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연기…나를 돌아봐”
“아이들과 함께 연기…나를 돌아봐”
  • 승인 2013.04.3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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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미나문방구’ 주연 최강희
라디오 하차 슬픔 영화 찍으며 극복
데뷔 초 배고픈 시절…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배우최강희<YONHAPNO-0571>
“요즘 아이들은 뛰어노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다들 앉아서 휴대폰 게임을 하더라고요. 우리는 정말 많은 냄새를 맡고 자랐잖아요. 밥 짓는 냄새, 흙탕물 냄새, 재래시장의 기름 냄새…. 이런 걸 공유할 수 없어서 무척 아쉬워요.”

놀이터를 가득 채우던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는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대신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학원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터덜터덜 발소리만 남았다.

최근 삼청동에서 만난 배우 최강희는 “영화를 보는데 화면에서 아이가 혼자 걸어가는 장면이 그렇게 위태롭고 이상해 보였다”며 “왜 길에 아이가 혼자 있는 게 어색하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다음 달 16일 개봉하는 영화 ‘미나문방구’는 최강희에게 ‘노랗고 아득한 빛’과 같은 느낌을 준다고 했다. 큰 눈을 동그랗게 뜬 최강희는 “때로는 주황빛이 돌고 때로는 화사한, 해질녘 햇빛 같은 노란 빛”이라고 이 영화를 묘사했다.

“어릴 때 운동회가 열리면 직접 들리진 않지만 부모님은 어딘가에서 우리를 응원하고 있잖아요. 그 외침을 이제야 들은 것처럼 따뜻한 위로 같은 영화에요.”

영화는 갑자기 쓰러진 아버지를 대신해 졸지에 문방구를 맡게 된 주인공 미나(최강희)가 골칫거리인 문방구를 통째로 팔아버리려 하지만 ‘초딩 단골’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면서 겪는 얘기를 그리고 있다.

“사실 제가 애들을 조금 무서워해요. 어른은 상황을 생각하지만 애들은 순수하니까 ‘돌직구’잖아요.”

최강희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이상했던 것 같아요. (웃음) 벽돌을 가져다 내 집을 갖겠다고 집을 지었어요. 그러면 아침에 인부들이 벽돌을 도로 다 치워놨죠. 제가 요정인 줄 알고 요술봉을 찾으러 애들 필통에 있는 펜을 전부 화장실에서 돌려보기도 했죠.”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오겠네”라는 동요 가사처럼 앞으로 걸어가면 지구 한 바퀴를 다 돌 수 있을 줄 알던 시절도 있었다.

이런 다소 엉뚱한 행동과 말 때문에 그동안 최강희에게 주로 따라다니던 수식어는 ‘4차원’이었다.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그 성격을 조금 고친 것 같아요. 상대방과 대화할 수 있는 말을 하고 싶었거든요. 한번은 PD가 ‘외계어 사용 금지’ 등의 수칙을 정해줬어요. 충격적이었죠. 제가 사용하는 말이 외계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거든요.”

‘4차원’에서 조금씩 벗어나자 더 많은 친구가 생겼다고 했다.

그만큼 라디오에 대한 애착도 많았던 터라 작년 말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하차했을 때는 너무 슬퍼서 “실연당한 여자 같았다”고 했다.

하지만 ‘실연당한 것 같은 슬픔’은 영화 ‘미나문방구’를 함께 찍은 아역 배우들 덕분에 극복했다.

영화 내내 아역이 적게는 10여명, 많게는 30여명까지 등장하다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단다.

“애들이 보통 5∼6명씩 떠들고 있어서 제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아요. (웃음)”

지금은 고인이 된 아버지와 한때 단절했던 관계도 다시 돌아보게 됐다. 이는 차기작으로 ‘미나문방구’를 선택한 계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 초반 ‘화가 많이 나 있어야 하는’ 미나 역은 쉽지 않았다.

“저는 화를 잘 안 내는 성격이에요. 화가 나도 ‘(상대방이) 이래서 이랬겠지’하고 이해하거든요. 하지만 극중 미나는 자기만 생각하고 화를 터뜨릴 줄도 아는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힘들었지만 그게 제가 미나에게 배우고 싶은 점이기도 해요.”

영화는 초반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전부 경주에서 찍었다.

“경주에 정말 큰 매력을 느꼈어요. 높은 건물이 하나도 없어서 하늘이 그대로 내려다보여요. 매일 의자를 갖다 놓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앉아있었던 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최강희에게 영화 속 ‘미나문방구’와 같은 존재는 무엇인지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최강희는 곧 데뷔 초를 떠올렸다.

“청소년 드라마 시절에 저와 같이 출연한 양동근, 안재모 씨 모두 다 돈이 없었어요. 분식집에 가서 김밥 조금 시켜서 같이 먹고, 전철을 타고 가서 한강에 앉아있었죠. 그때는 다른 돈 많은 연기자보다 ‘구리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살 수 없는 그 시기가 가장 소중한 추억이 됐다.

최강희는 “그때 등 따뜻하고 배불렀으면 낭만이 될 수 없고 끈끈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당시에는 수치스러웠지만 지나고 나니 보석처럼 반짝이는 것 같다”고 회상했다.

자신의 ‘롤모델’로 ‘러브 미 이프 유 데어’ ‘라비앙 로즈’ 등에 출연한 프랑스 배우 마리옹 꼬띠아르를 꼽은 최강희는 “잊히지 않는 첫사랑처럼 몰입이나 공감이 되는, ‘대체할 수 없는 기억’과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번엔 로맨틱 코미디 말고 그냥 멜로나 조금 더 자극적인 역을 해보고 싶어요. 하얗지만 약간 푸른 빛이 도는 역 있잖아요. 거기에 빨간색이 더해지면 아름다우면서도 자극적인 것 같아요. 그런 색감의 역은 안 해본 것 같아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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