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없는 ‘자유게시판’
자유 없는 ‘자유게시판’
  • 김무진
  • 승인 2013.05.2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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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기관 홈피에 ‘민원 불편’ 글 올려도 관리자가 삭제하거나 글 내리도록 회유

주민들 자유롭게 글 쓰지 못해 불만
#. 최근 대구 서구가 서구문화회관에서 지역 내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한 통합 소양교육에 참여했던 서 모(61)씨는 5시간 교육을 받으면서 먹을거리 등이 제공되지 않아 노인들을 허기지게 했다는 불만사항을 서구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렸다. 하지만 이 글은 게시된 지 하루 만에 없어졌다.

서구 관련 담당자가 서씨에게 전화로 사과를 했고 동시에 홈페이지 글을 삭제해 달라고 부탁,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민감한 내용에 행정기관이 글쓴이를 다독여 스스로 글을 내리게 한 것.

#. 달서구 월성동에 거주하는 김 모(여·25)씨는 얼마 전 주차 문제로 불편을 겪은 내용을 달서구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리려다 그만뒀다. 달서구청 홈페이지에는 자유게시판이 없어 온라인 민원상담 등으로만 글을 올려야 했기 때문에 간단하게 민원을 제기하려 했던 김씨는 답변을 받으면서까지 글을 게시하고 싶지 않았다. 이 때문에 김씨는 귀찮은 일을 만들지 않고자 불만을 속으로 삭혔다.

각 개인이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행정기관들의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이 간혹 자유롭게 민원 등의 글을 게시하지 못해 시민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대구시와 지자체들에 따르면 현재 대구시와 각 구·군 등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다양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민감한 부분 등은 가끔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고 있어 행정기관들이 자유로운 글 쓰기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행정기관들이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들 중 간혹 민감한 내용이 들어 있을 경우 게시자에게 해당 글을 내리도록 회유하는 방법으로 민원 글이 사라지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구 달서구와 달성군은 홈페이지에 자유게시판 코너를 아예 마련하지 않았으며, 달서구는 본지의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지난 24일 자유게시판을 새롭게 개설해 운영에 들어가는 등 뒷북 행정의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 서구 관계자는 “인터넷시스템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6조에 따라 욕설, 특정인 비방,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등의 내용이 포함됐을 때 해당 글들은 삭제토록 돼 있다”며 “아울러 자유게시판에 광고성 글이 많이 올라오자 최근 안전행정부가 광고 전용 게시판을 만들어 운영하라는 지침을 내려 현재 이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달서구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칭찬합시다’ 등 주민 참여 가능 공간이 몇 개가 더 있어 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라 자유게시판을 만들지 않았다”며 “타 지역 주민들의 민원 참여 등을 고려해 24일과 25일에 걸쳐 자유게시판 개설 작업을 진행, 현재 완료됨에 따라 주민들의 이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무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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