열을 차단해주는 히터 프로텍트, 자동차 브래이크 디스크에 이물질 유입을 막아주는 더스트커버 등을 생산해 현대·기아자동차에 납품하는 1차협력 업체다.

또 500여개에 육박하는 1차협력 업체 중 기술과 경영기법을 지원받는 50∼100위권내 업체로 자동차 전면 유리 옆쪽에 부착되는 브라켓 아세이 윈드 실드 몰딩 마운팅과 함께 충돌때 운전자 무릎을 보호하는 브라켓 리볼스터 패널, 차체 바닥에서 콘솔박스를 지지해주는 브라켓 콘솔 리어 마운팅 생산기술은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된다.

해외에서도 제품 품질을 인정받아 델파이와 비스테온을 통한 미국 GM 및 포드, 일본 NTN사 등에 제품을 공급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춰 나가고 있다. 영진의 이같은 성장에는 자동차부품 분야로는 2세대, 기계금속 분야로는 3세대 경영인으로 2006년 대표이사직에 오른 서 사장의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이 됐다.

서 사장의 가계 내력을 들어보면 상당히 이채롭다. 영진의 전신으로 ‘삼성기계제작소’ 창업주인 서 사장의 조부 고(故) 서채봉 옹(1916∼1989)은 일제시대 공업전문학교를 나와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국수 뽑는 기계의 개발·양산에 성공해 당시 1년 매출이 현재 가치로 수백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 라디오·TV 등 3차례에 걸친 가전제품 업체로의 사업 구조개편에 모두 실패하면서 첫번째 시련을 겪었다.

이어 서 사장의 부친인 고 서종원 옹(1937∼2007)이 1969년 회사를 이어받아 10년만인 1978년 ‘진양정밀’을 설립하면서 자동차부품 업체로 본격 변신한다. 가업승계를 할 당시 서 사장의 부친은 소위 ‘잘 나가던’ 서울시 5급 공무원이었다. 이후 1988년 주식회사 영진으로 법인화됐다.

부친 역시 업종 전환 이후 6년간 고전을 지속하다가 1994년 현대차 1차 협력업체로 선정되면서 비로소 회사는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또 2002년에는 부도 위기에 처한 프레스 부품생산업체 삼원공업을 인수하기도 했지만 이듬해 경기불황이 닥치면서 지금의 서 사장에게 경영참여를 요청하게 된다.

그러나 서울 강남에서 은행원으로 일하던 서 사장은 마음이 내키질 않았다. 자금난으로 은행을 찾아와 허리를 굽혀가며 돈을 빌리려는 중소기업 사장들의 애환을 그만큼 잘 알았던 때문이다. 마지못해 회사로 출근하게 된 서 사장은 입사초기 애를 많이 먹었다.

그는 “처음에는 직원들과 아는 척을 않는다고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제 근무부서로 품질관리부에 보냈죠. 고객의 쏟아지는 불만을 듣다보니 자연스럽게 인내를 배웠습니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런 서 사장이 2006년 대표이사 취임과 함께 변해갔다. 주인의식과 함께 배려를 배우면서 ‘2·3세 경영인들이 부모 잘 만나 호강한다’는 비아냥을 듣지 않도록 3년간 20만㎞를 주행할 만큼 최일선에 나서 열심히 일했다. 또 공정 자동화 등으로 원가는 낮추고, 품질은 높이는 등의 꾸준한 기업 생산성 향상도 추진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영진은 서 사장 입사 당시 230여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지난해 매출액 660여억원, 영업이익 11여억원 등으로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서 사장은 “제조업은 물건만 잘 만들면 곧바로 고객만족으로 나타난다”며 “최근 세계적 경기침체와 엔저 등으로 인해 자동차업계의 어려움이 크지만 기술개발과 기업혁신 등을 통해 성장 발판을 마련한다면 무난히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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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조부께서 제정한 ‘충성은 조국에, 생명은 통일에, 연구는 국력에’란 거대한 스케일과 부친이 만든 ‘창조·근면·정확’이란 내실에 맞춘 사훈을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면서 “올해 매출 1천억원과 매출대비 순이익 10% 이상 달성을 1차 목표로 사업다각화, 고부가가치 제품개발, 해외진출 등을 통해 중소 자동차부품 업체도 ‘글로벌 메이커’를 가지는 세계 최고의 전문부품기업으로 도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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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부품업체 영진의 기업정신은 ‘최고의 기술, 최상의 품질, 최대의 고객만족’으로 대변된다. 생산현장에서 꼼꼼이 제품을 살펴보는 직원 모습.
◇기업 성장의 원동력 ‘노사협력 및 상생’

기술력 및 품질력과 함께 영진의 최대 성장 원동력은 ‘노사협력 및 상생’이다. 이 회사의 노사 문화는 지역은 물론 국내 중소기업 중에서도 ‘모범사례’로 꼽힐 만큼 잘 알려져 있다. 단적인 예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정부 포털인 ‘공감코리아’의 한 코너에는 ‘이 회사 노조가 임금을 반납한 이유’란 제목의 노사간 협력과 상생의 우수 사례 기업으로 영진을 소개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세계 경제가 휘청하면서 현대·기아 등과 같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 자동차부품 업계는 경기침체 한파의 ‘직격탄’을 맞았다. 100여명 규모의 직원들이 근무하던 영진도 이를 피해가지 못하며, 매출이 20% 정도 감소하는 등 비상경영 사태가 들이닥쳤다.

하지만 서 사장과 노조는 그해 1월 임금을 전년대비 5.2% 인상키로 했던 합의사항을 회사 위기에 따라 한달만인 2월 자발적 상호 양보교섭을 지역에선 처음으로 이뤄냈다.

합의내용을 보면 4개월 동안 생산현장에서 조·반장 이상 근로자가 기본 8시간을 근무할때 7시간만, 일반사원은 7시간30분만 임금을 받고, 나머지 시간에 대해선 임금을 반납하기로 했다.

매출 감소로 직원 월급이 30% 정도 줄어든 상황에서 조·반장 이상 근로자 기준으로 1인당 월 8∼10만원(10%)에 이르는 추가 임금 반납액으로 회사를 살리겠다는 노조의 ‘고통분담’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또 유급휴일인 식목일과 제헌절을 평일 근무로 전환하기도 했다.

특히 서 사장은 사측에서 인위적 감원없이 고용을 유지하고, 대표이사 연봉을 20% 삭감키로 하는 등의 솔선수범으로 노조에 화답했다.

당시 노조대표 권태훈씨는 “그해 시무식때 ‘회사가 어렵더라도 직원들을 모두 안고 가겠다’는 서 사장의 말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노조 회의를 통해 임금반납을 결정했다”며 “회사, 노조 할것 없이 일심동체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노사간 이런 협력과 상생으로 영진은 그해 대구시 노사화합상 수상, 정부 노사문화 우수기업 인증이란 결과물과 함께 경영위기 극복을 통해 임금 반납분을 돌려주는 것은 물론 오히려 7∼8%의 임금 인상으로 지역은 물론 전국 중소기업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노사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과 상생 문화가 정착되면서 서 사장은 연간 100억원이 넘는 회사 자금의 전결권을 간부들에게 넘기는가 하면, 협력업체 관계자는 만나지 않는 등 자율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노사파트너십 프로그램과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직원들이 회사의 주인이란 의식을 함양함으로써 회사의 성장 동력을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서 대표는 “노사화합은 제품 생산 안정화와 협력사 확대라는 성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협력과 상생의 노사문화는 세계 최고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강선일기자 ksi@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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