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만들기
향수 만들기
  • 승인 2013.05.2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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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시인

먼저 도시 아파트 현관문처럼 꽉 닫혀있는

연인들의 가슴을 열어

거기에서 기본 향을 따오는 겁니다

톡 쏘는 장미나 허브 향 같은 새벽공기를 미량 넣습니다

그리고 세상 팍팍한 골목을 감싸주는

순도 높은 봄비도 첨가하면 좋겠죠

거기다가 오래전 덮어둔 우울한 꿈을 불러오는

여가수의 노래도 한 스픈 가미 합니다

또 잠자리, 나비 날아다니는 바다도 넣어주세요

좀 더 독한 것을 원하시면

햇살 한 자락 같은

찐한 덧없음의 시도 첨가해보세요

(참고로 물만 넣으면 향기가 빨리 달아납니다)

이젠 플라스크에 넣은 것들을 힘껏 저어주세요

파열음을 내며 한바탕 소용돌이가 일어나도

실패할까 두려워마세요

25도 정도의 가슴에 보관, 한 오백년 숙성시켜 주시면

용기 맨 위 안개꽃처럼 다가오는 것이 보이지요?

타인처럼 스쳐가는 하루를 여과해

한 방울 한 방울 가라앉혀 보세요

바닥에 고이는 그것이 향수입니다

향수 컨셉은-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가슴에 흐르는 바다의 물살입니다.

향수 이름은-내안의 바다, 불혹의 암살,

그로테스크… 어떤 이름이라도 붙일 수 있습니다.

당신의 자유입니다.


▷▶경북 성주 출생. 2006년 ‘사람의 문학’에 작품 발표하면서 등단. 현재 ‘시와 문화’ 편집장.


체취를 가지지 못한 자의 비극, 파트리크 쥐스킨트를 통해서 보았다. 그테스크든, 암살이든 당신은 그리고 나는 70억 개의 향수 중 고유의 그 한 가지이다. -김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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