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고통, 죽음, 그리고 해방
<대구논단> 고통, 죽음, 그리고 해방
  • 승인 2009.05.2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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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의식 (대구대 교수)

석가가 말했듯이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다. 그래서 인생을 `고생의 바다(苦海)’라 하지만, 인간 자체가 행복의 순간보다 고통이나 슬픔의 순간을 훨씬 오랫동안 기억하고 아파하는 동물인 탓이기도 하다. 생이 고해인 것은 사실이나 생이 고통으로만 가득하다면 살아가지 못할 것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극락보다 낫다’는 말은 생이 고통으로 가득하다 하더라도 고통이 있기에 인생은 살만 하다는 것이고 또 그 고통 속에서 생의 묘미를 동시에 발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마음의 고통이나 슬픔을 느끼지 못할 짐승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인간이 오히려 고통과 슬픔에 가장 취약한 것은 고통과 슬픔 역시 매우 고귀한 가치라는 반증일 것이다.

삶의 고통 중에서도 죽음은 가장 큰 고통이고 슬픔이다. 그러기에 공포다. 인생은 고해이고 인생의 고통 중에서도 죽음이 가장 큰 고통이고 공포이지만 죽음은 묘한 것이다. 인생의 가장 큰 고통인 죽음 그것이 오히려 모든 고통을 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고통과 공포를 해방시키는 가장 유력한 방법이 죽음이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자살은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지만 고통의 완전 소멸은 아니며 그 전이에 불과하다. 자신의 죽음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더 큰 슬픔과 공포로 느끼는 게 인간이기에 스스로 죽지도 못하는 딱한 존재가 인간인 것이다.

죽음이란 현실이 고통이고 공포이기에 예로부터 인간은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다. 해방의 방법은 무엇이었던가? 우선 영원히 죽지 않고 사는 것이었다. 영원히 죽지 않는다면 죽음은 애시 당초 문제도 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죽어서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것이다. 죽은 후에 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다면 죽음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 아니다. 셋째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계속해서 다시 살아난다면 죽음 따위는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죽음을 인정하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죽음으로부터 오는 슬픔이나 고통도 숙명으로 감내하는 것이다. 다른 인간들이 천살이나 만 살까지 사는데 나는 유독 백 살도 안 되는 나이에 죽는다면 이는 불공평한 것이지만 모든 인간들이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그만 그만한 나이에 다 죽는 존재라면 조금 일찍 죽는다고 그렇게 슬퍼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종교에는 죽음에 대한 인간의 오랜 사색의 결정이 스며있다. 도교는 첫 번째 방향을 대표한다. 인간은 오랜 옛날부터 죽지 않음으로써 죽음으로부터 탈출하는 방법을 사색했다. 그러한 인간의 오랜 사색과 소원이 도교 탄생의 중요한 밑거름이었다. 도교는 죽음에서 벗어나는 오랜 동안의 인간의 사색을 정교하게 다듬었을 따름이다. 복잡한 불로장생과 신선술은 이리하여 나왔다.

두 번째 방법을 말한 종교로 불교를 들 수 있다. 죽어서 극락에 간다면 죽음이 무엇이 두려우랴? 그러나 잘못하면 지옥에 떨어진다. 그러니 지옥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해야 한다. 따라서 극락이나 지옥과 같은 것은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측면보다 이 세상에서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고 하는 경고의 성격이 짙다.

말하자면 진리의 세계로 인도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할 것이다. 다만 후세 사람들이 진리의 세계로 인도하기 위한 방편을 진리로 믿었을 따름일 것이다. 기독교도 두 번째 방향일 것이다.

세 번째 방향은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우리나라의 민간신앙에서도 자주 발견된다. 우리의 민간신앙에 나오는, 다시 살아난 무수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죽음의 공포부터 벗어나는 인간의 소망과 사색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다시 살아나는 것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봄이 되면 다시 살아나는 풀들과 나무 잎새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그러한 현상이 인간에게서도 실현되기를 염원하였던 것이다. 유교는 위 세 가지 방법 그 어느 것도 부정하고 죽음을 인정하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죽음으로부터 오는 슬픔조차도 숙명으로 감내하는 길을 택하였다. 한 시대의 풍운아, 노 전 대통령의 충격적인 자살 소식에 삶의 고통과 죽음, 그 해방을 생각해 보면서 삼가 명복을 빌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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