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판단력 비판’(아카넷 펴냄)을 완역하면서 칸트 비판서 시리즈를 마무리한 서울대 철학과의 백종현 교수는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백 교수는 1958년 서동익 전 중앙대 교수에 이어 한국 학자로는 두 번째로 독일(프라이부르크대)에서 ‘순수이성비판에서 대상개념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라는 제목의 칸트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대표적인 칸트 전문가다.
귀국 뒤 꾸준히 칸트의 3대 비판서를 연구해 온 그는 10여 년간의 노력 끝에 2002년 ‘실천이성비판’을 완역했고, 이어 ‘순수이성비판’(2006)과 ‘판단력비판’(2009)으로 칸트 비판서 번역 작업을 마무리했다.
“철학이라는 학문은 특히 사상을 다루기 때문에 어떤 용어로 번역하느냐에 따라 개념 자체가 달라집니다. 하지만 칸트를 연구하는 데 있어 우리 철학계는 그동안 일본인들이 옮긴 번역을 그대로 답습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제 스승들께서 누차 이런 부분을 지적했었고, 저도 개념을 올곧게 정리해보자는 차원에서 번역작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칸트에 대한 번역은 역시 쉽지 않았다. 원전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기본이고, 원문에 맞는 정확한 우리말을 찾아야 했다. 예컨대 독일어 ‘Wohlgefallen’을 ‘만족’(滿足)이라는 기존 번역어 대신 ‘흡족’(洽足)이라는 단어로 번역했다.
만족은 욕구 능력의 충족을 위한 어떤 행위를 전제로 하지만 ‘Wohlgefallen’은 아무런 욕구가 없는 상황에서도 자연스럽게 만족감을 준다는 뜻으로 우리말로 흡족이 더 가깝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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