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금고 ‘유치전쟁’ 불 붙었다
지자체 금고 ‘유치전쟁’ 불 붙었다
  • 강선일
  • 승인 2013.08.25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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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경산·구미·김천 등 연말께 약정 만료
은행권 과열경쟁 ‘레이스베팅’ 부작용 우려
일부 지자체 기부채납·장학금 출연 등 요구도
대구은행과 농협을 중심으로 한 지역 은행권이 경북도를 비롯 경산·구미·김천 등 올 연말을 전후해 약정기간이 만료되는 경북지역 지자체 금고 유치를 위한 총성없는 ‘쩐의 전쟁’의 서막을 올렸다. 금고 선정에 나서는 경북지역 9∼10개 지자체의 예산규모는 10조원대에 이른다.

대구은행과 농협이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이들 지자체 금고는 그동안 이자율이 일반예금보다 낮게 책정된 점 등을 들며 의회와 시민단체 등에서 금고 선정에 보다 신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금리’ 문제가 유치전의 최우선 순위로 떠올랐다.

특히 이번 금고 유치에선 2007년 경산시 금고 재계약 당시 1금고(일반회계)를 대구은행에 빼앗기며 6년 가까이를 절치부심하며 설욕을 준비해 온 농협의 ‘쟁탈이냐’와 대구은행의 ‘수성이냐’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지역 은행권 일각에선 사회공헌활동을 앞세워 그동안 손쉽게 금고를 유치해 온 일부 은행의 ‘레이스 베팅’식 무차별적 지원 약속 등으로 인한 부작용과 함께 이에 따른 과열 양상을 우려하며 혹여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금융당국의 예의주시를 바라는 모습이다.

◆10조원 금고 유치전 ‘점화’=25일 지역 은행권 및 지자체에 따르면 올 연말을 전후해 금고 약정기한이 만료되는 경북지역 지자체는 경북도를 비롯 경산·구미·김천·영주·울진·청송·칠곡·안동·영덕·예천 등 10개 정도다. 경북도는 지난 23일까지 금고 유치를 원하는 은행들로부터 제안서 접수를 마감해 본격적 평가에 들어갔으며, 경산시도 9월 9∼10일 양일간 금고지정 신청서 및 유치제안서를 접수받는 등 지자체별 금고지정 계획이 본격화됐다.

이들 지자체 금고 대다수는 농협과 대구은행이 일반회계인 1금고와 특별회계인 2금고를 맡고 있다. 올해 기준 예산규모는 경북도가 7조원대, 경산시가 5천500억원대에 이르는 등 10조원대에 달한다.

지자체 금고는 이처럼 막대한 자금 유치로 현금 유동성을 높일 수 있고, 고객 늘리기 측면이나 인근 지자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은행마다 사활을 건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과열경쟁으로 ‘승자의 저주’ 우려= 최근 각 지자체마다 금고 선정과정에서 기존 재무구조 안전성 및 이용편의·지역기여도 등을 제치고, 1순위와 2순위로 지자체에 대한 낮은 대출금리와 높은 예금금리, 지자체와 금고간 협력사업 추진능력을 평가하면서 신한·우리·기업·국민 등 시중은행들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다.

이로 인해 금고 유치에 나선 각 은행별로 장학금이나 기부채납 형태의 수십∼수백억원대에 이르는 무차별적 ‘레이스 베팅’ 약속이 오가는가 하면, 이에 편승한 일부 지자체는 금고 선정을 댓가로 청사 신·증축 등의 무리한 요구도 서슴치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산시 금고의 경우 2007년 선정 심사 당시 대구은행과 농협 경북지역본부간 과열경쟁 양상으로 근거없는 흑색비방이 난무하는가 하면, 일부 특정단체까지 가세해 특정은행의 금고 선정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서는 등의 후유증과 함께 두 은행간 당시 ‘앙금’이 아직도 남아있는 상태다.

또 농협은 1금고에서 탈락하자 당시 경산시 장학회에 약정한 5억원의 장학기금 출연을 지금까지 미루고 있으며, 대구은행은 작년 12월 신임 시장에 취임한 최영조 경산시장이 후보자시절 공언했던 ‘(시장에 당선되면)1금고를 대구은행에서 농협중앙회로 바꾸겠다’는 발언을 두고 초긴장 상태다.

때문에 일각에선 지자체 금고에 선정되더라도 막대한 기부채납으로 인한 부담으로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가 하면, 기부채납에 따른 손실 만회를 위해 결국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한 ‘이자놀음’에 더욱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쏟아내고 있다.

지역 은행권 관계자는 “지자체 등 공공기관 금고는 해당은행 위상은 물론 부서 관계자에게는 유치 여부에 따라 인사 조치가 따를 만큼 민감한 문제”라며 “수개월전부터 전담 조직을 만들어 물밑접촉을 하는 한편 경쟁은행과 해당지역 정보수집에 나서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귀뜀했다.

강선일기자 ksi@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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