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짭쪼롬한 땀내 같은 밤공기가
아스라이 스며드는 늦가을 밤 한 조각에
자다 말고 깨어보니 저 만치서
그리움에 눈꺼풀 촉촉이 젖은 눈썹달이
어서 오라 손짓을 한다.
술에 취한 듯이 마당에 내려서니
그는 저만치서 까치밥이 된
풋서리 맞은 납닥감 뒤에 조용하다
손이라도 뻗어 그 그리움 살포시 껴안으려니
또 다시 저만치 뒤란 댓잎 숲에서
사각 사각 울음만 걸쳐놓고 흔적없이 가뭇하다
몽환의 밤이었을까
시꺼멓게 그으름 낀 화근내 나는 사랑채 시렁위에
어젯밤 달빛 숨긴 납닥감만
달꽃처럼 노릇노릇 꽃으로 피어있다
댓바람 따라 서산 넘은 눈썹달은 또 다시 그 자리인데
정월을 몇 발치 앞두고 먼 길 나선 아버지는 언제
벌써 강산이 두 번을 훌쩍 넘겼는데
삶에 지쳐 활처럼 휜등은 지금은 꼿꼿할까
강물의 잔주름 닮은 미소가 선한 아버지
노을 진 산그늘 닮은 마음이 고운 아버지
그곳이 그리도 좋던가요?
달빛은 그리움에 애잔하다는데
빨간 기와집 마당엔 달꽃은 자꾸 피는데
▷▶박희춘 경북 성주 출생. 경북새마을문고중앙회 도민한마당 백일장 운문부 차하. 대통령기국민독서경진대회 최우수. 경북도민문화한마당 백일장 운문부 입상. 성주문학회 회원. ‘성주문학’편집위원. 독서지도사.
<해설> 요즈음 같은 시절에. 눈썹달, 납닥감, 시렁, 대숲, 까치밥, 빨간 기와집이라니! 몽환(夢幻) 일 수 밖에… 김은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