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부경찰서 이미화 경사, 침착한 대처
투신 기도 20대 여성 40여분만에 마음 돌려
투신 기도 20대 여성 40여분만에 마음 돌려
23일 오전 8시 39분께 대구 서구 평리4동 6층짜리 W빌딩 옥상에서 한 여성이 뛰어내리려 한다는 인근 주민의 112신고가 접수, 신고를 받은 서부경찰서 서도지구대 소속 경찰관 6명은 8시 40분께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다.
이어 서부경찰서 형사계 및 기동대 소속 경찰관 20여명도 오전 8시 42분께 출동했고, 뒤 이어 서부소방서 및 북부소방서 소속 소방대원 20여명은 구조차량 등 소방차 5대와 함께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과 소방대원들은 해당 빌딩의 통제와 함께 투신 예상 지점을 파악하고 인력을 곳곳에 배치했으며, 소방대원들은 투신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한 지점에 에어매트 1대를 설치한 다음 인명 구조장비를 곳곳에 설치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출동한 경찰이 자살기도 여성의 신원을 파악한 결과 전날인 22일 오후 5시 30분께 서부경찰서 형사지원팀에서 30여분간 성폭력 관련 상담을 받으러 왔던 H(여·21·대구 달성군)씨로 확인됐다.
이 소식을 듣고 전날 직접 상담을 했던 형사지원팀 이미화(여·34) 경사는 급히 현장에 도착, 빌딩 옥상보다 한층 아래인 5층으로 올라가 조심스럽게 H씨를 설득했다.
H씨는 완강히 옥상에서 버텼고, 이 경사는 차근차근 진심어린 마음으로 꾸준히 설득 작업을 벌였다.
이에 H씨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 40여분이 지난 오전 9시 25분께 자살기도를 중단할 것을 약속한 뒤 이 경사의 부축 아래 조심히 건물로 내려왔다.
이미화 경사는 “전날 상담을 한 뒤 자세한 상담을 위해 오늘 만나기로 했는데 이 같은 일이 일어나 많이 당황했다”며 “만일의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꾸준히 대화를 한 끝에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H씨는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지난 22일 오후 5시 30분께 서부경찰서 형사지원팀으로 찾아와 이 경사와 30여분간 상담을 실시, “고등학교 시절 아는 사람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자세한 내용은 일기에 적어 놨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담내용에 따라 이 경사는 H씨에게 “23일 오후 일기 등 필요한 자료를 갖고 다시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했고, 이날 경찰서 인근 한 햄버거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기로 했던 H씨는 경찰서 인근 벤치에 홀로 앉아 있던 중 행인들이 ‘자신을 비웃고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아 순간적으로 심적 동요가 일어나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무진기자 j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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