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조선의 동몽교육과 오늘날 교육
<대구논단> 조선의 동몽교육과 오늘날 교육
  • 승인 2009.05.0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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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학남초등학교장 · 교육학박사)

오늘날 우리 아이들은 학원가로 마구 내몰리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에는 심지어 학원에서 제공하는 점심을 먹고 오후 내내 학원에서 수업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 때 학원 수업은 교과 성적을 위주로 하여 대표 과목은 음악이니 미술이니 하지만 그 뒤에는 거의 주지 교과를 곁들여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학교에서 오후에 선생님과 함께 특별 활동을 하려해도 학원에 가야하기 때문에 남을 수 없다고 하는 학생들이 많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방과 후 학교도 교과 성적이 올라갈 수 있는 과목이 아니면 희망자가 적은 편이다.

우리 아이들이 이처럼 학원가로 내몰리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입시(入試)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이다. 소질 개발이나 개성 발전은 입시 앞에서 대개 밀려나고 만다. 신념 교육은 성적 앞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다.

그럼 우리의 앞 시대인 조선시대의 교육은 어떠하였을까? 물론 조선시대에도 출세를 위한 교육이 없지는 않았다. 과거 시험을 위해 평생을 바치다 폐인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조선시대 교육의 대세(大勢)는 사람 됨됨이를 강조하였고, 그 과정(過程 process)을 중시하였다. 즉 철학을 바탕으로 한 윤리교육과 실천중심 교육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쇄소응대(灑掃應對 물 뿌려 청소하고 사람을 잘 대하는 일)는 소학(小學)에서 가르치는 것입니다. 만일 이 쇄소응대를 말절(末節 하찮은 구절)이라 하여 익히게 하지 않으면 어릴 때의 공부에 모자라는 데가 있게 됩니다. 옛 사람들은 어릴 때의 교육을 중대하게 여겼습니다.

후세에 인재가 나지 않는 것이 어찌 딴 이유가 있겠습니까. 어릴 때에 교육해 놓은 바탕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개 과거(科擧)에나 오르기 위한 자질구레한 문장 기교나 가르치고 있어, 어릴 때의 교육 방향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습니다. 어려서 익히지 않고 자라서 배우지 않으니 인재가 나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궁벽한 항간에 더러 학문에 뜻을 둔 선비가 있어도 밝은 스승이 없어 옷자락을 여미고 나가 배울 만한 데가 없습니다. 만일 고금의 일을 두루 알고 의리에 밝은 사람으로 어린이들의 스승을 삼이 그들을 가르치고 지도하게 한다면 어린이를 가르치는 학문이 오늘날 다시 밝아져 인재의 번성이 옛날 못지않게 될 것입니다.”

명종(明宗) 10년, 시독관 정종영(侍讀官 鄭宗榮)이 왕에게 올린 말이다. 우리는 이 구절에서 당시의 교육관과 교육 문제의 일단을 살펴 볼 수 있다.

당시에도 동몽교육(童蒙敎育) 즉 어린이와 16세 정도까지의 청소년 교육을 더욱 중요시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교육 목적은 원대한 인간 교육에 두고 있었으며, 그 방법으로는 쇄소응대와 같은 생활윤리 교육을 중시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국가에 필요한 인재 교육을 강조하고 있음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부유층에서는 과거 공부만 시키고, 청소하고 사람을 응대하는 인간으로서의 기본 교육은 소홀히 하는 문제도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을 담당할 참다운 스승의 부족도 거론하고 있다. 여기에서 스승의 부족이라 함은 재원과 시스템의 부족을 지적한 것으로 보아도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신념 교육에 있었다. 그리하여 학봉 김성일(鶴峰 金誠一) 선생은 자녀들에게 `선비가 뜻을 세운지 3년 안에 금부도사(禁府都事)가 닥치지 않으면 집안이 망한다.’고 하며까지 바른 말과 옳은 행동을 하도록 교육하였던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학봉 문중에서만 해도 40여 명이나 의병에 참가하였던 것은 우연한 결과가 아니다.

여기에 비해 오늘날 교육은 오로지 대학입시와 취직에 얽매어 있는 감이 없지 않다. 만약 신념 교육에 충실하였다면 애써 가꾸어 온 기술을 함부로 유출하는 일도 없을 것이고, 전직 대통령이 하릴없이 검찰에 불려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옛것 중에서도 옳은 것은 오래 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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