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민노총이 동학혁명군이냐
<대구논단> 민노총이 동학혁명군이냐
  • 승인 2009.05.2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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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객원 大記者)

대전에서 열린 민노총대회는 결국 마지막 피날레를 죽창대회로 끝마쳤다. 민노총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국민들은 한노총의 어용 화에 식상했던 기억을 되살려 참신한 노동운동의 기수가 될 것을 기대했다. 한국노총은 그들의 본의는 아니었겠지만 역대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해온 게 사실이다. 제도적으로 확립되지 못한 노동운동의 일선에서 그나마 노동자의 권리와 복지를 위해서 노력한 공로는 크다.

그러나 한노총은 정치적인 사건이 터지면 언제나 집권여당의 편이 되어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었다. 선거가 실시되면 어떻게 하든지 노동자 몫으로 전국구 한 자리 차지하기 위해서 발분망식하며 상가 집 강아지 돌아다니듯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다닌 게 사실이다. 집권당에서는 이를 미끼삼아 한노총을 길들여 왔다. 노동자가 일어서야 할 사건이 터졌는데 지도부는 꿀 먹은 벙어리 모양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공권력에 의해서 사법 처리될 것도 두렵지만 그보다는 뒷구멍으로 얻어먹을 파이를 더 원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독재정권의 정보기관은 노조 지도부의 사생활을 낱낱이 파악하여 그들의 일거일동을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조그마한 개인비리조차 꼼짝 못하게 파일에 감춰져 있었던 것이다. 노조는 이렇게 순치되었다. 그러나 민주화를 이룩하면서 사회적 정치적 환경은 경천동지할 만큼 변화했다.

어용으로 일관했던 한노총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해서 자생한 민주노총의 신선함에 수십 년 동안 누려왔던 노동자의 왕좌를 내주게 되었다. 민노총은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수직상승하는 조직의 저력을 보였다. 지도부의 리더십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그동안 억눌렸던 노동자 의식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민노총의 산하 노조는 어지간한 대기업들이 모두 참여했다.

반면에 한노총은 그만큼 설 자리가 좁아졌다. 이들은 이제 선명경쟁에 들어갔으며 한 치도 양보 없는 투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노동자의 권리는 급성장했으며 임금과 복지, 단체행동 등 모든 면에서 선진국을 능가하는 노조 전성시대를 열었다. 그러다보니 호사다마가 된다. 생산직에 종사해야 할 노조원들이 노조전임이라는 이유로 놀고먹는 일이 빈발하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요구하는 임금인상 문제는 생산비의 급등을 가져와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된다.

걸핏하면 불법적인 파업도 불사하는 노조 때문에 도산(倒産)하는 기업도 속출한다. 이 민노총에는 교사들의 노조인 전교조가 가입되어 있어 어린 학생들을 볼모로 교육계까지 멍들게 하기도 한다. 학생평가 시험이나 교사평가는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학생의 실력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교사들은 과연 가르치는 방법이나 능력이 뛰어난지 관계기관이 알고 학부모가 알아야만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이를 못하게 하는 전교조의 망발은 막대한 조합비를 바탕으로 학생을 불모화하여 이 나라 교육에 먹구름을 던져준다. 더구나 개인적이긴 하지만 성폭력 등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비리를 저지른 교사를 전교조가 조직적으로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 또 한 번 충격을 줬다.

이는 민노총의 도덕적 정당성을 파괴하는 일이어서 지금 국민들은 민노총과 전교조에 대한 실망감에 망연자실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민노총 대회가 갑자기 죽창으로 얼룩지게 되었으니 이제는 폭력에 의존하는 노조가 되어가고 있단 말인가.

몇 년 전 평택 미군부대 이전을 둘러싸고 죽창이 등장했다가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고 사라진 이후 3년 만에 다시 등장한 죽창은 모골을 송연하게 만든다. 죽창은 원래 아무 무기도 없던 농민들이 가렴주구를 일삼는 탐관오리를 징치하기 위해서 만들었던 대용무기다.

전봉준장군이 이끄는 동학혁명군은 전라도 고부에서 기병(起兵)할 때 죽창으로 무장했다. 맨 손으로 혁명을 이끈 전봉준은 조총과 화승총으로 대항하는 관군을 손쉽게 물리치고 전주감영을 점령하며 휘하 부하들은 경상도와 충청도를 석권하여 조정(朝廷)으로 하여금 집강소를 내줄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것은 동학군의 철저한 도덕성이 민심을 얻은 결과다. 민노총이 죽창을 들지 않더라도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그들이 원하는 바를 쉽게 얻어낼 수 있다는 반증이 이미 100년 전에 실증된 셈이다.

민노총은 이를 외면하고 자신들만의 이익확보에 혈안이 된 나머지 공권력을 향하여 죽창을 휘둘렀다. 수많은 부상자만 발생하고 끝났다. 방패로만 막던 경찰의 희생이 크다. 공권력은 나라의 상징이다. 갈길 막는다고 때리고 치면 힘없는 국민들의 재산과 생명은 누가 지키란 말인가. 민노총이 스스로 동학혁명군으로 착각했다면 즉각 사죄하고 석고 대죄하라.

이 나라는 민노총의 나라도 아니고 경찰의 나라도 아니다. 모두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운명 공동체다. 상식에서 벗어난 민노총이야말로 이번 기회에 깊은 참회에 들어가야 한다. 폭력은 어느 경우에도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민노총 스스로 이를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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