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警의 설득, 자살 막았다
女警의 설득, 자살 막았다
  • 김무진
  • 승인 2013.05.2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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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부경찰서 이미화 경사, 침착한 대처

투신 기도 20대 여성 40여분만에 마음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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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대구 서구 평리동 한 빌딩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기도한 H씨가 옥상 난간에 앉아 있다. 김무진기자
투신자살을 기도한 20대 여성이 현장에 출동한 여자 경찰관의 끈질긴 설득 끝에 40여분 만에 구조됐다.

23일 오전 8시 39분께 대구 서구 평리4동 6층짜리 W빌딩 옥상에서 한 여성이 뛰어내리려 한다는 인근 주민의 112신고가 접수, 신고를 받은 서부경찰서 서도지구대 소속 경찰관 6명은 8시 40분께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다.

이어 서부경찰서 형사계 및 기동대 소속 경찰관 20여명도 오전 8시 42분께 출동했고, 뒤 이어 서부소방서 및 북부소방서 소속 소방대원 20여명은 구조차량 등 소방차 5대와 함께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과 소방대원들은 해당 빌딩의 통제와 함께 투신 예상 지점을 파악하고 인력을 곳곳에 배치했으며, 소방대원들은 투신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한 지점에 에어매트 1대를 설치한 다음 인명 구조장비를 곳곳에 설치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출동한 경찰이 자살기도 여성의 신원을 파악한 결과 전날인 22일 오후 5시 30분께 서부경찰서 형사지원팀에서 30여분간 성폭력 관련 상담을 받으러 왔던 H(여·21·대구 달성군)씨로 확인됐다.

이 소식을 듣고 전날 직접 상담을 했던 형사지원팀 이미화(여·34) 경사는 급히 현장에 도착, 빌딩 옥상보다 한층 아래인 5층으로 올라가 조심스럽게 H씨를 설득했다.

H씨는 완강히 옥상에서 버텼고, 이 경사는 차근차근 진심어린 마음으로 꾸준히 설득 작업을 벌였다.

이에 H씨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 40여분이 지난 오전 9시 25분께 자살기도를 중단할 것을 약속한 뒤 이 경사의 부축 아래 조심히 건물로 내려왔다.

이미화 경사는 “전날 상담을 한 뒤 자세한 상담을 위해 오늘 만나기로 했는데 이 같은 일이 일어나 많이 당황했다”며 “만일의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꾸준히 대화를 한 끝에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H씨는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지난 22일 오후 5시 30분께 서부경찰서 형사지원팀으로 찾아와 이 경사와 30여분간 상담을 실시, “고등학교 시절 아는 사람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자세한 내용은 일기에 적어 놨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담내용에 따라 이 경사는 H씨에게 “23일 오후 일기 등 필요한 자료를 갖고 다시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했고, 이날 경찰서 인근 한 햄버거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기로 했던 H씨는 경찰서 인근 벤치에 홀로 앉아 있던 중 행인들이 ‘자신을 비웃고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아 순간적으로 심적 동요가 일어나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무진기자 j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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