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한 조화들이 오롯이 앉은 봉분들
한창 물오른 나무 가지마다
연둣빛 여리고 순한 얼굴들이 매달려있다.
미장원에서 다듬고 온 듯한 머리맡에는
개나리꽃을 피워낸 바람과 햇살이
다정하게 산책을 하고 있다.
더러는 개나리 잎을 피워냈고
산수유 노랑 그림자 밑으로
두근두근 가슴 떨리는 소리 정겹다.
입춘대길이라는 이름표를 달고선
왼쪽 유리문 열고 들어서니
가지런히 모아 세운 신발들 곁에
사물놀이 준비하는 방이
도란도란 얘기꽃 피워낸다.
기대에 찬 의자에 상기된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두 볼 발그레 눈이 깊어 우주봉 같다.
와이셔츠 줄 세워 입은 할아버지 곁에는
그림자처럼 곰 인형 안고 있는 할머니가
병아리 옷 입고 밑단 거꾸로 접어
곰돌이 발을 넣어 따뜻하게 해준다.
왜소해진 몸에
합쭉이 입에는 오물오물
잠시도 입이 쉬질 않는다.
어린 시절 자신을 안고
불우한 유년을 보상해 주고 있다.
▷▶김은진 경북 성주 출생. 제16회 매일여성백일장 장원(2003). 제9회 경상북도여성백일장 장원(2004). 제9회 경북도민문화한마당 운문부 장원(2009). ‘성주문학’ 편집위원. 독서지도사.
<해설>가파른 길 힘들게 오르던 우주봉에도 봄이 왔다. 개나리, 산수유등 여리고 순한 봄의 꽃들이 피어났다. 입춘대길이라는 팻말 앞에 무수히 지나온 세월의 흔적들을 우리는 볼 수 있다. 추운 겨울 날, 봄이 성큼 대문 밖으로 찾아 온 것처럼‘우주봉’에는 힘겨운 지난 시간들을 견디고 조용히 미소 짓고 있는 우리의 불우했던 유년이 있다. 서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