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큰 바위 얼굴조각공원을 가보라
<대구논단> 큰 바위 얼굴조각공원을 가보라
  • 승인 2009.05.0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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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객원 大記者)

미국에 가면 산 정상 큰 바위를 조각하여 미국을 위해서 큰 공을 세운 네 사람의 대통령 얼굴을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보려고 꾸역꾸역 몰려든다. 관광명소가 된 셈이다. 1745m의 미국 대륙의 산으로서는 그다지 높은 산이 아니지만 정상이 거대한 화강암으로 되어 있어 이를 조각하여 큰 바위 얼굴을 완성한 것이다. 러시모어 국립공원이 현장이다.

여기에 새겨진 네 사람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3대 토마스 제퍼슨, 16대 에이브러험 링컨, 26대 테드 루즈벨트다. 이들은 모두 미국의 희망과 꿈, 의지 그리고 결단을 상징하는 인물들로서 지금까지도 존경을 받는다. 미국에서는 이들을 기리기 위해서 60피트 높이의 거대한 얼굴조각을 산 정상에 새겨 놓았다. 1924년에 착수하여 1941년에 모두 완성되었다고 하니 그야말로 각고(刻苦)를 한 셈이다.

어떤 나라를 막론하고 그 나라의 위인을 동상으로 제작하여 세운 것은 많지만 이처럼 4인을 한꺼번에 세운 일은 듣지 못했다. 그런데 충청북도 음성군 생극면에는 이러한 돌조각 얼굴이 3000점이나 전시되어 있어 역사 속의 인물을 모두 만나게 되어 있다. 미국의 큰 바위얼굴에서 힌트를 얻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쩨쩨하게 4인이 아니라 3000명의 역사적 인물을 큰 바위에 새겨 세워놨으니 그 스케일부터 다르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얘기하면서도 책이나 그림 또는 영화 등으로 배우고 기억한다. 영화나 드라마는 역사를 아는데 흥미를 주지만 대부분 픽션이 섞여 있어 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소설로 쓰인 역사도 마찬가지다.

교과서적인 역사책은 사람들이 읽기에 너무 어려운 것도 있고 전공자 아닌 사람에게는 흥미를 주지 못한다. 그런데 미국의 큰 바위얼굴처럼 비록 소수의 위인이지만 국립공원에 새겨져 있으면 관광객들이 모이고 거기에서 편린이나마 역사의 주류와 만난다.

음성에 세워진 큰 바위얼굴조각공원은 그런 의미에서 많은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이 공원에 들어서면서 놀란 것은 우선 그 규모의 거대함이다. 평균 40톤의 무게를 지닌 큰 바위에 새겨진 인물상도 너무나 근사하다. 석가모니나 예수, 마호메트, 공자 등 종교인들을 비롯하여 정치인, 예술인, 체육인 등은 물론이요 심지어 빈 라덴 같은 테러분자의 흉상도 있으며 국민을 학대하고 독재를 자행했던 인물들도 나열되었다.

음성출신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역을 감안한 탓인지 흉상과 입상이 두 개나 세워져 있었다. 약 3000명의 큰 바위 얼굴이 그들의 특징을 살려 사진으로 보듯 멀리서 보더라도 누구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끔 잘 새겨놨다. 숫자가 많다보니 어떤 기준에 의해서 선정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대체적으로 후손들이 존경할 수 있는 인물, 좋아하는 인사, 나라를 위해서 애쓴 이들이 선정된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독재자나 테러리스트까지 끼어 있는 것은 그들의 반사회적, 반인류적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경고의 의미도 컸다. 많은 관광객들은 큰 얼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등 자기가 좋아하는 인물과의 만남을 한껏 즐기기도 한다. 특히 65톤의 거대한 광개토대왕비는 하나가 아니라 쌍둥이로 두 개가 서 있다. 고구려의 기상을 최대로 펼쳐냈던 광개토대왕은 그 업적을 스스로 새겨 거대한 비석을 세웠다.

천년이 넘어 발견된 비석은 이제는 중국 땅이 되어 동북공정의 희생물로 `호태왕비’로 불리지만 그나마 일본의 점령 하에 있을 때 비문을 뜯어고쳐 임나도호부를 기정사실로 만들어 한국지배의 역사를 위조했다는 것은 세계가 조소하는 일이다. 이 비석을 두 개 만들어 전시한 것은 한자로 쓰인 비문을 한글로 바꿔 나란히 세운 것이다. 한자를 잘 모르는 어린 학생들의 교육을 위한 설립자의 작은 배려다.

이 공원을 세운 정근희(鄭根喜)는 전주 출신인데 “세계역사를 글로만 공부하는 것을 벗어나 산책하며 인물상을 통하여 생동감 있고 살아 숨 쉬는 역사를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14년간 자료를 수집하여 완성했다”고 밝혔다. 안내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작품들은 모두 중국에서 제작하여 운반해 왔다고 하니 한 사람의 집념이 빚어낸 인간승리의 기록이라고 칭찬할 만하다.

엄청난 비용도 들었을 것이다. 화물선을 이용하여 이 거대한 돌 조각 작품을 운반했을 것이니 경비와 시간의 소모가 얼마나 컸겠는가. 그런 탓인지 몰라도 자유의 여신상은 한 쪽 팔이 떨어져 나가 있었다. 아무튼 큰 바위 얼굴조각공원이라는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없는 거대한 기획을 완성한 설립자의 용기와 큰 안목은 우리들에게 큰 교훈을 준다.

만리장성이나 파르테논 신전, 스핑크스, 다보탑, 석가탑, 첨성대, 석굴암 등 돌을 주재(主材)로 한 세계문화유산과 함께 큰 바위 얼굴조각공원은 역사와 더불어 더욱 빛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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