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가루 집안’ 엄마의 사랑으로 다시 웃다
‘콩가루 집안’ 엄마의 사랑으로 다시 웃다
  • 승인 2013.05.07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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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고령화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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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존재가 있다. 그래서 대개는 그 소중함을 잊고 살게 되는 존재. 엄마가 그렇고 가족이 그렇다.

하지만 살면서 쓰디쓴 맛을 보게 됐을 때,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받았을 때, 노래 가사처럼 ‘가슴 속에 스며드는 고독이 몸부림칠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도 역시나 가족이다.

천명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고령화가족’(사진)에 등장하는 ‘콩가루 집안’의 구성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가족 중 유일하게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이지만 영화감독 데뷔작부터 흥행에 참패하고 밀린 월세 3개월치도 내지 못하는 처지가 된 40세 ‘인모’(박해일).

‘잉여인간은 되지 말자’는 문구를 보고 차라리 죽기로 결심하지만 때마침 걸려온 “닭죽 먹고 가라”는 엄마(윤여정)의 전화에 짐을 싸들고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집에는 이미 교도소를 수차례 드나든 철딱서니 없는 44세 백수 형 ‘한모’(윤제문)이 자리 잡고 있다.

설상가상 까칠한 35세 여동생 ‘미연’(공효진)이 두 번째 이혼을 하고 딸 ‘민경’(진지희)과 함께 친정에 들어오면서 조용했던 ‘엄마 집’은 일순간 전쟁터가 된다.

평균 연령 47세. 하지만 콩가루도 이런 콩가루 집안이 없다. 형제는 안부 인사 대신 보자마자 치고받고 싸우고, 15살인 조카는 삼촌에게 “아저씨 내 이름 알아요?”라며 대놓고 무시한다.

여동생은 큰오빠의 머리를 벽돌로 내리친다. 욕설은 기본이고 폭력은 일상 다반사다. 나잇값도 못하고 ‘남보다도 못한’ 이들 가족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이 싸워대고 서로에게 상처가 될 말도 아무렇지 않게 툭툭 내뱉어 버린다.

그러다가도 가족 누군가에게 위기가 닥치면 서로 뭉쳐서 싸우기도 하고 자신을 희생하기도 한다. “한번 풍파를 겪고 나면 바닥이 더 단단해지는 법”이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이 ‘콩가루 집안’은 이런저런 소동을 겪으며 “한데 모여 살면서 같이 자고, 같이 먹고, 같이 울고, 같이 웃는 게 가족”이라는 엄마의 말을 저절로 체득한다.

곳곳에 ‘막장 코드’가 만연하지만 영화가 막장으로 흐르지 않는 것은 늘 투닥거리는 이들에게 매일 고기를 구워주며 애정으로 감싸주는 엄마의 존재 덕분이다.

엄마는 그저 담벼락의 꽃을 바라보며 “꽃이 예쁘게 폈지? 엄마처럼 말이야”라고 따뜻하고 환하게 웃어준다.

출연한 배우들의 면면만큼이나 각각의 극 중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한동안 떨어져 살던 이들이 영화 초반 다시 가족을 이루고 살게 되는 과정도 유쾌하다. 하지만 초반의 개성 넘치는 유쾌함을 영화 후반부까지 끌고 가는 힘은 다소 부족하다. 가족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에서 오히려 영화가 느슨해지면서 막바지로 갈수록 영화가 늘어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파이란’ ‘역도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을 연출한 송해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송 감독은 “살면서 실패했을 때, 위로받을 수 있는 곳은 결국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떠올리는 가족, 그중에서 엄마라는 존재라고 생각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5월9일 개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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