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도시 아파트 현관문처럼 꽉 닫혀있는
연인들의 가슴을 열어
거기에서 기본 향을 따오는 겁니다
톡 쏘는 장미나 허브 향 같은 새벽공기를 미량 넣습니다
그리고 세상 팍팍한 골목을 감싸주는
순도 높은 봄비도 첨가하면 좋겠죠
거기다가 오래전 덮어둔 우울한 꿈을 불러오는
여가수의 노래도 한 스픈 가미 합니다
또 잠자리, 나비 날아다니는 바다도 넣어주세요
좀 더 독한 것을 원하시면
햇살 한 자락 같은
찐한 덧없음의 시도 첨가해보세요
(참고로 물만 넣으면 향기가 빨리 달아납니다)
이젠 플라스크에 넣은 것들을 힘껏 저어주세요
파열음을 내며 한바탕 소용돌이가 일어나도
실패할까 두려워마세요
25도 정도의 가슴에 보관, 한 오백년 숙성시켜 주시면
용기 맨 위 안개꽃처럼 다가오는 것이 보이지요?
타인처럼 스쳐가는 하루를 여과해
한 방울 한 방울 가라앉혀 보세요
바닥에 고이는 그것이 향수입니다
향수 컨셉은-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가슴에 흐르는 바다의 물살입니다.
향수 이름은-내안의 바다, 불혹의 암살,
그로테스크… 어떤 이름이라도 붙일 수 있습니다.
당신의 자유입니다.
▷▶경북 성주 출생. 2006년 ‘사람의 문학’에 작품 발표하면서 등단. 현재 ‘시와 문화’ 편집장.
체취를 가지지 못한 자의 비극, 파트리크 쥐스킨트를 통해서 보았다. 그테스크든, 암살이든 당신은 그리고 나는 70억 개의 향수 중 고유의 그 한 가지이다. -김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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